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헛함을 채우려면 딤섬을…
누님께!
1.
비나리는 포구를 떠나
멀찌감치 남방으로 내려왔더니 이곳에도 비가 나리는군요. 화창•청명한 날씨를 기대하고 나선 것은 아니었지만 주룩주룩한 비는 좀 너무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컨디션이 여의치 않은 마눌을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딘타이펑에서 점심 식사 후 국립희극원 내에 있는 북카페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입니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느긋하게 대만인들의 문화생활 단면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딤섬을 유독 좋아하는 마눌은
어제, 호텔에 여장을 풀기가 무섭게 ‘팀호완’부터 물색하더니 이내 앞장서 문밖을 나섰습니다. 다행히 호텔 바로 옆 건물 1층 상가에 있더군요. 지난 11월 홍콩에서 맛본 그 맛을 잊지 못한 까닭입니다.(팀호완을 한자로 곰곰 숙고해 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어 ‘띵호와’가 아닌가… 짐작해 보았습니다.)
2.
오늘 아침엔 날씨를 감안하여,
야외보다는 실내에서 타이베이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일정으로 급선회했습니다. ‘타이베이 101’으로 방향을 잡았죠. 지하철과 직결된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이 ’ 딘타이펑‘입니다. 고민하고 망설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마눌은 바로 대기줄에 저를 세웠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거죠. 오픈까지는 약 20여 분 정도가 남았는데 벌써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바로 지난주, 입사동기 모임을 강남역 딘타이펑에서 가졌었는데.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입니다.
딘타이펑에서의 어미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리니 첫째가 상기시킵니다.
“시애틀에서 간 거 기억하시쥬? “
아, 그랬군요.
재작년 봄, 둘째 박사 학위식 참석 후 시애틀 큰아이 집에 들렀을 때 저희를 데리고 간 딤섬집이 딘타이펑이었더군요. 한자를 다시 확인하니 과연 기억이 납니다. 그러했습니다. 이를 본 둘째는 애리조나 휘닉스(정확히는 스캇츠데일)에도 다음 달 오픈한다며 반가워했습니다. 딤섬 식당의 포맷에 일대 혁신을 일으켜 오늘날 글로벌 딘타이펑으로 키운 창업주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기상이 여의치 않아 101의 전망대(경관대)는 걍 스킵했습니다. 잠실 월드타워를 품에 안고 있는 시민에게는 101 정도는 ‘껌값’입니다.
3.
중정기념당(장개석 메모리얼홀) 및 ’ 자유광장‘은,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과 내셔널몰에 동양(중국)적 디자인을 입힌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우선 장개석의 좌상과 링컨의 그것이 빼박입니다. 지붕은 그리스 도리아식 양식(링컨)을 북경 천단공원(?)의 기념전(장개석)의 그것으로 대체했습니다. 자유광장 양쪽의 거대한 국립희극원, 국립음악원이 데칼코마니 형태로 서 있는 것이 인상적인데 내셔널몰에는 오벨리스크와 국회의사당이 링컨기념관과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요. 기념당 안에서 저희 부부 사진을 자청하여 찍어준 커플은, 내친김에 말을 섞어보니 미쿡 미네소타에서 왔답니다. 작금에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미네아폴리스를 아는 척 하니 다소 놀라며 웃더군요. 내셔널몰을 거론하니 그들도 공감합디다. 장개석 머리 위의 한자어 윤리, 민주, 과학을 영어로 번역해 주었습니다.
4.
누님께 먹거리와 볼거리를 자랑질하여 송구합니다.
하루빨리 쾌유하시어 툴툴 자리를 털고 일어나십시오. 그리하여 예전처럼 왕성하게, 지구가 좁다 하고 다니시던 여행길에 태선 형님 손 맞잡고 나서시길 하늘에 간구합니다.
피로를 회복한 마눌이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자고 채근합니다. 날이 맑아지게 되면, 기대하건대 모레 즈음, 대안삼림공원 맞은편에 있는, 성가정 성당을 방문하려 합니다. 그리스도교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척박한 이곳에 귀하게 자리 잡은 소중한 장소라는군요.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알렐루~야!
덧.
대문간의 사진은 ‘타이베이 101’ 지하 푸드 코트에 있는 식당 <설악산>입니다. 설악산 한식요리 전문이라면서 불고기 쟁반을 시그니처 메뉴로 세웠군요.
‘아니, 속초 주민인 우리 부부도 모르는 설악산 한식요리라니.‘
아무려나.
‘이억(?)만리’(??)비내리는 타이베이에서 만나는 ‘설악’입니다. 방가와요, 방가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