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는 내려가는 것이고,
높이는 돌파하는 것이고,
넓이는 품는 것이라면,
길이는 무엇일까.
깊이와 높이와 넓이는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길이는 다르다.
길이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만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지금 이 순간에 머문다.
오늘의 감정,
오늘의 선택,
오늘의 결과.
그래서 자주 착각한다.
이게 끝인 것처럼.
하지만 하나님은
한 순간이 아니라
전체를 보고 계시는 분이다.
내가 시작한 곳과,
지금 서 있는 자리와,
아직 도달하지 않은 끝까지.
그래서 하나님의 길이는
"얼마나 멀리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끝까지 함께하시는가”이다.
나는 여러 번 멈췄다.
지치면 멈추고,
이해되지 않으면 멈추고,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멈췄다.
어떤 날은
아예 돌아서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길은 사라지지 않았다.
내가 멈춘 자리에서도
그 길은 계속 이어져 있었고,
내가 방향을 잃은 순간에도
그 길은 여전히 나를 향해 열려 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이제 조금 안다.
그 길은
내가 만든 길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걸어가신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길을 잃어도
완전히 잃어버릴 수는 없다.
이미 만들어진 길 위에
다시 서게 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깊이는
내가 나를 만나는 과정이었고,
높이는
내가 나를 넘어서는 순간이었고,
넓이는
다른 사람을 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길이는
그 모든 것을
끝까지 이어가게 하는 시간이었다.
길이는
빠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사람의 것이다.
아니,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멈춰도
다시 걷는 사람의 것이다.
하나님은
나의 속도를 재촉하시는 분이 아니라,
나의 걸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분이다.
그래서 길이는
노력의 결과라기보다,
함께 걸어주시는 분에 대한
신뢰에서 시작된다.
지금도 나는
완벽하게 걷고 있지 않다.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멈추고,
여전히 돌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 길은
내가 끝까지 가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끝까지 함께하시는 분이 계시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다.
멀리 가지 못해도 괜찮고,
빠르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 길 위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길이
끝까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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