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축복의 길
아이들은 오아시스의 작은 방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멀리서
낙타 방울 소리가 들렸다.
상인들이 떠나고 있었다.
횃불이 움직였다.
별빛 아래
낙타 행렬이 사막 길을 따라
천천히 멀어졌다.
유셉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바람이 불고 있었다.
사막의 바람.
모래가 낮게 흘러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바람이
조용히 멈췄다.
민찬이 눈을 떴다.
햇빛이 눈부셨다.
그는 잠시 눈을 찡그렸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바라봤다.
사막.
야자나무.
오아시스.
무너진 돌벽.
하지만
시장도
낙타도
상인들도 없었다.
멀리서
짚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루이가 말했다.
“…어?”
민찬이 속삭였다.
“우리… 돌아왔어?”
유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모래 위에 서서
오아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하나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향신료 주머니.
따뜻하고 낯선 향기가
조용히 퍼졌다.
민찬이 눈을 크게 떴다.
“그거…”
유셉이 천천히 말했다.
“길의 향이다.”
그는 다시 오아시스를 바라봤다.
조용한 유적지.
바람도
이제 불지 않았다.
하지만
유셉은 알고 있었다.
방금 전에
그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그는 조용히 말했다.
“우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웃었다.
“메카에서 노래했어.”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꿈.
세상은 모르는 꿈.
하지만
봄울밴드가 알고 있는 꿈.
그날 오후
공연 영상이 SNS에 올라왔다.
향신료의 노래.
그리고
Blessing 메카.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도시에도 와줘.”
“Blessing 두바이.”
“Blessing 무스카트.”
“Blessing 베이루트.”
“Blessing 암만.”
“Blessing 다마스커스.”
아이들의 노래는
천천히 퍼져 나가고 있었다.
어른들의 세상에서는
여전히 다툼이 있었다.
국경이 있었고
분쟁이 있었고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를 축복하고 있었다.
노래로.
춤으로.
미소로.
오래전
향신료가 세상을 이어주던 길이 있었다.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그 길을 건넜다.
그리고
2000년이 흐른 지금
다시
누군가가
그 길 위에 노래를 얹고 있었다.
몇 달 뒤.
연습실.
유셉이 기타를 들고 있었다.
민찬이 물었다.
“다음 노래 뭐야?”
유셉이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Blessing 두바이.”
루이가 웃었다.
“진짜로?”
유셉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길 위에 있으니까.”
하나는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한 줄을 적었다.
길은
아직
노래하고 있다.
창문 밖에서
바람이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