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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sun AN May 22. 2017

이 시대 장인은 왜 필요한가?

서울공예박물관에게 던지는 질문2

  

최근 들어 많은 미술관들이 변하고 있다. 매 전시마다 높은 관심 속에 대중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한남동 디 뮤지엄 (D Museum)은 쉽게 접근가능한 전시로 예술의 문턱을 낮춰 예술이 일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시 기획부터 관객 참여 프로그램, 디자인과 SNS홍보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미술관의 변화는 사립미술관에 그치지 않는다. 국공립미술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관의 딱딱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휴식을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예술가의 런치박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와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작품도 함께 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였고 미술관에서 좀처럼 다뤄지지 않던 디자인을 주제로 한 전시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미술관은 20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변화와 함께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권위적이었던 미술관에 대한 비판적 성찰로 미술관이 새로운 무형의 가치를 발견하고 잠재력을 발굴하여 관람객의 일상적 경험과 함께 창조의 장소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서울공예박물관은 어떤 무형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사물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 혁신의 4차 산업이 주목받는 요즘 같은 시대에 공예가 갖는 가치란 무엇일까?           


D Museum  전경


 공예는 선사시대부터 인간 스스로 자연 속에서 의식주를 영위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물을 창조하는 물질문화의 시작으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시대적 관점의 변화에 따라 공예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기는 하였으나 기능적 쓰임을 갖고,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공예’는 “기능의 목적을 가진 수공의 작품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예의 특징은 “쓰임”과 “장인의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이는 곧 공예의 가치이기도 하다. 이인숙 조형예술학 박사는 「도자공예의 영역 확장 연구 : 쓰임과 장인의식의 현대적 해석을 중심으로」에서 지금까지 공예가 비교적 예술에 비해 낮은 대우를 받았던 것은 이 “쓰임”과 “장인의식”에 대한 단편적인 견해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특히 이러한 견해 중에는 장인의식을 다차원적 노동의 기술이자 숭고한 정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이 결여된 단순한 습득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장인은 오랜 경험과 수련에 의해 본래 솜씨의 경지를 초월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고 전통적 문화유산을 이어왔을 뿐만 아니라 생활문화의 조형을 창조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비교적 장인정신이 잘 이어져오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는 장인정신을 문화유산이나 공예에만 국한하여 쓰지 않고 어떤 분야든 자신의 일에 전념하여 무엇이든지 끝까지 섬세하고 완벽하게 하는 직업적 가치관에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인문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일본이 성장하는데 원동력이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 서울공예박물관은 이 시대 뮤지엄으로서 이러한 장인정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을 공간이 되기를 일반인들과 공예인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해서 발달해나가지만 대중들은 그 어느 때보다 핸드메이드 작품을 찾고 수작업의 매력을 몸소 느끼고 싶어하는 열망이 가득하다. 크고 작은 공방들이 생겨나고 퇴근 후 혹은 주말이면 취미생활로 핸드메이드 가구를 만들기도 하고 크고 작은 그릇부터 소품까지 직접 도자를 굽기도 한다. 실제로 주말마다 북촌공방에서 소목 장인으로부터 전통가구 제작을 배우고 있는 한 30대 직장인은 “손으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찾다가 소목을 알게 되어 4개월째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서 “직접 가구를 만드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책이나 TV에서만 보아 왔던 장인으로부터 직접 배우고 지켜보면서 장인들의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처럼 서울공예박물관이 현대인들에게 전해야 할 무형의 가치는 이러한 장인정신과 장인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공예 장인들의 작업과 작품을 대중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라는 공예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공예박물관 유물구입공고

 얼마 전 서울시는 서울공예박물관 유물구입공고를 내며 실질적 박물관 준비의 첫 발을 내딛었다. 유물구입분야는 전통사회 공예품과 제작기술, 근현대사회 공예품 및 전승공예, 특화분야의 공예, 서울의 공예품으로 시대를 막론하고 삶에 적용되어 왔던 생활 공예품과 이에 관련된 제작도구와 재료들, 그리고 해외 공예품까지 포함되어있다. 유물 접수 기간은 2017년 3월 7일부터 3월 24일까지로 이미 종료된 상태이다. 소장품은 뮤지엄의 물질적 자산으로 미술관을 구성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자 미술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이다. 또한 서울시가 서울공예박물관 건립을 위해 배정한 2017년도 예산인 500억의 예산 중 76억원이 투여되는 항목으로 토지매입, 건축, 전시공사 등의 시설비 다음으로 가장 높은 예산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현재 1차로 접수가 되 유물들은 서류 심사와 실물 접수를 통한 최종 평가를 통해 서울공예박물관의 유물을 1차로 구성될 계획이다. 유물 구입 공고 후 서울공예박물관에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전통 도예 공예 장인 신 모씨는 “공고 내용 중에 ‘전통 공예품을 재해석한 공예작품’이라는 언급이 있지만 전통 장인들의 전승공예품은 빠져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지금 현재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에 대한 중요성 인식이 적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었다. 이에 관련하여 서울시 박물관1팀은 “「서울공예박물관 중장기 유물수집계획」에 기반하여 연차적 유물 확보를 추진 중이며, 전승공예품도 포함하고 있음”을 밝히며 전통장인의 전승공예품 유물 구입 등은 이후 추가 절차에 따라 진행될 것임을 알렸다. 


서울 무형문화재 돈화문 교육전시장

 

 서울시에서는 무형문화재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서울시무형문화재를 만들어 서울시 무형문화재를 지정하고 있으며 돈화문 교육전시장과 북촌한옥마을 교육전시장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돈화문 교육전시장과 북촌한옥마을 교육전시장의 경우 두 곳 모두 시설의 규모가 작은 편이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열악하여 장인들도 이를 통해 기대하는 효과가 적으며 일반인들의 참여도 한정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전통 공예를 접하고 장인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은 편이다. 이에 비해 서울공예박물관은 공예를 주제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설립될 계획이기 때문에 시설의 규모와 전시의 수준, 대중적 홍보 등 모든 측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박물관에서 전통장인들의 전승공예품을 유물로 구입하고 이들을 위한 전시 공간부터 대중과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기획함으로써 추상적인 지원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산업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전승이 이뤄지도록 하는 지원이 되길 바라는 장인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구 장인 소 모씨는 “장인이나 작가들이 스스로 서울 시내에 공방을 마련하고 운영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공예인과 장인이 함께 작업하고 교육 프로그램이나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우리의 작업을 알리는 것이 가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서울공예박물관에 기대하는 점을 밝혔다. 또 “이러한 기회를 통해 서울시에서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예인이나 전통장인에 대한 지원을 체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덧붙였다. 


북촌한옥마을 교육전시장


 현재 서울공예박물관이 설립될 풍문여고 자리는 조선시대 왕실에 중요한 공예품을 납품하던 경공장이 있었던 자리였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박물관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서울공예박물관이 전통장인과 전승공예에 대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서울시는 서울공예박물관이 “한국적 공예미를 발굴 전승하여 공예 문화 활성화를 견인하는 공간”으로 “공예를 다시 생활 속으로 환원하기 위한 공예플랫폼”이자 “옛 전통으로부터 이 시대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가는 미래지향적 공간”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예박물관의 발전 방향성을 고려하였을 때 현 시대의 전통 장인과 공예인을 활용한 소장품 수집, 전시 구성, 교육 프로그램, 레지던시 프로그램 등의 기획이 필요하다. 또 이에 대해서 공예인과 전통장인들,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관련 계획에 대한 소통의 노력이 요구된다.      



북촌 전경



안유선 

curator@hanexp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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