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편리함 하나를 탈퇴했다

“아이를 두고 일터로 나선 누군가의 하루를 떠올리며”

by 봄울


나는 오늘 쿠팡을 탈퇴했다.

조용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사실 나는 오랫동안 쿠팡을 썼다.
회사 간식과 비품을 내 계정으로 구매했고, 한 달 사용 금액도 적지 않았다.
편리했고, 빨랐고, 익숙했다.


개인정보 유출문제가 있었지만,
‘다들 쓰는데 뭐’라는 생각도 솔직히 있었다.

그러다 어제, 한 기사를 읽었다.




8살과 6살 아이를 두고
한 쿠팡 배송기사가 과로로 숨졌다는 기사였다.

그 아이들의 나이는
지금 내 아이들의 나이와 같았다.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이런 생각이 스쳤다.


“왜 그렇게까지 무리했을까?”
“조금 덜 벌면 안 됐을까?”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그건 개인의 욕심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배송을 제시간에 하지 못하면
건당 패널티가 붙고,
패널티가 쌓이면 급여가 깎이는 구조였다.


시간을 늦추면 돈을 잃고
속도를 늦추면 생계를 잃는 구조.

그들은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잃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갈아 넣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이 있었으니까.




그 편리함의 정체


우리가 누리는 ‘로켓 배송’은
그저 시스템의 효율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잠을 줄이고,
식사를 미루고,
화장실을 참고,
몸의 신호를 무시하며
그 속도를 떠받치고 있었다.


나는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편리함의 비용은, 누가 지불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 비용이
누군가의 건강,
누군가의 생명,
누군가 아이들의 아빠라면
나는 더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탈퇴했다


탈퇴 사유를 묻는 칸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편리함을 좋아했지만,
내가 누리는 편리함이 누군가의 목숨값이라면
그런 편리함은 원하지 않는다.”


이 선택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소비,
내 양심을 속이지 않는 선택은 하고 싶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이 글은
누군가를 비난하려는 글이 아니다.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쓰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을 읽고
단 한 번이라도 멈춰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 편리함은 어디서 왔는지
누가 그 값을 치르고 있는지

우리가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어도
어떤 편리함을 거절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오늘, 그 선택을 했다.





#탈퇴

#배송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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