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시작할 때

일상의 소고 I

by 보나쓰

브런치에 글을 자주 못 올리게 된다. 새로 시작한 글에 몰두하고 있기도 하지만 바깥 생활이 많아졌다. 브런치에 글을 따로 쓰고 책을 동시에 준비하는 게 쉽지가 않다. 일단 4월까지는 새 책 준비에 열중할 생각이다. 시간을 쪼개서 사람들을 만나고 전시를 보는 일도 열중한다. 생활의 활력이 뇌의 활력에도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어제는 오랜만에 을지로에서 밤길을 걸었다. 누구와 걸었느냐 보다 내가 그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고 가슴이 뛰는 시간이었다.


세월의 상흔을 입은 듯한 간판과 낡은 유리문 사이 반짝이는 조명으로 손님을 부르는 술집들이 있었다. 지금과 어제가 혼재되어 있는 듯한 좁은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면서 내가 얼마나 그 시간에 젖어들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걷는 동안 눈동자를 쉬지 않고 굴렸다. 시선이 한 군데 고정되지 않고 한 걸음마다 벽에 쓰인 낙서와 간판과 사람들을 훑었다. 나는 처음 도시에 발을 디뎠던 때를 떠올렸다. 높은 건물과 그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비좁은 거리에 줄지어 주차해 있는 자동차들. 모든 불편한 것들이 아름다워 보였던 때를.


언제였던가. 가슴 뛰는 밤의 열기와 생기 어린 사람들과 운치 있는 술집의 유혹. 그런 것들로부터 족히 6년은 멀어져 있었다. 그래서 내 삶은 더 정돈되고 아름다워졌는가. 내 인생은 절뚝거렸다. 그 사이에 어떤 것에도 가슴 뛰지 않았고 흥미롭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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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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