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과연 아름다운가!?

What a wonderful world

by 최익석bomiromi

벗에게.


이른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오밤중에 두어 번 깨어 화장실을 다녀오는 일이 잦은 요즈음, 간밤에는 웬일인지 새벽녘에만 한차례 소식이 왔겠죠. 침대 옆 테이블의 등을 켜고는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었습니다.


중동 상황이 궁금했습니다.

아뿔싸.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사망했음을 트럼프가 공식 발표했다는 기사가 속보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내용을 확인해 보니 이란 측에서는 이를 부정하고 있더군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페이스북을 열었습니다.

미쿡에 거주하고 있는 페친 하나가 의미심장한 글 하나를 포스팅했더군요. 존 볼톤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때그때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는 트럼프는 볼턴의 말대로 '큰 그림이나 계획이 없는', '중2 정도' 수준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한탄(?)합니다.


페북은 '알림'으로 U2가 신곡을 공개했음을 '알려' 왔습니다.

당연히 궁금했습니다. 'Song of the Future', 'American Obituary' 등을 새로 선보였군요. 두 번째 곡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멜론과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확인합니다. 짐작했던 대로 사회성 짙은 노래입니다. 최근의 미네소타 사건을 소재로 곡을 만들었음이 확실합니다. 포함하여, 관세 등등으로 잔뜩 물의를 일으킨 트황상이 자신의 실정을 가리기 위해 이란을 공습할 수도 있겠다.. 는 큰 불안이 세상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차입니다. 그는 그 우려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https://youtu.be/Y3ziTSYyook?si=OAG-oH6CJpJOvLwB

<미쿡의 부음>을 노래로 전하는 U2. 사회참여로 유명한 보노(Bono)는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미쿡 입국이 어려울지 모른다. 지금 미쿡 수준이 그렇다.

라디오를 켰습니다.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는 오늘 같은 아침이면 일부러라도 밝은 노래를 들어야 했습니다. 마침 귀에 익숙한 멜로디 하나가 흘러나옵니다. What a wonderful world. 그런데 부르는 이는 루이 암스트롱이 아니군요. 여성 보컬입니다. 보이스가 처연합니다. 노래의 정조도 쓸쓸합니다. 자조적이기까지 합니다. '샤잠(Shazam)'을 들이댔겠죠. <The innocence mission>이라는 그룹이라는군요. 노래가 끝난 후 친숙한 목소리의 진행자, 윤상 아우가 멘트를 날렸습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그것은 산전수전 다 겪은 이가 부르는 것 같다면, 이 곡은 '세상은 정말 아름다울까?'라고 묻는 듯하군요."


과연. 사람의 감성은 이렇게 다 비슷한 듯합니다. 아침을 준비하는 마눌에게도 루이 암스트롱 버전을 포함하여 두 곡을 다시 들려주었더니 역시 반응이 유사합니다.

https://youtu.be/w62QtRPf64M?si=9q1LwGcU2udhbyIC

<The innocence mission>의 What a wonderful world.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이들에 따라 이렇게 해석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는 1967년에 발표되었습니다. 조지 더글러스(George Douglas)와 조지 데이비드 와이스(George David Weiss)가 작사, 작곡 등 공동 작업을 했다는군요. 미. 소련 냉전, 쿠바 위기, JF 케네디 및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흑백 인종 차별, 베트남 전쟁 등 혼돈의 1960년 대에 희망을 전하기 위함이었더라죠. 루이 암스트롱의 소속사 사장은 처음에는 이 곡을 무척 싫어하여 마케팅을 전혀 하지 않았답니다. 짐작컨대, 세상은 그렇지 아니한데 노래는 너무 비현실적이지 아니한가,라는 인식이 작동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1968년 영국 BBC 스튜디오에서 공연한 것이 대히트를 하면서 역주행에 성공, 오늘날의 클래식이 되었다는군요.

https://youtu.be/CaCSuzR4DwM?si=aRxbqIb1M8bwzuO8

1968년 BBC Studio에서의 루이 암스트롱. 그는 이후 이 노래가 지금의 클래식이 되리라고 짐작이나 했었을까.

TV를 켰습니다.

아무래도 CNN이 빠를 듯했습니다. 'Breaking News'가 이미 떠 있었습니다. 빨간 자막이 눈에 화아~악 들어왔습니다.


"Supreme leader is dead."


기어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했군요. 이란 당국이 공식 발표했답니다. 중동은 물론 인간 세상이 격랑에 휘말리겠습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접했던 뉴스와, 페북 페친의 글과, U2의 신곡과, <오늘 아침 윤상입니다> 속 What a wonderful world가 한순간에 흐릅니다. 3월은 이렇게 시작하는군요.


덧.

아일랜드 출신의 보노(Bono)는 이민의 나라 미쿡을 평소 '아이디어(Idea)'라 하여 높이 칭송했다죠. 아일랜드계 갱단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마틴 스코세이지(이탈리아계 후손) 감독의 문제작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2002)에 U2의 곡(The Hands That Built America)이 엔딩곡 OST로 삽입될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는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무려 10개 부문 후보(뮤지컬 영화 <시카고>에 완패, 무관의 비운을 맞는다)에 올랐는데 U2의 엔딩곡은 주제가상 후보였습니다. '이민자들이 맨손으로 일군 미쿡', 자유와 포용 그리고 개척 정신의 나라 미쿡을 웅장하게 예찬했습니다. 그런 그이기에 작금의 미쿡 사회에서 이민자(특히 유색인종)들이 겪는 고난에 대해 한마디 아니 할 수가 없었던 듯하네요.

https://youtu.be/-NDjPSOLpDg?si=rBPX2SDqzMKKHFS1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또다른 명작 <아이리시맨>도 아일랜드계 갱을 다룬다. 역시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나 봉준호의 <기생충>에 완패, 무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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