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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나오라 Nov 25. 2022

오늘, 오늘, 오늘

출간 후 1년

일찌감치 아이를 등원시켰다. 서둘러 들어와 아이들이 등교 전 먹었던 흔적들과 막내가 남긴 밥까지 어질러진 식탁을 부리나케 정리했다. 청소기를 후다닥 돌린 후 세수를 하고 책상에 앉았다. 손바닥에 로션을 듬뿍 짜서 얼굴에 문질렀다. 시계를 보자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코칭이 있는 날이었다. 다행히 줌을 통한 코칭이어서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살핀 뒤 접속 링크가 오길 기다렸다.


코칭은 늘 그렇듯 좋았다. 발가벗겨진 것처럼 부끄러울 때도 많았지만 그만큼 배울게 더 많은 시간이라 늘 긴장됐지만 설레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 신경을 쓴 탓일까. 줌 접속을 끝내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린다. 미간에 주름이 펴지질 않았다. 서둘러 약을 찾아 물과 함께 입속으로 털어냈다. 막내가 올 때까지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 누워서 한 잠자고 나면 나아지겠지. 침대 위 이불속에 파고들었다.


결국 그 두통이 시발점이 되어 두 달을 넘게 병마와 싸워야 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람세이헌트 증후군. 2021년의 마지막과 2022년의 시작을 병과 함께했다. 그리고 그해, 그러니깐 1년 전 오늘 첫 책이 세상에 나왔다. 좀 더 자세히는 그 이틀 전 예판이 시작되어 얼떨떨하면서도 기쁘고, 좋으면서도 슬펐다. 대견하면서도 허전한 그 마음. 온갖 감정들이 휘몰아치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현재, 오늘 그때와 비슷하지만 다른 일상을 살고 있다. 7월 말,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고 큰 아이를 시작으로 코로나 태풍이 휘몰아쳤다. 자가면역 환자여서인지 다른 가족들보다 심하게 아팠고 힘들었다. 두통과 고열, 메스꺼움, 현기증등 온갖 증상이 나타났다. 무엇보다 떨어진 체력은 올라오지 못했고 무기력은 껌딱지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가빠진 숨에 걷는 것이 힘들었다. 작년과 비슷한 상황에 정신을 차려보려 애썼지만 몸과 정신은 내가 아니었다. 그러다 갑상선 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코로나와 연관은 없다고 했지만 녹색 검색창에 검색 해보면 관련 글이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이겨내야 했다. 이겨내고 싶었다. 한동안 안 보던 동기부여 영상을 정주행 했다. 지인분들도 격려해 주며 힘내라고 응원의 말들을 해주었다. 거기에 글을 쓰는 주변 작가님들의 이야기가 큰 힘이 됐다. 자극제가 되어 무기력을 녹여내 주었다. 무엇보다 그 와중에 모임에 참여해 주신 분, 지금도 묵묵히 지켜봐 주고 함께해 주신 미라클모닝 동지들이 계셨기에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다.


© j0rt, 출처 Unsplash


2022년의 마지막 2023년의 시작은 작년 이맘때와 분명히 다른 일상이다. 그리고 내년의 오늘은 분명 더 성장해져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두 번째 책을 계약했거나 좀 더 빠르면 출간도 문제없다. 여기저기 북토크가 열리고 나아가 강연 소식도 전해 본다. 도서관 강의나 소규모 강연까지 제안이 들어온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이 점점 현실화되는 내년의 오늘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실행하기 위해 노트북을 켜고 손가락으로 자판을 연신 두들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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