육아 인스타를 보고 엄마표 몬테소리를 해보았다.
엄마표 몬테소리 놀이, 집게로 색깔 분류하기, 초간단 엄마표 놀이, 도트 스티커 놀이, 다이소 슈벤치 만들기, 화장실 주방놀이, 가위질하기 등등등 내가 육아 인스타를 보고 해 본 것들이다. 이 외에도 시도해 볼까 말까 한 것들이 많다. 물론 슈벤치 만들기는 모니터 받침대를 구매해서 아이의 슈벤치로 활용했다.
돌 무렵 어린이집을 보내다가 아이가 계속 아파오면서 15개월부터 가정보육을 결심했었다. 어린이집에 보내다가 다시 가정보육을 시작하니 아이와 어떻게 시간을 알차게 보낼지 고민이었다.
지금에서야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아이에게 어떻게 놀아주느냐보다 나뭇가지 하나만 있어도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겐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이에게는 그저 세상이 신기하고 재미난 것들로 보일 테니깐.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인스타에 빠져있던 터라 '엄마표 몬테소리'에 꽂혀 있었다. 엄마표 몬테소리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다이소로 가야 한다. 다이소에서 교구를 올릴 쟁반을 사야 한다. 나는 집에 있는 걸로 대체했다. 그다음 액세서리를 담을 정도에 작은 정리함을 몇 개 구매한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도트 스티커도 구매한다. 색종이도 구매한다. 이 중 한 가지 놀이만 소개한다.
- 엄마표 몬테소리 놀이: 액세서리 정리함 4개, 색종이 빨강, 노랑, 파랑, 초록색을 잘라서 정리함에 맞게 붙인다. 플레이콘을 색깔별로 준비한다. 집게로 색깔에 맞춰 정리함에 넣는 놀이다.
우리 아이는 집게에 꽂혀 플레이콘을 집게로 집기만 한다. 플레이콘을 입에 넣어 맛을 보기도 했다. 나는 "어어 안 돼 안 돼~"를 외치고, "자, 태오야 이건 빨강이야. 우리 빨간 통에 넣어볼까? 쏙~" 아이는 집게질이 잘 되지 않아 짜증을 낸다. 빨강이고 뭐고 모르겠다. 아이는 집게에만 관심 있다.
나는 몇 차례 시도하다가 깨달았다. 인스타 속 아이처럼 색깔을 척척 맞혀서 집게질을 하는 걸 상상하며 이 놀이를 준비했다는 걸.
지금 시기에 색깔 아는 게 뭐가 중요하냐. 언젠가 알게 될 텐데. 집게 질 하는 게 더 재밌으니 집게로 집어 통 안에 넣기나 하자!
플레이콘도 와르르르 쏟아보는 아이. 집이 엉망이 되어도 괜찮다. 에라 모르겠다 아이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아이는 까르르 좋아한다.
지금 당장 앉아서 이건 '파랑, 빨강, 노랑~'은 의미가 없다.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생활 속에 나오는 것들로 충분히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깐.
나는 아이와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했지만, 사실은 아이의 인지 발달을 시키고 싶었던 거였다. 아이는 그저 놀고 싶었는 것뿐인데. 색깔은 어느 순간 갑자기 자연스럽게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 색깔을 보며, 자동차 장난감 색깔을 보며, 알기 시작했다. 그러니 인스타 속 아이를 보며, 색깔 분류를 왜 안 하지?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아이만의 방식으로 터득할 테니깐.
인스타에는 몬테소리 환경을 구성해 아이가 직접 식판을 가지고 오고, 물컵에 물을 따라 마시고,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가고, 직접 교구를 정리하는 15개월 아기가 있었다. 내겐 자극적이었다. '지금부터 몬테소리 교육을 해야 아이가 스스로 하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이렇게 스스로 하면.. 엄마가 너무 편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이의 몬테소리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 싶어서 화장실에는 아이 키에 맞는 거울과 세면대(주방놀이로 대체)를 구성해 뒀다. 거실에는 당근에서 구매한 책상과 의자를 뒀다. 장난감과 교구들도 정리정돈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완벽한 몬테소리 환경까지 따라갈 수 없었다. 힘들었다. 대신 몬테소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지는 않았다. 읽는 중에 나만의 방식을 찾았다. (기회가 될 때 제대로 읽어보기로 한다.)
인스타그램에 나온 몬테소리 환경에는 이케아 주방놀이 수납장에 장난감용이 아닌 아이의 식판, 컵, 수저까지 정리를 해두고, 밥시간에 아이는 식판을 꺼내 엄마에게 건네준다. 아이에게 가짜가 아닌 진짜 실생활 용품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 점이 인상 깊었지만, 우리 아이는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시기였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는 주방놀이 싱크대까지 올라가 노는 아이였다.
나는 주방에서 제일 아래에 있는 서랍장에 아이의 식기를 정리했다. 아이 손이 닿는 다른 수납장에는 아이가 가지고 놀아도 되는 깨지지 않는 식기들을 넣어뒀다. 몬테소리 교육이 아니라 아이가 주방에서 탐구할 수 있게 재배치를 했다. 엄마가 주방에 가면 주방에 와서 같이 무언갈 해야 하는 아이라 불을 쓰지 않을 때 놀 수 있도록 공간을 내어줬다.
가끔 남편은 아이를 인디아나 존스라고 부른다. 아이에게 집은 '모험' 그 자체다. 어디까지 허용하느냐의 문제 이긴 하지만, 우리 부부는 위험하지 않는 선에서 집을 모험하고 탐구할 수 있게 허용하는 편이다. 아이의 호기심은 갈증과도 같을 것 같아 최대한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눈을 떼서는 안 된다.......
이 무거운 냄비까지 들어버리니깐.
그런데 주방일을 해야 하는데 너무 방해가 된다면..?!
크지만 가벼운 것들을 꺼내준다.
아직 몬테소리는 어렵다. 그저 생활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줄 뿐이다. "태오가 한 번 해볼까?, 태오가 잠바 벗어볼까? 태오가 옷걸이에 걸어볼까?" 등... 어쨌든 우리 부부는 몬테소리 대신 인디아나 존스식 육아는 두 돌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