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좋아졌네요

일상의 소고 I

by 보나쓰

겨울 햇살이 옷을 갈아입자마자 차를 몰고 나왔다. 행선지를 정하고 출발하지만 사실 결국 내가 어디에서 타이핑을 하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좋은 날씨는 자꾸만 다른 길을 낸다. 어제는 양평으로 향했다. 예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작은 카페로 가서 글을 쓰다가 오려는 거였다. 압구정 쪽에서 양평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에 익숙한 길이 아니었다. 새로운 길을 운전한다는 건 살짝 긴장이 되지만 들뜨는 일이다. 안정되고 편안한 생활에 물려서 색다른 경험을 찾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을 벗어나 남한강변을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새 시골길로 접어든다. 드문드문 나지막한 집들이 보이고 음식점과 카페가 엮긴 굴비처럼 줄지어 있다. 가끔 차 내부로 들어오는 바람에 실려 머물다 가는 소똥냄새나 논두렁 태우는 냄새가 싫지 않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자각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깨우친다. 지금 향하는 곳으로 달리는 이유를 흘리게 두지 않는다.


구불구불한 길을 나지막한 차가 달린다. 그 순간에는 길만 생각한다. 내가 떠나온 곳이나 갈 곳을 생각하지 않는다. 길에 집중해서 차가 미끄러지듯 달리는 느낌에 자동차 휠을 맡긴다. 언젠가 누군가와 달렸을 길이 내게 낯설게 다가오는 건 너무 먼 기억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길이 내게 자신과 함께 부드럽게 돌아보라고 말을 걸어온다. 다시 돌아왔냐고 한 번씩 쿵쿵대며 인사를 건넨다. 나는 이 길을 달리기 위해 그 카페를 가는 것인가.


한참을 달려간 곳의 주차구역에는 자갈이 깔려 있다. 한 대의 차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열 시에 문을 여는 이 카페의 첫 손님이 나인가 보다. 은근히 기분이 좋다. 첫 소금빵과 첫 커피를 받아 이층으로 가 깨끗하게 닦여 있는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고 창을 바라보며 앉아 있을 생각에.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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