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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이 Oct 29. 2021

코로나 시대에 비행기 타기란...

쉬운 것 하나 없다

비행기 티켓팅을 여유있게 마치고, 난 아직 시간이 꽤 남았다며 할 일은 차일피일 미루던 어느 날 날아온 메일 한 통.



[귀하의 항공편이 변경되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어 클릭해보니 웬 말인가,

원래는 한국에서 파리를 거쳐 18:30에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하게 되어있던 항공편이 파리에서 지연되어 23:40에 도착하는 항공편으로 바뀐 것이다.


보통 나는 늦은 밤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선호한다. 도착하자마자 자면 되니까.


하지만 이번 여행은 엄마와 이모 가족들이 함께 가는 항공편. 당연히 최대 정원이 5명인 짝꿍의 차는 이용할 수 없다. 꼼짝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 23:40에 도착해 대중교통을 어떻게 이용한단 말인가.



짝꿍과 긴급회의에 들어갔다.


공항버스 마지막 운행 시간은 밤 00:40. 공항버스를 타고 공항에서 스톡홀름 시내로 나올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시내로 나와서는 숙소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시내에서 숙소까지는 도보 30분. 걷기에 나쁜 거리는 아니다. 문제는, 어마어마한 짐과 함께 걸어야 한다는 것. 동양인 5명이 캐리어를 끌고 유럽의 밤 거리를 30분을 걸어야 한다.


기각.



스톡홀름 시내에서 택시를 타는 건?


정 방법이 없으면 택해야 하는 방법이기는 하나 짝꿍까지 포함해 6명의 사람들이 10개는 족히 될 캐리어를 들고 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한 대의 택시로는 어림도 없다. 최소 2대이다.


그럼 택시 2대를 탄다고 가정했을 때 30분 거리를 이동하면 나올 택시비는 최소 15만원.


최후의 보루로 패스.



변경이 가능한 다른 시간대의 항공편이 있는지 알아보니, 오예!

새벽 2시에 출발하는 비행기 하나가 있었다. 그러면 스톡홀름에는 12시 30분쯤 도착하게 된다.


경유를 두 번 거쳐야 하긴 하지만 어떠랴, 야밤에 도보보다는 낫지.


항공편을 변경하고 변경 완료 메일까지 받은 후 도착 시간을 고려하여 일정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흐른 10월 27일.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귀하의 항공편이 변경되었습니다.]


눈이 튀어나올 지경.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홀리 쒯. 피하고자 아등바등 머리 싸맸던 23:40 도착 항공편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심지어 이번에는 변경 가능한 항공편도 없었다.



짝꿍과 다시 회의를 시작했다.

택시를 타거나, 항공편 자체를 아예 다른 항공사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부랴부랴 항공사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뭐시라?

급히 초록창에 '에어**스 고객센터 번호' 를 검색했다. 내가 전화를 건 것과 다른 번호가 2가지 나왔다. 왜 이렇게 떠도는 번호가 많은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이유는 모르겠고, 순서대로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탈락.

다시 시도.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하마터면 휴대폰을 던질 뻔 했다. 아니 왜?


페이스북에 항공사를 검색했다. 다른 고객센터 번호를 안내하고 있었다. 혹시 몰라 그들에게 '항공편 티켓 환불을 원한다' 는 메세지를 남겨둔 후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



진짜 짜증났다.

마음은 급한데,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아 빨리 항공편을 예매해야 하는데 왜 자꾸 고객센터 번호는 없는건지. 페이퍼컴퍼니인건지?


이리저리 검색하다보니 까까오톡으로 문의를 할 수 있다는 글이 보였다. 급히 검색해 친구에 추가했다.


그들에게 말을 걸자 그들은 '코로나로 인한 항공편 예약 및 변경은 전화로만 가능합니다.' 하며 새로운 고객센터 번호를 안내했다. 전화를 걸자, 드디어 신호가 갔다.


대기가 많으니 기다려달라는 멘트가 나왔다.

어유, 기꺼이. 몇 번만에 드디어 연결이 됐는데 기다리는 것쯤이 대수인가.



10분.


15분.


30분.


40분.


1시간.



언제 전화 연결이 될 지 몰라 참고 있었던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도 상담원은 전화를 받을 줄 몰랐다.


약 1시간 반이 경과한 시간, 드디어 대기음이 멈추고

"반갑습니다 에어**스입니다."

하는 인사가 들렸다.


환불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항공사에서 티켓을 변경한 것이고, 이 티켓이 일정과 맞지 않으니 환불은 당연히 수수료없이 가능했다.


환불에 걸릴 기간은 최대 4-6주. 즉, 새로운 항공편은 내 통장에서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다른 항공사의 티켓을 예매하고 나니 통장이 훅 비었다.


유럽이 아닌 경유지를 거칠 일정.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곳인데 괜찮을까 염려되어 각 나라별 코로나 규정을 싹 다 찾아보았다.

어떤 검사를 해야하며 어떤 서류를 지참해야 하는지.


'*키항공 유럽 후기'

'*키항공 스웨덴 후기'

등을 검색해 후기를 싹 다 뒤졌다.


아마 스웨덴에 도착할 때까지, 그리고 한국으로 다시 출발할 때까지 이 긴장감은 계속 되겠지.

근데 *키항공, 너도 항공편 바꿀 건 아니지..?

제발, 이제는 그냥 조용히 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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