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4개월 차 시절
25년 연말, 나는 인스타를 삭제하기로 결심했다. 남편은 늘 내게 '인스타 삭제 요망'을 외치던 자다. 왜냐 인스타로 인해 내가 괴로워한 지 꽤나 됐으니깐.
아이가 잠시 잠든 사이 보상으로 핸드폰을 들면 바로 하는 일이 인스타그램 들어가는 것. 2~3시간 간격으로 아이를 먹이고, 재우며 한동안 고립되어 있는 기분이었다. 물론 아이의 귀여움에 내 마음은 매일 녹아내리고 있었지만, 가끔은 덩그러니 우리만 남겨진 기분이 들었으니깐.
그러다 잠시 시간이 될 때, 마치 흡연자가 급하게 담배를 찾듯, 아이가 자면 나는 바로 폰을 들어 인스타 세상으로 입장했다. 그곳엔 친구들의 소식도 반가웠고, 육아 알고리즘이 생겨 육아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잠시나마 나를 찾아주는 곳이 있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내가 찾아 들어간 세상이다.) 아이가 백일이 되기 전까지는 힐링의 창구였다.
그러다 엄마가 된 지 4개월 차. 이 당시 조리원 동기들과 활발하게 소통이 이뤄진 시기였다. 조동들의 인스타도 많이 올라왔던 시기다. 누군가는 친정 부모님이 방문해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아이와 가까운 쇼핑센터라도 가고, 누군가는 아이와 아쿠아리움을 가고, 카페를 가고, 누군가가 와서 도와주고. 그들의 사소한 일상이지만 내겐 '부러움'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조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부러웠고, 아이가 조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찍은 사진도 부러웠고, 자유부인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모습도 부러웠고, 주말에 남편이 쉬는 것도 부러웠고, 그냥 다 부러웠다.....!!!!!!!!!!!! 다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구나..
이쯤 되는 의문, 다들 출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할 수 있지? 난.. 진짜 몸뚱이가 아파죽겠는데. 매일매일이 좀비인데, 뼈마디가 다 시린데.. 혼자 외출하는 것도 금방 피곤해져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데... 다들.. 어떻게 가능하지? 누군가는 내게 애랑 왜 집에만 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다. 왜냐니 몸이 힘드니 아이와 나갈 엄두는 나지 않으니깐. 집에서라도 최선을 다해 아이와 시간을 보내니깐.
이 당시 나는 출산 후 호르몬이 아주 널뛰다 못해 날 뛰던 시기였다. 100일까지는 눈물 버튼이었고. (100일이 뭐냐, 4~5개월까지도 문득문득 주르륵 흘리던 눈물) 이유는 나도 모른다. 회복이 더딘 산 모였던 터러 체력적으로 힘들었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즐거웠고 오히려 내가 더 무언가 해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집에만 있었던 나나들이었다. 나는 몸이 이렇게 힘든데, 인스타 속 세상은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이때 인스타 볼 시간에 잠이나 잘 걸 그랬다. (남편이 늘 내게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인스타에서 유독 자극이 되는 사람이 있었는데, 마치 그의 육아가 정답인 것처럼. 그의 피드나 스토리를 보면 '내가 (육아를) 잘못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단톡방에서도, 인스타에서도. '지금 이 시기에는 무얼 해야 한다, 이유식은 이렇게 준비할 계획이다, 수면은 이렇게 해야 한다' 등등. 내가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었으면 흔들리지 않았을까? 육아에 있어서는 모든 게 다 흔들렸다.
그러다 번뜩 육아로 쏟는 에너지로도 부족한데, 이런 감정 소모로 더 힘들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전문가도 아닌 사람의 말에 흔들려야 하는가. 왜 그의 주말을 내가 부러워하고 있어야 하는가. 나는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아이는 이제 4개월, 나도 4개월 된 엄마. 우리 부부는 프리랜서 부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겠다 싶겠지만, 프리랜서기 때문에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만큼 대가가 따른다. 그렇게 되면 주말은 사라진다. 남들 쉴 때 쉴 수 없다. 그렇다고 남들이 일할 때 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쪼개서 일을 할 뿐. 그래서 우리는 남들이 쉴 때 아이를 데리고 어딘가 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우리는 아이가 걷고, 뛸 때, 세상을 인지하기 시작할 때, 더 많이 다니고 나가자로 결정을 내렸다.
4개월이 된 아기의 뇌는 폭발적으로 발달한다고 한다. 이때 많은 걸 보고 자극을 주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발달시켜 주는 게 좋다고 한다. 여기서 내게 자극이 된 문장은 '다양한 사람'이었다. 엄마 아빠 외에 할머니나 할아버지, 고모, 이모, 삼촌 등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 부부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나는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주 만나며 다양한 언어자극을 받길 바랐다. 자주 조부모님을 만나는 아이들도 부러웠다. 하지만, 우리에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니, 이 언어 자극 내가 주기로 했다.
몇 사람의 몫을 내가 다 해내기로. 사실 혼잣말도 많이 하던 나라 아이에게 말을 하는 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21개월 된 아이는 300개 이상의 단어와 두 단어를 조합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우리 가족만의 기준을 만들고, 육아를 하니 내게 자극만 되던 그의 인스타 스토리도, 피드도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 언니는 이랬구나, 저랬구나~"하고 끝!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한 사람의 자극 때문에 내 육아가 흔들린다 생각했다.^^ 인스타의 육아알고리즘이 나를 흔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