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장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고등동의 텃밭, 그곳에 개들이 무리를 지어 산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한 마리가 시보호소로 옮겨졌다. 입소 4일째, 보호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실내에서도 움츠러들어 몸을 펴지 못했다.
한 살가량의 어린 개, 몸무게는 11킬로그램 남짓. 기록에는 '겁이 많은 아이'라 적혀 있었다. 누런 털빛 얼굴은 늑대처럼 뾰족했고, 겁이 잔뜩 들어있는 눈동자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 채 빠르게 흔들렸다. 바깥의 거친 바람이 더 익숙했을 것이다. 그 온순함이 오히려 서럽게 다가왔다.
시보호소에 있다는 건, 누군가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결국 그곳에서 생이 멈춘다는 뜻이다. 들개의 대부분은 버려짐에서 시작된다. 이사나 무책임한 방치 또는 도시 재개발 같은 이유로 생명이 버려진다. 도시는 여전히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버려진 아이들은 야생에 적응하며 스스로 번식한다. 그렇게 서서히 들개가 되어간다. 한 번 야생에 익숙해지면 사냥 본능이 깨어난다. 농가를 습격하고 등산객들을 위협하거나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버려진 생명이 상처 입은 채 사람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포획된 들개는 동물보호센터로 보내진다. 열흘의 공고가 붙고, 그 안에 누군가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삶의 문이 닫힌다. 입양은 드물고, 대부분은 그 길의 끝에서 조용히 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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