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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 조명 체험 세미나 후기(feat. X100RGB)

당신의 사진에 빛의 처방이 필요합니다. 수술에 동의하시겠습니까?

by 봄을기억해
새로 나온 X100 RGB 조명으로 촬영한 사진. 색상이 묻어나도록 조명을 세팅했던 촬영이지만 흑백 느낌이 더 좋아서 이렇게 리터칭 해보았다.

그동안 인물촬영을 계속하다 보니 자연광으로 촬영하는 것을 넘어서 직접 분위기를 연출하거나 컨셉에 맞는 조명 세팅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본격적으로 배워보겠다는 결심을 다진 이후 조명 관련 강의 및 촬영 실습에 참여한 횟수만 해도 얼추 스무 번은 넘었을 것이다. 슬슬 스튜디오에서 대여하는 조명이 아니라 직접 쓸 조명을 구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 세기몰에서 진행한다는 지윤 조명 세미나를 보았고 홀린 듯이 신청했던 것이 지난 2주 전의 일이다.


감사하게도 세미나 참가자로 선정된 덕분에 평소 궁금했던 지윤의 지속광 조명인 X100 및 X60 시리즈를 직접 써볼 수 있었다. 사실 X100과 X60 조명은 발매되던 시점부터 진작 알고 있던 조명이었다. 당시에도 작으면서 뛰어난 광량을 가진 지속광 조명으로 호평이 자자했다. 휴대성 및 지속 시간도 괜찮은 편인 데다 매력적인 광원 연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고 그때 나는 내게 조명이 필요한지를 냉정하게 되물으며 사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던 기억이 난다. 발매된 지도 어느덧 2년쯤 지난 시점이라 이번 세미나가 열린 취지가 무엇인지 궁금한 마음이었는데 최근 들어 X100 시리즈의 RGB 버전 조명이 새로 발매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번 세미나는 새로 출시된 X100 RGB 조명과 더불어 기존 X100과 X60을 사용해 볼 수 있었고, 그 외에도 미리 세팅된 G300 등 다양한 조명을 이용해 연출할 수 있는 세팅들을 경험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재미있는 점은 이번 세미나가 단순 조명을 체험해 보는 자리인 것을 넘어서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지윤 조명 세미나는 중증외상센터라는 넷플릭스 드라마 컨셉을 차용해서 적절한 빛(조명)을 처방해 준다는 컨셉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세미나 장소에 가기 전에는 '컨셉이라고 해봐야 조명이 메인인데 뭐 얼마나 준비하겠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일관되게 컨셉을 맞추기 위한 디테일이 상당해서 무척 놀랐다. 관계자분들이 진심을 다해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고, 준비된 디테일이 무척 감탄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세기 P&C 사옥의 2층과 6층이 해당 컨셉에 맞게 세팅되어 있었는데 세미나 장소로 향하는 문부터 컨셉에 진심이었다.
조명 해부도라는 이름으로 조명의 각 부분과 기능을 설명해둔 포스터도 인상적이었다.
중증외상센터라는 컨셉은 촬영장으로 가는 동선에도 적용되어 있었다. 바닥에 적혀있는 문구들과 이를 강조하기 위해 조명이 같이 세팅된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조명 강연을 해주기 위해 함께 자리해 주신 유튜버 포토파블로님 역시 컨셉에 맞춰 의사 가운을 입고 등장했고, 모델분도 역시 의사 가운을 입고 촬영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세미나의 컨셉이 일관되게 지켜지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조명을 통해 당신의 사진에 빛을 처방한다라는 표현은 조금 과장된 느낌이긴 하지만 실제로 원하는 장면을 한 컷을 만들기 위해서 스튜디오에서 여러 조명을 세심히 세팅하는 것을 익히 경험해 보았고, 심지어 야외조차도 조명이나 반사판을 이용해 필라이트를 채우는 것 하나로 사진의 품질이 달라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납득이 되는 말이었다.



유튜버 포토파블로님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편견 중 하나는 조명은 무조건 출력이 높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패션 사진 클래스를 다니면서 확신처럼 굳어진 것이었는데 패션 사진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광원들은 하드라이트를 의도하지 않는 이상 엄브렐러나 디퓨저와 같은 라이트 쉐이핑 툴을 이용해 크고 부드러운 광원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빛을 부드럽게 걸러내는 과정에서 빛의 밝기가 말도 안 되게 줄어들기 때문에 출력이 높은 것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명 연출 시 반드시 소프트 라이트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면, 또는 야외에서 필라이트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100W나 60W 정도의 광량은 충분히 필요한 연출을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얼마 전 진행한 야간 촬영에서는 이보다 적은 40W의 조명으로도 필요한 연출이 가능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조명의 출력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다시금 깨달은 것이 내가 이번 세미나에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러 조명을 세팅할 때 어떤 방식으로 세팅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그 순서와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시는 점이 무척 도움이 되었다.


이 정도의 촬영은 100W의 조명과 반사판 하나로 충분했다. 하단에 세팅한 반사판이 필라이트 역할을 하면서 하드라이트의 느낌을 반감시켰기 때문에 그림자도 그렇게 딱딱하지 않다.
파라볼릭 소프트박스는 그 동안 사용해본 것들과 비교해보면 작은 편에 속했고, 이렇게 작으면 딱딱하고 거친 빛이 되기 쉽다. 그러나 반사판 덕분에 빛이 부드럽게 연출되었다.
조명 하나와 반사판 하나로 촬영한 다른 예시 사진들.

막상 찍어보고 나니까 '뭐든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구나' 싶었다. 분명 300W~500W 조명이 훨씬 더 다양한 연출을 하기 용이하거나 여러 사람을 동시에 촬영할 때 가지는 장점이 있을 것이지만 체감상으로는 60W~100W 조명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연출 및 촬영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물을 촬영하기에도 충분하니 정물이나 음식 같이 더 작은 피사체들을 촬영하는 것에는 더더욱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세기 P&C에서는 인물사진 네 가지 컨셉 촬영 외에도 정물 사진 촬영 세트 하나, 음식 사진 촬영 세트 하나를 각각 준비해 주셨는데 지윤에서 발매한 조명들로 여러 케이스가 소화 가능함을 보여주기 위한 세팅들로 보였다.


Molus G200을 통한 2조명 세트 구성. 그라데이션이 포함된 배경지를 이용해 유리잔에 담긴 음료의 색상과 조화를 살렸다.
구도가 감각적으로 느껴지도록 렌즈 화각과 각도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촬영해 보았다. 배경지 색상과 유리잔의 음료 색상이 미려해서 사진의 분위기가 잘 연출되었다.
지윤의 모든 조명들은 태블릿에서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한 점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색온도나 광량을 조절할 때 태블릿으로 조정하니 촬영장 세트를 보며 작업하기 편했다.
세팅된 조명은 Bi-Color 조명으로 색온도를 조정하거나 광량을 조절할 수 있었다.
음식 촬영도 마찬가지로 2조명 세팅이 되어 있었다. 노란색 배경지와 어울리는 노랑/빨강/초록색의 음식을 배치하여 연출한 구성이다.


실제 연출샷들. 이 두 사진은 왼쪽의 조명 방향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느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연출 의도에 따라 주제가 되는 음식 하나만을 부각하거나 전체 식탁 구성을 함께 보여주는 구성으로 촬영해보았다.


인물 촬영은 2층의 촬영 세트로 넘어가 촬영하였다. 세트장은 분위기가 연출되어 있는 장소에 맞춰 조명을 바꿔 촬영하는 컨셉이 두 개와 완전히 비어있는 공간 안에 조명을 연출하는 컨셉 두 가지로 총 네 가지 촬영이 진행되었다.

수술실의 조명이 생각나기도 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드는 세팅이었다. 어딘지 몽환적이고 으스스한데가 있는 느낌이랄까? X60 조명 다섯개를 함께 사용해 조명이 구성되었다.
상반신 클로즈업 촬영. 앞에 조명을 하나 더 사용하여 촬영한 사진이다.
앞에 조명을 켜느냐 아니면 역광으로만 촬영하느냐에 따라서도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비슷한 구성이지만 전면의 조명에 색을 더하느냐 아니면 정확한 컬러를 맞추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꽤나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제법 잘 연출된 장면들, 정말 넷플릭스 포스터로 하나쯤 써볼법 한 퀄리티가 나온 것 같다.


아래는 쉬는 시간을 약간 가진 후 두 번째로 진행한 촬영 컨셉이다. 같은 장소지만 조명을 달리 연출하고, 뒤에 Make It Real 텍스트에 불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는 양쪽에 X100 RGB 조명을 각각 배치하여 모델분의 좌우측에 각각 색상을 입혀 촬영하도록 연출되었다.


이번 연출 컨셉을 모델에게 설명하고, 조명 및 위치를 어떻게 잡아가는 것이 좋을지 시연해 주시는 포토파블로님, 그리고 세미나 참가자들의 모습을 함께 담아보았다.
이번 세미나의 주인공인 X100 RGB를 이용해 색상을 부여하는 세팅 진행 중 촬영컷. 조명의 밝기와 색상이 장소 및 모델의 복장과 어울리는지도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X100 RGB 모델에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미니 렌즈 리플렉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 미니 렌즈 리플렉터는 그 이름처럼 소형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빛을 모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리플렉터를 사용하기 전보다 약 3.6~5배로 빛의 밝기를 향상시켜준다. 일반적으로 RGB 조명이 Bi-Color 조명보다 광량이 조금 약한 편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보였고, 기존 X100에도 호환되는 액세서리여서 좀 더 밝은 광량으로 촬영하고 싶은 유저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생각되었다.


양쪽 조명에 각각 색상을 부여하여 저마다 다른 느낌을 연출해본 사진들. 네온사인 빛 같기도 하고 독특한 느낌이 난다.


마지막 촬영은 스팟라이트 어태치먼트를 이용한 촬영이다. 다른 조명들에서는 보통 옵티컬 스누트라고 부르는 장비로 알고 있다. 이 부가장비는 빛을 좀 더 모아주고, 앞단에 필터를 이용해 빛의 모양을 다양하게 연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빛으로 만들어낸 테두리 역시 날카로운 엣지가 살도록 연출할 수도 있고, 좀 더 부드러운 경계선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광원의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인물 전체를 덮기 위해서는 거리를 좀 더 떨어뜨려야 했다.


스팟라이트 어태치먼트에 고보를 끼우고 조정하는 모습. 고보 필터는 종류가 다양하며 지윤은 10가지 필터를 제공하고 있다.
원형 필터를 사용한 촬영 예시. 그림자도 제법 선명하고 진하게 연출되어 모델과 함께 담기 좋은 피사체가 된다.
고보 필터 중 일자로 빛이 들어오는 스팟을 극단적으로 좁힌 연출. 좌측 사진은 엣지 없이 부드러운 경계면이, 우측 사진은 상대적으로 날카로운 경계면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고보 필터를 이용해 창밖 블라인드 너머로 빛이 넘어오는 듯한 연출컷. 실제 블라인드에서 넘어오는 빛은 확산되어 사이사이 그림자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흐려지지만 고보는 뚜렷한 편이다



작고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X100. 써보니 더더욱 구입을 망설일 이유가 사라졌다.


세미나 마지막 시간의 Q&A 및 후보정에 대한 팁을 얘기해 주시는 부분도 무척 유용했다.
세기 P&C 측에서 제공해 주신 케이터링 물품. 알찬 구성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신 점이 무척 감사했다.


세미나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총 5시간이나 진행되었지만 길다거나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세기 P&C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에 참여해보고 싶어 졌을 만큼 말이다. 장시간 촬영으로 피로감이 몰려올 법도 한데 끝까지 촬영에 열정을 다해주신 김주연 모델님, 세세하게 조명 연출법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가르침을 주신 포토파블로 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이 세미나를 준비해 주신 이세환 과장님과 친절하게 응대해 주신 세기 P&C 직원분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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