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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2: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1

일본 다카마쓰 여행기

by bona

걷다가 너무 더워서 익혀지다 못해 녹고(melting) 있는 나를 발견할 때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에 도착했다. 역시 안도 다다오의 작품으로 노출 콘크리트 벽을 따라 들어간다.


건물에는 '자연과 예술과 건축의 조화'라는 컨셉이 맞게 세토 내해를 바라보며 예술 작품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 안에는 호텔이 있어 숙박도 가능하다. 이제껏 다녔던 나오시마의 다른 미술관과는 달리 사진 촬영이 가능했다.


<Great Criticism: Disney, Wang Guangyi, 2000>

중국에 불어닥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이다. 어린이들의 꿈으로 돈을 버는 디즈니 사가 문화대혁명을 영화 뮬란처럼 상품화한 모습이 그려졌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숫자들이 적혀있는데 마치 바코드에 위에 있는 숫자처럼 보인다. 예전 중국 베이징 798 예술구에서 봤던 작품들과 결이 비슷해 보였다.


<Bloodline Series: The Big Family No.10, Zhang Xiaogang, 2000 >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그대로 빼닮은 아이들의 무표정한 모습에서 혈연과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반복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족사진이 오래되면 빛이 바래 얼룩이 생기듯이 작품에서도 빨갛게 얼룩이 묻은 것처럼 묘사되었다.


그림을 계속 보고 있으니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산사나무 아래>가 생각났다. 영화 분위기도 그림처럼 회색빛이 감돈다.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배우 주동우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RM덕에 알게 된 박서보 화백의 작품

전시장 안과 테라스에 각각 나무 조각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국 작가 리차드 롱(Richard Long)이 나오시마 세토 내해로 떠내려온 나무 조각들을 모아서 설치한 작품이다. 원은 일본의 국기를 상징하나?!



리차드 롱 작품 중에서 위의 나무 원보다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아래 작품이다. 작품에는 작가가 미국 텍사스 빅 벤드(Big Bend) 지역을 10일 동안 걷던 중 남쪽으로 60분 동안 직진해서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행동한 것들이 차례대로 적혀있다. 용암석, 도마뱀, 곁눈질, 산들바람, 수평선, 옷이 바삭거리는 소리, 빨강, 절벽, 고요함, 등등. 여행이나 일상에서 걸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차례대로 나열해 작품으로 만들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60 Minute Walk, Richard Long, 1990>


1층으로 내려가니 관람객이 많았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을 가만히 보니 국기였다.

이것은 북한 국기
대한민국 국기 찾음
괜시리 옆에 가서 서보기도 하고

작품의 이름 <Three Chattering Men, 1986>처럼 입이 계속 움직이고 소리도 난다.

Yeah, 한 손을 들어보기도 하고
배 옆을 어슬렁거려 보았다
<The Secret of the Sky, Kan Yasuda, 1996>

통유리로 된 문을 열면 <하늘의 비밀>이라는 작품이 나온다. 하늘로 뻥 뚫려있는 공간에 매끈하게 다듬어진 거대한 바위 두 개가 놓여있다.



놀랍게도 바위 위에 눕는 것이 허용된다. 작가는 사람들이 바위 위에 누워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모습을 관찰하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정오의 하늘은 너무 뜨거워 바위 위에 완전히 눕지는 못하고 그림자가 있는 곳에서 걸터앉아 봤다. 돌이 따뜻했고 잘 다듬어져 매끈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세토 내해가 보였다. 경치 굿.

세토 내해
베네세 하우스 외관

통유리창 안은 식당이다. 벌써 오후 2시가 다 되어 배가 고팠지만 이미 만석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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