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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 숲 May 03. 2021

다운증후군을앓던 나의 삼촌, 너무 고마웠다고

진심은 영혼이 닿았을 때 가장 진하다

진심은 영혼이 닿았을 때 가장 진하다

나에겐 다운 신드롬을 앓고 있는 삼촌이 있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운 신드롬인 사람들에게 당신은 행복하냐고 물었을 때 그들의 99% 는 행복하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미국인의 33% 가 행복하다고 대답한다는 연구 결과와 비교해 보았을 때, 다운 신드롬은 700 명 중에 한 명만이 가지고 태어나는 불운한 병이기도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 누구보다 행복할 줄 아는, 어떤 이들은 평생을 고민해도 알지 못하는 삶의 비밀을 깨닫고 태어난 이들이기도 하다.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남겨진 외할머니와 장애인 삼촌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기에 나는 그런 사랑 많은 삼촌과 같이 자랐다. 항상 나와 놀고 싶어 했고 가끔 뜬금없이 안아주기도 손을 잡기도 했다. 내가 유학 가고 나서는 엄마나 할머니가 나와 전화하는 목소리가 들리면 어디선가 뛰쳐나와 "봄이야? 봄이? 나도! 나도!" 하며 정작 받으면 할 말도 없으면서 나와 조금이라도 이야기하려고 옆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또 내가 잠시 한국에 나와 있을 땐 내가 티브이를 볼 때 어느새 내 옆에 와 앉아 있었고 밥도 다 먹었으면서 내가 식탁을 떠날 때까지 세상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함께 해주었다.


그런 삼촌은 죽어가고 있었다.


다운 신드롬을 가진 사람들은 오래 살지 못한다. 신께선 그래서 그들에게 무한한 행복을 선물하신 것일까.


삼촌의 심장은 점점 약해져 갔고 그 때문에 신장이 무너졌고 또 그 때문에 심장은 또 더 약해졌다. 어디든 씩씩하게 걷던 삼촌이, 집안에 온갖 무거운 것은 다 도맡아 들어줬던 삼촌이 이젠 열 걸음도 못가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내가 남자 친구와 전화를 하던 사이 엄마와 할머니는 삼촌에게 내가 종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나는 전화가 끝나고 마루로 나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눈물을 꾹 눌러보았다.

울지 않으면 이 슬픈 상황이 조금 덜 심각해질까 참으려 주먹을 쥐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삼촌이 성큼성큼 방에서 나와 내 옆에 와 앉았다.

그리고 나는 안간힘을 써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삼촌이 눈물을 터뜨렸다. 


자기가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몸이 아파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방에만 있는 날에도 삼촌은 운 적이 없었다. 하염없이, 세상 걱정 없이 행복만 하던 삼촌이 내 몸의 작은 종양 하나로 무너졌던 그 순간, 나도 함께 무너지고 말았다. 


왜 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돌아보면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나를 주저앉혀 엉엉 울게 했던, 가장 큰 위로의 순간이었다.


우리는 손을 붙잡고 말없이 소리 없이 한참을 같이 울었다.


그때, 난 사람의 진심은 우리들의 사랑은 

또렷한 말을 할 때보다 몸이 스칠 때보다

영혼이 닿았을 때 가장 강하게 전해진 다는 걸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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