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설명 없이 곁에 있던 얼굴
왜 힘든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그래서 지금 어떤 상태인지.
말을 꺼내는 순간
정리되지 않은 마음이
더 흐트러질까 봐
차라리 입을 다물게 된다.
그런데 가끔
아무것도 묻지 않는 얼굴이 있다.
왜냐고 묻지 않고,
조언을 꺼내지 않고,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 얼굴.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물며
같은 시간을 견뎌주는 사람.
그 얼굴 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아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설명 없는 곁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
정리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는 감각.
그건
말보다 깊고,
충고보다 오래 남는다.
우리는 종종
좋은 말을 찾느라
곁에 있는 법을 잊는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그냥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
아무 말 없이
같이 앉아 있는 것,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다시 버틸 힘을 얻는다.
오늘 밤에는
이 얼굴을 떠올려보자.
설명 없이
곁에 있어 준 사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던 눈빛.
그리고 만약
그런 얼굴이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면
괜찮다.
괜찮아.
아직 없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