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가 끝났다

일상의 소고 I

by 보나쓰

일상에 특별한 소수점 하나였던 북토크가 12월 27일 잘 마무리되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고, 친절함이 있었지만 일이란 게 늘 그렇듯이 껄끄러운 일도 있었다. 북토크 열흘 전쯤에 장소를 바꿔야 하나 하는 걱정이 생기면서 북토크가 잘 될지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 적이 있었다. 별 탈 없이 해결되어 다행히 장소변경 공지는 하지 않아도 됐지만 다시 한번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 북토크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처음에는 감이 전혀 오질 않았다. 자료와 영상을 찾아보니 별다를 것 없는 비슷비슷한 기획이 진부하게 느껴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거기에 음악을 곁들이기로 했다. 다행히 지인 중에 플루트 연주자가 있어 부탁을 했고 흔쾌히 수락해 준 친구 덕분에 플루트와 피아노 연주자가 생겼다. 어떤 북토크는 노쇼방지 때문인지 참여비가 있기도 했다. 나는 어차피 못 올 사람은 소정의 참여비를 내도 오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추운 날 오실 테니 따뜻한 차를 준비하자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지인들이 축하한다면서 이것저것 선물을 준비해 주는 게 아닌가. 오시는 분들께 드릴 꽃과 이름이 써진 쿠키, 브로치, 캘리그래피가 들어간 컵과 노트들이 있었다. 덕분에 연말 2025년 마지막 토요일 저녁이 북토크가 아니라 파티가 되었다. 나는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책을 몇 번이고 읽었다.


정말 이상하게도 원고로도 수십 번을 읽었고, 퇴고할 때도 몇 번은 더 읽었는데 단행본으로 읽으니 느낌이 또 다르다. 들어가는 글부터 천천히 정독했다. 북토크에서 읽어드리고 싶은 부분에는 밑줄 긋고 메모도 해가면서 처음 읽는 글인 듯 눈길을 줬다. 전에 어딘가에서 읽었는데 원고가 완성되면 인쇄물로 다시 읽어봐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새롭게 읽히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나는 북토크 전까지 책을 읽었다. 다른 책들도 읽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그만한 것이 없었다.


내가 무언가를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본 일이 언제였던가. 뭔가 기대감이 차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떨리고 걱정되는 마음보다 잘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아마도 주변의 응원과 도움 덕분이 아니었을까. 당일 오전에 내 책을 한 번 더 읽고 카페에서 생강차로 목감기가 와서 까끌까끌한 목을 축였다. 시간이 되면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 인사를 나누며 일부러 대화를 나눴다. 그 행동이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에너지를 불어넣었던 것 같다.


교통체증으로 15여 정도 늦으신 분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정각에 오셔서 북토크는 플루트 연주 "Fly to the Moon"으로 막을 열었다. 한결 부드러워진 분위기에서 인사말을 시작으로 북토크를 시작했다. 사실 나는 어떤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차근차근 생각하며 답변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내 목소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회자가 준비한 질문이 아닌 질문을 받을 때는 조금 긴장이 되기도 했던 거 같다. 예상시간은 한 시간이었는데 얼마가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박수소리와 함께 마지막 인사를 하고 북토크를 마쳤을 때 나는 어느새 책에 사인을 하며 오신 분들과 잠깐씩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번 북토크를 통해 내가 분명하게 가진 생각은 독자와 멀리 있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그분들의 표정을 읽고 대화를 나누는 일은 독자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책이 나올 때마다 북토크를 열까 생각 중이다. 지금처럼 멋진 장면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더 소소하고 인원이 적더라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으니 고민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위안받았다는 말, 감사했다는 말, 눈물 흘렸다는 말들이 내게 다음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이 된 느낌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일이 더 이상 나를 위한 것이 아님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다음에도 불러달라는 어느 여독자의 말에 모든 시름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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