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나는 니 편이야

23화 아이는 나를 믿고 안겼다

by 봄울


아이들은
말보다 먼저 몸으로 묻는다.


지금 안아도 되는지,
지금 울어도 괜찮은지,
지금 이대로 있어도
사랑받을 수 있는지.


그래서 아이가 안길 때는
그냥 안기는 게 아니다.
믿고 오는 것이다.


그날 아이는
자꾸만 나를 안았다.


시간은 촉박했고,
해야 할 일은 머릿속에서
계속 나를 재촉했지만
아이는 그걸 몰랐다.


아니, 몰랐다기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엄마 품이 필요하다는 것.


아이를 안아주며
마음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아이의 숨이 느려질 때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의 몸이 먼저 풀렸고,
표정이 달라졌고,
환하게 웃었다.

그 순간 알았다.


아이는
설명을 원하는 게 아니었고,
해결을 바란 것도 아니었다.


그저
믿을 수 있는 자리에
잠시 머물고 싶었던 거다.


아이에게
안아줄 사람이 있다는 건
세상이 안전하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 품은
항상 완벽할 필요도 없고,
항상 여유로울 필요도 없다.

그저
도망가지 않으면 된다.



어른도 다르지 않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안기고 싶을 때는
조언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판단이 두려워서도 아니라,
믿고 잠시 쉬고 싶어서다.


그 믿음은
아주 조용하게 전달된다.


오늘 밤
혹시 마음이 먼저 안기고 싶다면
그 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괜찮다.


믿고 안길 수 있다는 건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으려는 본능이다.


괜찮아.
그 마음, 괜찮아.

그리고 기억해 줘.


누군가를 믿고 안길 수 없을 때에도
나는
도망가지 않는 자리에서
니 편이야.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2화괜찮아, 나는 니 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