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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나캄 첸나이

남인도, 첸나이에 자리 잡다

드디어 인도, 첸나이에 도착했다. 까만 얼굴의 인도 사람들이 가득한 공항에서, 지금도 생각하면 참 우습지만, 왜 그렇게 두렵고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비행기에서 내려 이민국 심사를 받으러 가는 길부터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기까지, 그 시간이 어찌나 더디게만 느껴지던지. 자꾸만 다가오는 인도 짐꾼들을 외면하면서, 아이들 손을 꼭 잡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듯했지만, 손바닥이 땀으로 흥건할 만큼 긴장했었던 것 같다. 공항을 벗어나 반가운 신랑의 얼굴을 보면서 드디어 안도감에 휩싸였다. 편견이란 정말이지 필요악이 아닐 수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고속버스 터미널 같다던 공항도 생각보다는 깨끗했고, 한국의 겨울에서 막 날아온지라 후덥지근한 날씨도 따뜻하게만 느껴졌다. 인도에서만 들을 수 있다던 끊이지 않는 자동차 경적 소리도 왠지 무척 경쾌하게 들렸다. 드디어 왔다, 인도, 첸나이.


"웰컴 투 인디아, 마담"

신랑의 차에 오르자 기사가 환한 미소로 인사를 했다. 난 미리 공부해두었던 타밀어로 답변을 했다. "와나캄, 하자". 기사가 잠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고 이내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베리 굿, 마담"


처음에 신랑이 인도로 가겠다고 손을 들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딱한 표정으로 인도에서 어떻게 사냐며 걱정하던 사람들, 그리고 너무나 부럽다며, 마음껏 날개를 펼치고 오라던 사람들. 물론 인도라는 타지에 대한 불안함과 염려는 있었지만, 다행히도 나는 후자에 속하던 터라 인도라는, 그리고 첸나이라는 미지의 도시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며 차근차근 이날을 준비했다. 게다가 인도는 다즐링과 아쌈, 닐기리가 있는 곳이 아니던가. 차를 가르치던 나에게 이보다 더 완벽한 곳은 없었다. 


첸나이는 거대한 인도 대륙에서도 남쪽에 속하는 타밀나두(Tamil Nadu) 주의 주도이다. 인도에서 수도인 뉴델리, 발리우드가 태어난 뭄바이, 캘커타에 이어 4번째로 큰 도시이기도 하다. 타밀나두라는 주에 속하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인도의 공용어인 힌디어보다 주 언어인 타밀어를 사용한다. 물론 인도는 전 지역에서 영어가 어느 정도 통하기 때문에 꼭 타밀어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힌디어와 영어를 제외하고도 공식적으로 인정 받은 공용어가 22개나 되는 곳이 바로 이곳 인도이다.


땅덩이가 거대하고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고 수많은 언어를 사용하는 인도인 만큼, 사실 인도는 어떻다라고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지역이나 인종, 계층별로 무척이나 다양하고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남인도에 거주한 덕분에 그곳 제법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아주 많은 것들이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인도'의 모습과 무척이나 다른 모습이었다. 그 이유는 북인도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인도는 수천, 수만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우리에게 알려진 인도의 모습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덕분에 인도에서 생활하면서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다. 물론 황당하고 복장이 터지는 일도 많았지만 말이다.


인도, 첸나이에 오기 전에 내가 가장 단단히 준비했던 건 마음이었다. 최악을 상상하고 가자는 마음과 초긍정모드 장착. 덕분에 인도, 첸나이에서 4년을 보내면서 다행히도, 크게 힘든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엄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나이인 5세, 8세 아이들도, 인도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진 엄마 덕분에, 긍정적인 시각으로 인도를 보고, 즐겼다고 생각한다. 첸나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첸나이를 떠나는 순간까지 아이들은 인도를 좋아했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 '인도가 좋니, 한국이 좋니?'라는 질문에 '한국도 좋지만 인도가 좋아요'라고 대답할 만큼 인도를 사랑했다.


마음먹은 대로만 되지 않은 게 인생이긴 하지만, 여행이든, 삶이든, 인도를 떠날 때에는 마음을 단단히 준비하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초긍정모드로 무장은 물론이고 말이다.


덕분에 나의 인도, 첸나이 생활의 시작은 꽤 괜찮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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