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그리다
인도에서는 매일 아침 집앞에 꼴람(랑골리)를 그린다.
새벽 5시, 오후 5시 하루에 두 번.
흰색 파우더로 부적과 같은 꼴람을 그리며 하루를 무사히 보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축제가 되면, 동네 여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렇게 화려한 컬러 꼴람을 그리며 축제를 즐긴다.
그림그리는 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나가다 사진 한 장만 찍어도 되냐고 물으면 엄청 좋아한다.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하는 인도 사람들.
남인도에서만 사용하는 타밀어로 '날라 이르끄!'(멋지다!)라고 외쳐주면
저 외국인이 우리나라 말을 한다고 깜짝 놀라며 까르르 웃어준다.
인도에 있는 동안, 여기 저기 기웃거리면서 제법 어렵게 인도 민화와 젠탱글을 배웠다.
내가 배우고자 했던 대부분의 민화가 북인도의 그림이라
남인도에서는 서적조차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남인도 전통 민화인 탄조르 페인팅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금을 이용한데다가 전문가 혹은 상류층만을 위한 그림이라
조금 더 편안하고 토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북인도의 민화들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인도 민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자연 예찬.
이들의 일상은 자연 그 자체이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일상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인도 민화 그림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민화도 마찬가지 이유가 있기에 흥미를 갖고 배웠었는데
다른 나라인 인도 민화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게 신기해서 자꾸만 그리게 되었다.
차를 한 잔 앞에 두고, 주파수가 맞는 사람들과 함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펜을 움직이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인도 민화를 알고 나면, 다들 더 알고 싶어 한다.
알고 보면 정말 매력 포텐이 터지는 인도 민화.
땅덩이가 크다 보니, 그 종류도 어마무시하게 다양한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기회가 될 때마다 인도 민화의 종류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볼까 한다.
차 한 잔 곁에 두고, 펜 하나 들고 끄적끄적.
이만한 마인드컨트롤이 없다.
이만한 힐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