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친 영혼에게 보내는 엽서

by 보나쓰

두 권의 책과 영문판을 내는 동안 내내 끝내지 못했던 에세이가 드디어 서점가에 풀리고 예약판매 1일 차 예스24 힐링에세이 베스트셀러에 들었다. 생존의 기록처럼 남긴 감정의 서사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력하고 외로운 감정과 상실감의 뒤 편에서 살아내야 했던 나는 내 감정의 시작과 끝을 놓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살아있다는 감각을 놓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림을 만나고 밖으로 소리 내려 애썼다. 수많은 시간과 글을 통해 내가 얻고자 했던 건 그저 평범한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출판사에서는 내 책을 읽고 이렇게 보도자료를 썼다.


『지친 영혼에게 보내는 엽서』는 삶의 어느 시점에서 멈춰 선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기록이다. 상실, 우울, 외로움, 그리고 회복. 이 책은 아픔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 속에서도 어떻게 다시 삶의 의지를 회복하는지를 담담히 써 내려간다.

저자는 매일의 무력함 속에서도 스스로를 놓지 않기 위해 한 줄씩 글을 썼다. 그렇게 쌓인 기록은 어느새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본문 속에는 상실의 시간 속에서도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가득하다. 아무 말 없이 견뎠던 시간, 타인의 말보다 스스로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순간, 그리고 아주 작은 평온을 되찾기까지의 여정이 섬세하게 펼쳐진다. 또한 이 책에는 저자가 회복의 시간을 통과하며 그린 일러스트가 매 꼭지마다 실려 있다. 글에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의 결과 마음의 온도가 그림에 머물러 있어, 독자의 마음에 더 깊게 스며든다.

『지친 영혼에게 보내는 엽서』는 단순히 위로를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고통과 회복을 솔직하게 직시하며, “나를 구하는 힘은 결국 내 안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루의 끝에 무너진 마음을 부드럽게 일으켜 세우는 문장들. 그 문장들은 ‘괜찮아질 필요는 없지만, 다시 살아볼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삶의 속도에 지쳐 잠시 멈춘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확실한 목소리로 말을 건넬 것이다. “지금 당신이 있는 자리에서도, 충분히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


첫 책 "아무렴 어때"를 세상에 내놓고 알았다. 글이 내 손을 떠나 책이 되면, 더 이상 내 시선으로 읽히지 않고 타인의 마음으로 읽히고 타인의 언어로 전해진다는 것을. 어떤 이가 또 어떤 눈으로 이 책을 읽게 될지는 모르지만 나는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언어로 위로를 하거나 세상을 헤쳐나갈 방법을 가르치지 못한다. 이 책 역시 그런 책이 아님을 나 자신이 안다. 다만, 나가는 글의 끝에 적었듯이 무력감과 고통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할 이에게 친구가 되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단단하게 나를 잡아줄 친구는 결국 나 자신이지만 그 곁에서 작은 기둥 하나라도 되어주고 싶었다.


먹고살다 보면 감정이 사치가 되는 것처럼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가장 솔직하고 나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통로가 감정이다. 하루하루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내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도 한 번 더 내다보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잘 헤쳐나가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가는 거다.


오늘도 잘 견디고 앞으로 힘들게 걸어 나아가야 할 친구들에게 이 책이 닿기를 바란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4화가을을 맞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