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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꽃봄 Aug 12. 2023

구옥 환골탈태

하늘의 별을 땄다.



   지금 햇살집은 공사가 한창이다. 지나고 와서 보니, 구옥 수리의 가장 어려운 점은 업체선정이었다. 선택지가 많지 않을뿐더러, 우리는 햇살집을 추후 수입원으로도 활용하려 하기 때문에 일반 인테리어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강원도에서 마음 맞는 업체 찾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았다.


   총 네 군데의 견적을 받았다. 첫 견적은 박목수의 열린 견적서를 통해서였다.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게재하면, 해당 지역의 업체에서 연락이 오고, 현장 미팅을 통해 견적사항을 체크한 후 견적서를 받게 된다. 보통 미팅부터 견적 수령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첫 번째 견적금액은 억!이었다.


   악! 억이라니. 3천 정도의 예산이었기에 택도 없는 견적이었다. 최근 오른 자재값도 한몫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견적에 거품이 있다기보다는 당시 우리가 잡지 못한 갈피의 비용이었다. 힘을 주는 부분과 빼는 부분, 셀프로 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제외하여 수리범위를 줄여나갔다.


   

    두 번째 업체는 펜션 등 숙소 전문 인테리어 업체였다. 네이버를 열심히 뒤져 찾아낸 곳이었다. 예술가 포스를 마구 뿜는 사장님과 실제 숙박업에 종사하신다는 실장님의 장밋빛 미팅이 이어졌다. 조건이 좋은 입지라며 우리의 선택을 장려해 주는 분위기, 기분이 날아가는 듯했다. 허가조건을 잘 알아보고 허가가 나고 나면 공사를 고려하라는 진심 어린 조언도 잊지 않으셨다. 시간이 흐르고 정식으로 견적을 다시 받기도 했지만, 역시 예산 문제로 함께하지는 못했다.


   세 번째 업체는 숨고를 통해 연결이 된 업체였는데, 상업공간 관련 포트폴리오가 부족해 보였다. 슬슬 지쳐갔다. 정말 우리가 좋은 파트너를 만날 수 있을까? 햇살집은 지금 모습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나, 합리화가 시작될 때쯤, 드디어 진짜가 나타났다.


   

 - 공사 잘 되고 나면 그때 하시죠.


   결과적으로 함께하게 된 최종업체는 별스타로 지독히 파고들어 알아낸 곳이었다. 정확히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다. 대출금액이 늘긴 했지만, 그럴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식사대접을 하려는 우리에게 공사 잘 마무리되면 그때 하자시던 또 다른 은인들.


   물론 다니엘 부부와 우리 부부, 네 명 모두의 의견이 늘 일치하지는 않았다. 각자 추구하는 바가 달랐고, 두고 있는 중점 역시 제각각이었다. 합의점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때때로 날이서기도 했다. 최종업체를 찾아낸 것도 나였지만, 다니엘이 최종업체에 나타내는 호감에 반감이 생기는 것도 나였다. 모두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머릿수가 많다 보니 개인이 빠지기 쉬운 함정을 서로 보완한다는 점에서 얻는 바가 컸다. 우리는 가장 훌륭하고 바른 답을 향해 치고받고, 웃고 울고 하였다.


   햇살집은 환골탈태 중이다. 30대 초중반 일개 회사원들이 부지런히 모아 온 쥐꼬리에, 또 어찌어찌 용을 써서 긁어모은 예산으로. 부족한 부분은 임하는 이들의 열심과 아이디어로 채워지길 간절히 기대하며. 도저히 어찌 될지 알 수가 없는 우리의 앞날의 편린을 보태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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