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by 보나쓰

오늘이 어제와 같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하죠.

내일이 오늘과 같지 않으면서 어제를 닮을 수 있는 것도 당연하죠.

바람과 현실은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원망이 생기고, 욕심도 생기고 기대도 생깁니다. 인생이라 그렇죠. 아니라면, 우리가 무엇을 하며 살겠습니까? 아니라면, 우리가 왜 이렇게 살아가겠습니까? 조금만 돌아보면 알게 되죠. 내가 살아가는 인생은 이미 누군가의 발자국 위일 수도 있다는 걸.


걷다가 돌아보면 아무도 없지만 자꾸만 등이 서늘해지는 걸 느끼며 산책로를 한 시간여 걸었습니다. 다 걸을 때 까지도 등줄기가 서늘해 이상하다 생각하면 뒤도 돌아보지 못했죠. 현관에 들어서서야 뒤를 봅니다. 아무도 없는, 어둠이 얽기 설기 거미줄을 친 공기층에는 가느다란 바람만 불고 있습니다. 자꾸만 뒤에 뭔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산책길의 평안을 빼앗아 갔습니다.


알든 모르든, 모든 감정은 적당한 시기에 적당히 찾아옵니다. 그 감정을 붙들고 붙들지 않고는 내 선택이죠. 복잡한 마음을 겨우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지만 또 모르죠. 그 마음이 내일 아침에 다시 나의 매일을 뒤흔들어 놓을지도. 그럼 어쩝니까? 어쩔 수 없이 겪어야죠. 겪어내고야 마는 거죠.


우리는 단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금요일 연재
이전 20화날이 좋아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