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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카트 테일즈, 르완다 셀렉트

by 티마스터 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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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카트 테일즈는 인도 거주 시절 처음으로 알게 된 티브랜드였다. 처음 만났을 때 세련된 패키지와 안에 담겨 있는 좋은 문구, 그리고 모슬린 티백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힐카트 테일즈를 수입하고 싶다며 나를 찾아와주신 분이 계셨다. 그분은 지금 힐카트 코리아의 대표이시면서, 3년간 힐카트 테일즈를 적극적으로 세일즈하고 계신 분이시다. 컨설팅을 바라며 오셨던 그 분의 당시 상황과 인도 티브랜드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동하여 무상으로 이런 저런 도움을 드렸었다. 상세한 이야기들은 생략하겠지만, 좋은 마음과 좋은 마음이 만나서 참 좋은 연으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관계, 나는 이 좋은 브랜드가 한국에 제대로 수입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척이나 흡족스럽다.


르완다의 홍차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만나보기 힘든 차 중의 하나이다. 물론, 일상찻집 티아카데미에서 티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는 나로서는 세상의 모든 차들을 섭렵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보니 희귀한 차들을 어떻게든 손에 넣는 편이지만, 일반인이 르완다의 홍차를 손에 넣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기준으로 차 소비량이 무척 적은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흔한 차들은 쉽게 만나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차들은 역으로 일본이나 유럽이나 미국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10년 전,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상황이 아주 많이 좋아지기는 했다. 10년 전 티마스터 클래스를 할 때만 해도, 세계의 차들은 거의 가루형의 dust 잎이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온전한 잎으로 된 차들을 구해서 테이스팅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세계의 차 시장이 발전했고, 더불어 우리나라의 차 인구도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목책철관음을 구하러 대만에 가곤 했던 시절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힐카트 테일즈에는 르완다 셀렉트라는 홍차가 있다. 아프리카, 그것도 르완다의 홍차를 만나볼 수 있다니. 게다가 맛도 너무 좋다. 아프리카 홍차들은 아직까지는 블렌딩이나 가향차의 재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힐카트테일즈의 르완다 셀렉트는 이런 편견을 깨주듯 상쾌하고 신선한 홍차의 맛을 마음껏 뽐낸다. 아쌈이나 케냐만큼 강렬하고 짙은 인상보다는 다소 여성스럽고 섬세한 풍미를 지니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언뜻 꽃향기가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가 풍성한 맛과 묵직하면서도 상쾌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워준다. 부드러운 단맛과 산미는 기분 좋은 여운을 남겨준다. 마실 때마다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법 자주 손이 가는 홍차이다.


힐카트는 다즐링에서 차를 실어나르던 도로의 이름이다. 일상찻집 티아카데미에서 매년 다즐링 워크샵을 가는데, 그때 힐카트로드를 꼭 지나가게 된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힐카트 테일즈의 차에는 명언이 하나씩 적혀 있다. 그래서 힐카트 테일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래서 힐카트 테일즈라는 브랜드의 차를 만날 때마다 인도차의 역사와 나만의 색깔이 담긴 네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힐카트의 르완다 셀렉트를 마시면서, 차 교육과 차생활 기획에 매진하며 20년을 채워가고 있는 나는, 나의 역사에 어떤 색깔을 입히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 잠시 생각에 잠겨보았다.


신정이 지나고, 구정이 지나고, 그리고 입춘마저 시작된 이 시기는 내 자신의 행보를 다시금 잘 잡아가기에 더없이 좋은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5년 나의 삶은 또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지게 될지, 그리고 내가 입혀가는 나의 색은 어떻게 보여지게 될지, 언제나처럼 차 한 잔을 곁에 두고 생각에 잠겨본다. 티마스터로서, 워킹맘으로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차 한 잔의 시간을, 올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르완다의 홍차는, 꼭 한 번 드셔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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