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작업 생추어리의 시작
생추어리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사실 저도 생추어리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생추어리란 위급하거나 고통스러운 환경에 놓여 있던 동물이나 야생으로 돌아가기 힘든 상황의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구역을 말하는 곳으로 보금자리라고 일컬어 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새벽이 생추어리, 꽃풀소 보금자리, 사육곰 생추어리, 미니팜 생추어리 등 일곱 개 정도의 생추어리가 있다고 나오네요. 미국은 300여개, 영국에는 약 100개의 생추어리가 있습니다.
생추어리는 보호소와는 다릅니다. 생추어리에 들어온 동물들은 본래 수명대로 살 수 있게 그 곳에서 지내는 것입니다. 잠시 보호되어지고 다른 사람의 입양을 기다리거나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지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그래서 공장식 축산. 동물원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활용되어 지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에 강원문화재단 강원문화자원 활용 작품개발지원(강원다운_이하 강원다운으로 지칭)사업에 지원을 하며 생추어리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알아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왜 작품주제를 생추어리로 정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짧게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작품을 준비하며 그 과정들과 알게 된 정보들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강원다운 사업은 2020년에 시작된 작품지원사업으로 강원도의 자원을 활용한 예술작품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다년차 사업입니다. 올해는 첫해로 리서치를 거쳐서 그 과정을 잘 쌓아나간다면 내년에는 실제 공연을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혹시 이전 사업의 결과물들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 첨부한 링크를 확인해 보시면 어떤 사업인지 파악하기 용이할 듯 합니다.
https://youtu.be/LpMtzm0dV7M?si=x4Qguo_3RPosDCRe
저는 강원도 지역 중에서도 춘천으로 이주한지 5년정도 되었습니다. 춘천으로 이주하고 나서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오히려 여러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고 서울에서의 활동을 벗어나 점차 춘천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중입니다. 확실히 수도권보다 무용에 대한 수요가 적고 관심도 또한 적어서 아쉬운 마음이 들 때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떤 분야이든 수도권에 집중된 한국에서 지방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사람들을 만나가는 활동이 오히려 나중에는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원다운 작품 지원을 생각하며 처음에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이전에 제 작품들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용공연과는 좀 다른 부분들(극장이 아닌 공간에서의 공연, 나레이션의 활용, 즉흥적인 무브먼트 등)이 혼재해 있었고 그래서 이번 작업에서는 순수히 움직임 자체에 시간을 들여보자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강촌에 있는 구곡폭포를 오랜만에 방문하게 되었고 '9'라는 숫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폭포'의 상징성과 운동성을 통해 움직임으로 풀어보려고 지원사업을 준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술술 신청서가 쓰여졌고 이대로 제출해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고민이 되었습니다.
작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사업을 지원하면서도 들었던 고민들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현재 비건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비건을 실천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공장식 축산에 반대하며 책도 읽고 관련된 작품 주제로 활동도 하려고 합니다. 지금에 필요한 활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육식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한 상황, 처우를 받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공장식 축산이 너무 불합리하기 때문입니다. 슬프기도 하면서 동시에 공장식 축산이 음식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여서 현실에 대한 고민으로 하나의 행동이자 대안으로 비건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춤을 추고 예술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주제로 활동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고민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도 "꺼지지 않는 불빛, 보이지 않는 죽음"이라는 작품을 진행하였는데 자체적인 평가로는 부족한 점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고 어떻게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론화할지에 대한 갈증이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작품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끝날 수 있지만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작품이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 과정이었습니다. 그런 과정의 연장선으로 이번 강원다운 작품에서는 더 성실하게 기록을 하고 작품에 임하고자 합니다. 그 고민의 하나가 이 글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구곡폭포를 주제로 작품을 지원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홍천에 있는 비건카페 '서별'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잠시 되어서 방문하였고 비건카페라는 곳 자체가 저희에게는 귀하기 때문에 설레임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생추어리에 대해서 자세히 알기 전에도 꽃풀소 생추어리가 생긴다는 소식을 SNS를 통해서 접하고 후원을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무척 작은 금액이지만 함께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방문한 서별 카페에서 꽃풀소 생추어리에서 활동하시는 활동가 분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https: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7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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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스럽고 부끄럽지만 카페에서 인사도 드리지 못했고 사실 첨에는 활동가 분들인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카페에 들어서서 구경을 하고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중에 카페에 들어올 때부터 눈에 띄던 가족분들과 일행들 그리고 강아지가 있었는데 들리는 이야기를 통해 그 분들이 꽃풀소 생추어리 활동가인걸 알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인사를 드리고 할 새도 없이 그 분들은 금방 돌아가기 위해 자리를 뜨셨고 저는 마치 연예인을 만났는데 팬인것을 밝히지 못한 것처럼 붕 뜬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강원다운 작품의 주제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생추어리에 대해서 알아보고 내가 너무 몰랐다는 사실. 꼭 다시 그분들을 만나 뵙고 직접 생추어리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왜이리 게으른지 지원사업을 열심히 적고 제출하고 나니 다시 현실로 복귀해서 다른 일들과 먹고 사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또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제 작품을 시작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서니 관성에 젖어서 이전처럼 작업들을 진행해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약속을 하고 사람들에게도 공개적으로 약속을 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아카이빙을 시작합니다. 정기적으로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리서치가 진행되고 작업이 이루어지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는 동물이라고 하며 사람과 동물을 나누는 것을 경계합니다. 사람 또한 동물이고 저도 그렇습니다. 나누어 생각하고 접근하는 순간 차이점이 드러나고 간극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인간동물을 위한 생추어리 나 자신과 우리 주변을 위한 생추어리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살아있는 존재에게는 생추어리가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