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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스무리 Feb 19. 2018

걱정 보존 법칙

내 걱정은 내 것이 아니다. 걱정의 총량에 대한 짧은 생각

필자는 기나긴 문송의 세월 속 흐려지고 바래져 가던 기억 속의 과학 용어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서 착안해 '걱정 보존 법칙'이라는 다소 문과스러운 법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선 에너지 보존 법칙의 핵심은 이렇다: '외계에 접촉이 없을때 고립계에서 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다.' 필자의 짧은 이해력을 통해 해석해보면, 지구상 존재하는 에너지의 총합은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말이다. 


필자는 한 사람의 걱정도 에너지 보존 법칙처럼 총합이 일정하지는 않나 생각해본다. 만약 필자에 대한 걱정의 총량이 100이라면, 이 걱정의 양은 어떻게서든 채워져야 하고 유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 및 특성을 고려해볼 때, '나'에 대한 걱정은 약 9할이 넘게 '남'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어떤 고등학생이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내 자식이 왜 영어 점수가 60점인지 걱정하고, 어떤 회사원이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어떤 중학생이 학급에서 너무 튀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쟤는 왜 저런 취미를 가졌을까 걱정한다. 이렇게 나에 대한 걱정의 총량 중 90이 넘는 부분을 다른 분들이 채워주신다. 내가 나에 대해 걱정할 것은 10도 안될 수도 있다. 이처럼 희소식이 있을 수 없다!!


내 걱정을 남이 채워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정해진 걱정의 양을 채우기 위해 일생을 자기 자신에 대해 걱정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왜 이렇게 공부를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말을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게임을 많이 할까? 이런 걱정을 하느라 자기가 그것 말고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이 없을 것이다. 매우 슬픈 삶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내 걱정의 90퍼센트를 남이 해주는 좋은 사회에 살고 있다. 나는 내가 못하는 것에 대해 10 정도의 에너지를 투자해 걱정은 지속하되, 나머지 90의 에너지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 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걱정 보존의 법칙'이다. 필자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기 위해 다소 극단적인 '퇴사'라는 결정을 내렸기에,  이 법칙이 실제로 존재하고 (과학계 말고) 인생계에서 입증되기를 간절히 바라보며 글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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