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물이 Mar 30. 2024

샤넬백 없는 여자

그건 바로 나!


출처)  CHANEL 홈페이지


많은 여성들에게 샤넬백이란,

 없으면 갖고 싶고

갖고 나면 더 갖고 싶은

그런 대상이 아닐까?


나도 샤넬백, 그것이 내 드레스룸에

자리 잡고 있었으면 좋겠다.




예쁘다.

갖고 싶다.

그런데 나는 샤넬백이 없다.




1000만원이 훌쩍 넘는 그런 메인 모델은 꿈도 안 꾸고

샤넬치곤 적당한 가격?(700만 원대)

적당한 크기?(미니사이즈)로 고른다면,

눈 딱 감고 큰 먹고 한 번 지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마도...?


하지만 난 앞뒤 안 가리고 지르는 성격이 아니라서

아직 샤넬백이 없는 걸 지도 모르겠다.


사실 짠돌이 남편 영향이 제일 컸을지도...

1년에 한두 번 가끔 물욕이 불쑥불쑥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남편에게



나도 샤넬 가방 하나 사볼까?



넌지시 운을 뗄 때마다

남편의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한 게 마음에 안들었다.


항상  샤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마음만 상하고 며칠 동안 남편이 미워진다.


그동안 내가

쌍둥이 엄마로서,

나름 남편 기 살려주려고 노력하는 배우자로서,

생활력도 있다고 자부하는데,

뭔가 억울해진다.



그래, 여보 항상 고생하니까 샤넬백 사러 가자!
당장 이번주 주말에 백화점 가볼까?



남편이 정말 쿨하게 이렇게 말해줬다면

나는 지금 샤넬 가방을 갖게 됐을까?

사실 그것도 모르겠다.


진짜 몇 백, 천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샤넬을 살 생각이 있는지

나 스스로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은 것 같다.


샤넬백보다는 남편의 적극적인 반응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님 진짜 샤넬을 극혐 하는 건지 뭔지

내가 샤넬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절대 내가 원하는 그 대답을 하지 않는다.






몇 달 전에 좀 차려입고 가야 하는 행사가 있었다.

그 한번뿐인 행사 때문에

비싼 가방을 구매하기가 망설여졌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샤넬백을 렌트해 보기로 결심했다.

첫 렌트는 50% 할인이라

하루에 2만 원대로 샤넬백을 빌릴 수 있었다.

물론 시스템상 하루만 빌리진 못하고

최소 5일을 빌려야 하는 구조였다.

10만 얼마를 주고 샤넬미니백을 5일 렌트했다.


샤넬백이 택배로 도착했을 때

난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 작아서,

이렇게 작은 가방이 700만원이라니...


5일을 렌트했지만 샤넬백을 매고 나간 건

행사날, 하루뿐이었다.

그날은 옷도 차려입은 터라 몸도 불편하고

게다가 그 쪼만 샤넬백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혹시 스크래치라도 날까 봐

애지중지 감싸고

부슬부슬 비가 내렸던 날이라 가죽이 상할까 봐

꽁꽁 싸매고...


샤넬백을 모시고 다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날은 몸과 마음이 고된 하루였다.


샤넬백에 어울리는 쿨한 에티튜드가 나에겐 아직 없구나...






가끔 동네에 샤넬백을 매고 다니는 아이엄마가 있다.

그 엄마를 마주칠 때 나의 태도 역시 쿨하지 못하다.


분명 저 멀리서부터 그녀의 샤넬백만 보였는데

가까이 만나 대화할 땐 일부러 가방 쪽을 보지 않는다.


그녀의 샤넬백을 왜 그렇게까지 의식한 걸까?




상대가 샤넬백을 맸다는 걸

의식하고 싶지 않은

아니,

내가 그걸 의식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다.




정말 샤넬이 뭐길래, 참...



샤넬 가방 정돈

  내 마음대로 편하게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스스로 갖추었을 때,


샤넬백에 스크래치 날까 조마조마하면서

들지 않아도 될 때,


그때가 되면


남편한테 말하지 않고,

나 혼자,

백화점에 가서,

일시불로 사고 올 테다!


기다려라 샤넬!!





작가의 이전글 아이를 낳고 나니 친정 엄마가 밉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