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이후 인스타를 안 보면서 생긴 변화

나에게 생긴 작은 변화

by 오밤삐

작년 12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남편에게 인스타를 삭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남편: 오 예쓰! 당좡 지워!!


이 결심을 한 이유는 멍하게 침대에 기대서 무한으로 스크롤하는 짓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만 봐야지, 그만 봐야지'하면서도 스크롤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보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고, 남는 건 없었다. 오히려 뇌가 못 쉬어서 더 피곤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런데 말이다. 어플을 차마 지울 수는 없었다. 왜냐 가끔 궁금할 것 같으니깐. 그래서 스마트폰 바탕에서만 지우기로 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겠지만, 이 역시 나름(?) 큰 결심이었다. 왜냐 아이폰 메인에는 없으니 인스타를 검색해서 어플에 들어가야 하는 아주 작은 번거로움이 생겼으니깐. 그런데 이 역시 마음만 먹으면 들어가서 무한 스크롤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결심을 하기로 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되, 밤 9시 이후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가끔 밤늦게까지 인스타를 보면 잠드는 데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정한 밤 9시 이후로는 보지 않기!


아이는 주로 8시쯤 자니깐 육퇴 후 9시까지 1시간 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긴다. 아니면 아이 등원 후 집에 돌아와서 일하기 전에 잠깐 들여다볼 여유도 있다. 사실상 밤 9시 전까지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의미가 있을까 싶겠지만 꽤나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결심한 지 오늘까지 한 달이 됐다. 나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결심하고 첫 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인스타를 찾는다. 금단현상이다. 밤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 궁금하다. 바로 스마트 폰을 켠다.


나: 나 잠깐만 인스타만 보고 나갈게! 애기 좀 잠깐 봐줘~!

남편 : 예~쓰!


사실 밤 사이 별 일이 없었다. 나를 찾는 사람도 없었다. 인스타를 나오고 나도 방에서 나온다.



결심하고 일주일 정도 이렇게 눈 뜨자마자 들어갔다. 왜냐 밤에는 사실상 육퇴하고 저녁 챙기고, 집안일하다 보면 9시가 넘었기 때문이다. 그럼 난 무엇을 할까, 인스타 대신 당근을 봤다. 필요한 건 없지만, 필요할 수도 있는 중고 제품을 구경했다.


2주 차가 됐다. 여전히 아침에 눈 뜨면 인스타를 들어갔지만, 육퇴 후, 집안 정리도 대충 마쳐도 8시 30분쯤 됐다. 9시까지 30분이 남았지만 인스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다. '뭐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순간 행복했다. 온전히 내 시간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거나 전자책을 봤다. 흑백요리사도 보고, 오래간만에 주말에 일을 안 했던 남편과 이틀 연속 넷플릭스 영화도 봤다. 오랜만에 무언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3주 차 무렵에는 아침에 눈을 떠도 인스타를 찾지 않게 됐다. 궁금하지 않았다. 한 번은 3일 연속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가더라도 머무는 시간이 짧아졌다. 육아 콘텐츠가 나오면 바로 스크롤하고, 지인들의 소식 위주로 보고 나온다. 이렇게 습관이 되자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인스타를 붙잡고 '무언가'를 채우려 할 때보다 인스타를 멀리 하니 마음이 더 충만해졌다.


그런데 가끔 아이 사진은 올린다.

너무 귀여워서 자랑하고 싶으니깐.


이때 중요한 건 '좋아요' 수에 연연해하면 안 된다.

그런데 궁금하다.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당장 스마트폰 내려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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