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울밴드

28화 오아시스의 노래

by 봄울



저녁 바람이
오아시스를 지나가고 있었다.


야자나무 잎이
천천히 흔들렸다.

우물 옆 작은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낙타들이 조용히 서 있었다.

모래 위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향신료 자루.
천.
도자기.


상인들은
거래를 마치고
잠시 쉬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도 조금 어리둥절했다.

민찬이 속삭였다.


“여기… 진짜 시장 같다.”

루이가 주변을 둘러봤다.


“촬영 세트 아니야?”


그때

유적지를 안내했던 사람과

어딘가 닮은 남자가
다가왔다.


하지만
옷이 달랐다.

긴 옷과 터번.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연을 하는 분들이시지요?”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민찬이 웃었다.


“공연?”

루이가 말했다.


“여기서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길 위에서 쉬고 있습니다.”

“노래는 좋은 선물이 되지요.”


아이들은 주변을 둘러봤다.

기타도
드럼도
피아노도 없었다.

하지만
작은 북들이 있었다.


손북.
나무 타악기.


유셉이 북을 들었다.

민찬이 박자를 맞췄다.
루이가 리듬을 잡았다.


사람들이
천천히 모이기 시작했다.


상인들.
낙타를 잡고 있던 젊은이들.
오아시스 마을의 아이들.


저녁 바람이 불었다.

야자나무 잎이 흔들렸다.

유셉이 북을 두드렸다.

둥—


민찬이 노래를 시작했다.




향신료의 노래


바람이 향을 싣고 오던 길
이름 대신 향으로 인사하던 길


사람들이 조용히 듣고 있었다.

통역자가
천천히 말했다.


“이 노래는
길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노래입니다.”


상인들이 웃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길을 연 사람들
향으로 세상을 잇던 사람들


북 소리가
사막으로 퍼졌다.

사람들이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낙타 방울이
리듬처럼 흔들렸다.

노래가 끝나자
광장에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유셉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한 친구를 소개하겠습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하나.”


하나는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조용한 미소.

그리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빙글 돌고
손을 들어 올리고
아이처럼 가볍게 뛰었다.

정해진 동작은 아니었다.


그저
기쁜 몸짓이었다.

통역자가 말했다.


“이 춤은
이 땅을 축복하는 춤입니다.”


사람들이 웃었다.

박수를 쳤다.

한 젊은 상인이 말했다.


“멀리서 온 새 같군.”


유셉은 북을 치며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래와 춤이 끝났다.

광장은
웃음과 박수로 가득했다.


한 상인이 다가왔다.

작은 주머니를
하나에게 건넸다.

향신료가 들어 있었다.

그가 말했다.


“길의 향이란다. 멋진 공연에 대한 선물이다.”



어둠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상인들이
낙타에 짐을 싣기 시작했다.

횃불이 켜졌다.


민찬이 물었다.

“어디로 가요?”


상인이 웃으며 말했다.

“페트라”


민찬이 눈을 크게 떴다.

“페트라요?”


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우린 이제 북쪽으로 간다. 메카에서

페트라까지는 아직 여러 날이 남았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멀리서
낙타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별빛 아래
사막 길이 열리고 있었다.


유셉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우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속삭였다.

“메카에서 노래했어.”


사막의 밤이
천천히
길 위로 내려오고 있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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