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자리로 다시 들어가다

by 봄울


사랑방이라는 8주 과정을
나는 오래 미뤄두고 있었다.


교회에 등록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발달이 느린 두 아이를 키우고 있고
집과 교회는 멀었다.


마음은 늘 있었지만, 현실은 늘 “지금은 아니야”라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다 일주일 전, 신청을 했고
어제 처음 그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분위기.
괜히 또 에너지를 써야 하는 자리는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모임을 이끄시는 장로님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기독교는 개인의 깨달음을 향해 가는 종교라기보다
연결의 종교라는 이야기였다.


하나님과의 연결,
그리고 그 연결 안에서
자기 자신을 넘어 타인을 위해 기도하게 되는 자리.


특히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
내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풀리게 될 거라는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닿았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친해진 것도 아닌데
무슨 대단한 고백이 오간 것도 아닌데
새로운 연결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 삶의 판이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처럼.




요즘 내 삶에는 여전히 위기가 있다.
지식산업센터 문제는 끝나지 않았고,
증언을 하겠다고 말한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고마움이었지만
나에게는 분명 위험을 동반한 일이기도 하다.


한 가지 선택 앞에서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고맙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역할을 기대한다.


그 서로 다른 반응들 사이에서
미안함과 책임감, 부담과 두려움이
겹쳐서 올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만큼 마음은 조용하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오히려 평안하다.




오늘은
콘텐츠로 삶을 바꾸는 사람들을 돕는 곳을 알게 되어
프리랜서 지원서를 작성했다.


아직 연결된 것은 없고,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지원서를 제출하는 순간
이미 새로운 시작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되고 나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며 문장을 써 내려간 시간 덕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방향으로 살고 싶은지
나 스스로에게 다시 묻는 시간이었으니까.




돌아보면
시작은 늘 해결 이후에 오지 않았다.
연결은 늘 준비가 완벽해졌을 때가 아니라,
다시 관계 안으로 들어온 순간에 시작되었다.


어제의 사랑방도,
오늘의 지원서도
아직은 작고 조용한 움직임이지만

나는 안다.


지금,
나는 다시 연결의 자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내 삶의 판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바뀌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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