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을 찾아서
아이가 잠이 들면, 도파민을 찾으러 인스타그램 세계에 입장한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스토리를 쭉 본다. 누가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봤는지 본다. 궁금하지 않았던 사람의 스토리까지 다 보면 피드를 볼 차례다.
이미 나의 알고리즘에는 육아 관련 콘텐츠로 가득하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가 유독 많다. '이유식을 시작했구나, 아 이런 메뉴도 하면 좋겠네, 진짜 대단하다, 그릇도 예쁘네, 그릇은 어디 거지?, 우와 이런 메뉴까지 한다고?, 하.. 나는 지금 해주는 것도 힘든데 정말 메뉴를 다양하게 해서 주는구나, 이렇게 다양하게 먹어야 쑥쑥 클 텐데.. 내가 너무 빈약하게 먹이고 있나?, 나 지금 이유식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나?' 자기 검열로 이어진다.
어떤 날은 컵에 꽂혔다. '오, 이 컵은 꽤나 유용하겠는데? 실리콘 뚜껑이 빨대처럼 되어 있어서 아직 컵을 못쓰는 우리 아이한테 잘 쓰일 거 같고.. 빨대를 매일 씻을 필요도 없을 거 같고, 나중에는 컵으로 써도 되고, 그래서 얼마지? 오 마침 공구를 하네? 이건 사야 해!' 바로 구매링크에 들어가서 결제까지 마친다. 이래서 인스타가 무섭다.
다음 콘텐츠는 아이의 발달 관련 내용이다. 마침 우리 아이 개월 수에 맞는 콘텐츠다. '아이가 이렇게 할 땐 저렇게 하세요!', '아이가 물건을 던지는 이유 캡션에서 확인하세요', '대근육이 느린 아이, 이렇게 하세요.'등 육아서가 아닌 인스타로 육아 공부를 하고 있다. '아 우리 아이는 아직 이걸 못하는데? 어떡하지?'라는 조급함을 획득하고 '앞으로 이렇게 놀아줘야겠다!' 결심으로 이어진다. SNS라이팅에 제대로 당했다. 가스라이팅뿐이겠는가. 이러한 정보들은 모두 저장해 둔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에게 브리핑해 준다.
나: 지금 우리 애가 이걸 못하잖아~ 이렇게 해주면 좋대~
남편: 누가 그러던데?
나: (씨익 웃으며) 인스타에서
남편: 당좡 인스타 삭제해!
언제부턴가 육아 정보의 출처는 모두 인스타가 됐다. "인스타에서 봤는데~, 인스타에서 봤는데~" 아이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인스타 세상이 정답처럼 보였다. 지침서처럼 따르게 되고, 인스타 세상 속 엄마들이 쓰는 걸 쓰면 육아도 편해질 것 같았다.
필요에 의해서 내가 직접 검색하고 알아봐서 나온 콘텐츠라면 올바른 소비지만, 내가 찾은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내 피드에 올라온 걸 보고 '어? 이거 필요하겠는데?, 우선 저장해 두고 며칠 고민해 보고 사자!'라는 식으로 이어지니 인스타는 무서워도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안 들어갈 수는 없었다. 왜냐, 궁금하니깐. 뭐가? 인스타 세상이! 아무튼 그렇게 해서 산 제품들이 낱말카드 넣는 바인더, 자석블록, 수저세트, 실리콘 뚜껑 컵세트 등이 있다.
무엇보다 도파민을 찾는답시고(도파민 찾다가 돈까지 씀) 멍한 표정으로 스크롤만 해대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 하지만 손가락은 멈출 수 없다. 피드 봤다가 릴스 봤다가 여기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며 인스타로 보상을 받으려고 애쓴다. '무언가'나올 때까지 계속 움직인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목적 없는 스크롤이다. 스레드까지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다. 굳이 몰라도 되는 이야기까지 다 보고 나서야 폰을 내려둔다.
'이제 좀 쉬어볼까?'
눈을 감는다.
아이 방에서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