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인스타를 보지 않아도 아이는 잘 자란다
육아 인스타 지옥에 빠져 있을 때, 내가 저장 해둔 콘텐츠를 읊어보겠다.
- 훈육, 이제 이렇게 하세요, OPEN 소전집 공구!, 당근에서 놓치면 안 되는 유아 전집, 불없이 만드는 아기 아침밥, 두돌 전인데 이걸?, OO개월 몬테소리 교구, 다이소표 몬테소리 교구 등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육아 관련 콘텐츠 저장글들이 있다. 대체로 육아용품 공구, 아이 발달 관련 내용, 이유식 만들기, 장난감, 아이 영양제 등이다.
정보 콘텐츠는 우리 아이 개월 수에 해당하면 지나치지 않고 보게 된다. 특히 우리 아이는 또래보다 조금 작고, 대근육이 느렸던 터라 발달 관련 콘텐츠에 유독 눈이 갔다. 우리 아이가 정상 발달 범위에 있다면 안심하지만, '어? 우리 아이는 아직 안하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조바심이 들었고, 콘텐츠에서 알려주는 대로 실천하게 된다.
예를 들어 'OO개월까지 네발기기가 늦으면 이렇게 해보세요'라는 콘텐츠를 보고 '우리 아이는 아직인데?'라는 생각이 들면 불안도가 올라가고, 아이가 낮잠에서 깨면 놀아주면서 인스타에서 하라는 대로 연습을 시키는 식이었다. 그런데 어떤 콘텐츠에는 이렇게 하면 된다하고, 어떤 콘텐츠는 안 된다고 한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가.
내가 이러한 콘텐츠를 보는 동안 아이는 소근육이 먼저 발달하고 있었다. 혼자서 앉지도 못하면서, 집게 손가락으로 매트에 있는 머리카락을 집고, 책장을 잘 넘기는 아이였다. 보통 소근육보다 대근육이 먼저라는데, 우리 아이는 반대였다. 이 때부터 아이들마다 속도가 다르고, 우리 아이의 속도대로 커 가고 있다는 걸 믿고 바라봐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인 내 마음가짐이 중요했다.
아이가 돌이 되어갈 무렵, 양가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말이 있었으니.."태오는 아직 안 걷나?"였다. 그 당시 우리 부부도 조금 걱정을 하긴 했지만, 예전처럼 뒤집기가 느리다고, 혼자 못 앉는다고 걱정할 정도까진 아니었다. 우리 아이의 속도대로 천천히 차근차근하고있다고 믿고 있었으니깐. 대신 15개월까지는 지켜보자는 마음이었다.
우리가 중심을 잡고, 아이를 믿고 바라봐 주고 있는데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 하나를 던지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친정아버지였다.
친정 아버지랑 영상통화를 하면 꼭 이렇게 안부를 물었다. "태오! 걸어야지~! 누구 손녀는 태오랑 한달 차이 나는 데 벌써 혼자 걷고 난리라던데~!"라고 말이가.(경상도입니다).
그러면 나는 부글부글 친정아버지에게 한 소리할 준비를 한다.
"(어금니 물고) 아빠아.. 고마해라.. 태오만의 속도가 있는데, 왜 자꾸 카는데~ 글고 걔는 걔고 태오는 태온데 다른 손주랑 비교하지마라..!
빨리 걷는다고 다 좋은것도 아이다! 천천히 걷는 애들이 나중에 안 넘어지고 잘 걷는다고 칸다!"
- 아 맞나?! 아 그래그래 알따 알따~! 디기 뭐라카네~ 오구 그래 알따, 태오야~! 태오 밥은 먹었엉~? 라고 아버지는 말을 슬쩍 돌리신다.
나란 자식, 자식에겐 관대하지만, 친정 아버지에겐 그 어떤 훈수에도 가만히 있지 않는 자식 새끼다. 아버지 입장에선 손자가 돌이 지났는데도 혼자 못 걸으니 걱정이 되시는 건데,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더니 내가 딱 그 격이다. 나도 똑같이 당하겠지.
여하튼 아이는 14개월 무렵에 혼자 걷기 시작했다. 믿고 기다리면 된다는 걸 우리 부부는 한번 더 깨달았다. (그치만 더 늦어졌다면 병원에 갔을 것이다.)
빠르다고 계속 빠른 것도 아니고, 느리다고 계속 느린것도 아니다. 아이들마다 빠른 것도 있고, 천천히 익히는 것도 있다. 어른들에게도 저마다의 속도가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