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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솔솔 Oct 14. 2020

네가 내 입장이 되어봐.

그럼 너도 내 입장이 되어볼래?


네가 내 입장이 되어봐.


 남편의 단골 멘트 중 하나다.

남편은 본인 스스로를 이 정도면 훌륭한 남편이자 아빠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자기애가 높은 편이다. 좋게 말하면 자기애가 높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이기적이고 자기 합리화를 잘하는 그런 사람. 딱 내가 싫어하는 성격인데 같이 십여 년을 살고 있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런 남편은 자기애가 높은 만큼 무언가에 실패하거나 좌절하게 되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그 감정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질 못한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 대하듯 위로해주고 응원을 해주는 게 내 몫인데 그런 나에게 남편이 쉽게 내뱉는 말이 있다.


 네가 내 입장이 되어봐.


 이 얼마나 오만한 말인가? 세상에 자기보다 힘든 사람은 없다는 전제하에 나오는 말이지 않은가. 신혼 때에도 남의 입장은 무시하는 말버릇에 여러 번 싸웠었는데 나이 40을 넘겨서도 고치지 못하는 걸 보니 이래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란 말이 나오는구나 싶다.


 저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똑같이 말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 마음을 제가 어찌 안다고 그리 쉽게 무시하냔 말이다. 내 감정에 좀먹지 않도록 내 마음을 컨트롤하며 살았더니 세상에 힘든 게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 너도 내 입장이 되어볼래?


 세상의 모든 시련은 자기가 짊어진 것처럼 오만한 님아, 나를 왜 세상이 못 알아줄까 시름 말고 순간순간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세요. 좌절에 빠져있을 여유가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감사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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