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세라의 배경이 되었던 곳
인도에서 거주한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인도에 있는 4년은, 단 한 번도 엉덩이가 들썩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이때도, 지도에서 가보지 않은 곳을 뒤지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본격적인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이미 남인도, 북인도, 곳곳을 여행했던지라, 어디든 대수일 건 없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무수리와 리쉬케시!
첸나이에서 소공녀 세라의 고향이라던 무수리로(우드스탁이 세라가 다니던 그 기숙사 학교라고 한다)
그리고 무수리에서 요가의 고향인 리쉬케시로의 멋진 여정.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첸나이에서 델리로 2시간 반을 날아간 후 델리에서 죽치고 앉아 시간을 때운 후
델리에서 데라둔 공항까지 45분. 그리고 데라둔 공항에서 우리의 숙소가 있는 곳까지
자동차로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올라 2시간 반을 올라갔다.
안전하게 공항에서 프리페이드 택시로 한 대에 2100루피를 냈는데
처음에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으나, 가보니 결코 비싼 금액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차 안에서 지쳐 있었고 그나마 택시였기에 버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우리의 숙소, 로얄 오치드 포트 리조트.
밤하늘을 수놓은 무수리의 수많은 빛들이, 별빛만큼이나 찬란히 빛나던 밤이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그저 감탄만 하기에는
아픈 식민지 역사가 고대로 담겨 있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인도의 곳곳이 그렇듯, 영국인들의 식민지 시절에, 이곳을 휴양지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클래식하고 멋진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지금은 그런 곳들을 개조해 호텔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 높은 산골짜기에 이 많은 건물들을 짓느라 갖은 고초를 당하고 다치고 죽었을 인도인들을 생각하면
사실 마냥 즐겁기만 해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인도 여행을 다니며 만감이 교차할 때가, 바로 이럴 때이다.
다음날 이른 아침, 아이들과 산책을 나갔다.
간만에 느끼는, 영하로 떨어지는 시.원.한 공기.
찬 공기를 느껴보는 게 얼마만인지.
무수리에서는 정말이지 상쾌하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어스름한 새벽녘 하늘부터, 파랗게 피어오르는 하늘의 색깔까지.
멋진 풍경과 함께 자연의 축복을 만끽할 수 있었던 곳.
산책을 하다 보니, 산을 바라보며 아침 기도를 올리는 여인이 있어서 살짝 사진에 담아보았다.
자연을 향해 기도하는 그 여인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믿음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짧은 단상을 갖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기도를 마치고 걸어오는 여인에게 합장하고 '나마스떼'로 인사했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마스떼'로 답을 해준다.
기분 좋은 아침이다.
자연은 어쩜 이리도 아름다운지!
파아란 하늘과 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산의 전경은 그야말로 힐링 그 자체였다.
그리고 호텔 안에 있었던 부처님 상과 풍경.
인도에서는 북쪽으로 갈수록 부처님 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모든 신이 하나라고 생각하는 힌두인들은, 부처님도 힌두 신으로 생각한다.
인도에서 예전에 사용하던 토기 찻잔.
북인도 여행 중에는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인도 전역 길거리 짜이숍에서 이 초벌구이 찻잔을 사용했다.
여기에 차를 주면, 손님이 마시고 깨버리는 나름 일회용이지만 흙이 되어 돌아가는 자연의 찻잔.
지금은 종이컵이나 유리컵으로 대체되었지만 말이다.
엎어져 있는 토기 찻잔 끄류가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던 나.
한국에서 수업할 때 쓰려고 하나만 얻어갈 수 있냐고 했더니 친절하게 가져가라고 하나 안겨주셔서
하나 받아 들고 돌아왔다.
던야와드!
우리가 머물던 날이 리퍼블릭 데이였다.
풍선과 국기로 호텔을 장식해놓는 모습을 보니 부러움이 스물스물 올라오더라.
인도인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모습, 애국심을 표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날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자랑스럽게 국기를 들고 장식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라고, 많은 부분에서 무시당하고 있는 인도이지만
다양한 문화와 전통이 살아 있는 그들의 일상과 또렷한 가치관,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
본받을 점이 참 많은 나라라는 것을
인도를 겪을 때마다, 깨닫게 된다.
머수리는 어떤 동네인지, 한번 구경을 나가봐야겠다.
맑고 시원한 공기와 파란 하늘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