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지나간 자리에서 피어나는 생각들
춤을 추고 나서 오히려 선명해지는 생각들이 있다. 과연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몇 해 전부터 지속적으로 고민해 온 지점은 춤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이다. 지원사업정산을 위해서도 으레 하듯이 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현장성이 전달되지는 않는다. "내가 춤춘 그림"이라는 실험적인 프로젝트로 춤과 그림을 같이 엮어서 진행해 본 적도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춤을 추고 나서 그림을 그리면 여러 부분이 해소되어서 정제된 그림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뭔가 춤을 기록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도달한 지점은 글로 기록해 보는 방식이었는데 춤을 추고 나면 그걸로 충족되면서 추가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지 않았다. 춤은 그대로 좋았다.
이틀간에 워크숍을 마쳤다. 목표치로 생각했던 만큼의 인원이 모이지는 않았지만 밀도 있는 시간을 깊이 있게 보낼 수 있었다. 하루하루 개별적으로 모집하여 진행할 수도 있었지만 같은 멤버로 이틀 동안 춤추고 만나다 보니 서로에 대해서 안정감과 친근함이 더해졌고 그래서 더 시도해 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춤은 참 신기한 부분들이 있다. 대화를 나눌 때 보다 더 빠르게 상대방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부분들이 생긴다. 그 부분이 무섭고 두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공연이 완성되려면 관객이 있어야 하듯이 워크숍이 완성되려면 참가자가 함께 해주어야 한다. 진행자가 준비한 것들을 공유해 주고 같이 사유하며 춤으로 행해주는 몸들이 모여야 시작되고 끝을 맺을 수 있다.
내 몸은 동굴과도 같다.
하나의 통로이기도 하다.
그 통로를 여러 가지 것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내 몸을 통해 춤으로 나타난다.
이틀 동안 함께 움직여 준 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몸들에게 안부의 인사를 보낸다.
곧 봄이 온다.
춤추기 더 좋은 계절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