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na Park May 28. 2020

백양사 천진암에서 만난 최고의 셰프 정관스님

요리가 예술이 될 때

작년 10월에 백양사 천진암에서 정관스님을 만나고왔다. 어떻게 어떻게 연결되어 외국인 작가들 한무리와 함께 백양사에 가게되었다. 정말 이런 저런 일이 많았고, 갑자기 템플스테이라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시간이었다. 10월 초의 백양사는 아직도 더웠고, 녹음이 어우러진 숲은 보는것 자체로만 시력을 높여주는 기분이었다. 많은 절들이 그렇듯 백양사는 주차장에서부터 꽤 많이 걸어들어가야 하는데, 걸어들어가는 입구 길이 참 기분이 좋았다.

백양사로 향하는 중 내장산 국립공원의 판넬.. 저도 날씬해지고싶어요! 최고의 셰프라고 극찬받는 정관스님의 요리를 체험하러 가는데 눈에 들어온 판넬이 이거라니.. 민물고기도 날씬해지고 저도 날씬해지고 싶어요..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초가을 백양사는 너무 푸르르고 아름다웠다. 날씨가 완벽했던것은 덤!

백양사 부지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시트러스 향이 나는 열매가 떨어져있다. 조선시대때부터 구충제로 활용되던 비자나무라고 한다. 특유의 향이 있는데 벌레를 쫓는 데 아주 좋고, 그 향도 너무 좋아서 걷는 내내 환기가 되는 기분이었다.

백양사에 방문했던 10월 초의 날씨는 선선하기보단 더웠고, 푸르른 녹음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백양사 단풍이 그렇게 예쁘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때는 10월인데도 가을보다는 늦여름의 느낌이었다. 

작가들과 함께 가서일까, VIP 대접을 받았다. 가야금과 함께 국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었고, 스님들도 작가들과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백양사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함께 앉아서 국악을 감상하니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나름의 이벤트 후 정관스님이 계시는 천진암으로 발길을 돌렸다.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 정말 아름다웠고, 따듯하면서 동시에 선선한 날씨는 정말 최고였다.

천진암에 도착하니 이미 요리가 모두 완성되어 있었다. 외국인 작가들과 함께 탄성을 지르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카메라를 꺼내서 바쁘게 찰칵찰캌

정관 스님과 스님들의 음식 설명이 있었다. 불교에서 요리와 음식을 먹는 행위는 수행의 일부이며, 사찰 식재료에 쓰이지 않는 재료들 등 다양한 설명을 해 주셨다.

우리 팀에 어린아이가 있었는데, 정관스님께서 아이를 위해 맞춤 설명까지 해주셨다. 한국에 와서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내고 갔을 가족들! 특히 어린이에게는 사찰음식 색칠공부책도 주었는데, 나중에 커서도 한국과 놀라웠던 사찰 음식을 기억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명을 들었으니 이제 음식을 맛볼 시간! 모두 신선한 야채와 두부를 사용한 요리였고, 장아찌류를 담근 간장 맛이 특히 일품이었다. 모든 간장 베이스 음식에서 유자와 같은 향이 났다. 이전에는 한번도 먹어본적이 없었던 맛이었다. 정관스님이 준비해 주신 모든 음식은 자연의 시간이 그대로 담겨있다. 가을에는 가을에 맞는 식재료가 있고, 봄, 여름, 겨울 모두 그 시기에 맞는 식재료가 다르다. 우리는 감사하게도 추수의 계절인 가을에 방문하여 더욱 다양한 음식을 체험해볼 수 있었던것 같다. 특히 버섯과 더덕 요리들이 일품이었다. 

제철 과일과 연근을 함께 먹으니 입가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김치나 더덕조림과 같은 매운 음식들도 뭔가 다른 향신료를 사용한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우장의 비릿함이 아닌, 뭔가 과일과 같은 상큼함이었다. 정관스님은 김치를 묵히는 방법, 그리고 간장을 만드는 방법이 어딘가 다른 것 같았다. 

된장국이나 버섯으로 만든 요리들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볍고 또 상큼한 맛이었다. 특히 정관스님은 대부분의 버섯을 산에서 직접 채취한다고 하시는데, 정말 고기보다 맛있는 버섯의 맛이 일품이었다. 물론 밥도 완벽한 찰기에 정말 맛있었다. 정관스님이 준비해주신 모든 음식은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냥 남김없이 먹었다. 

초가을 백양사에서 만난 정관스님과 사찰음식은 나에게도 그리고 함께 간 외국인 작가들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작가들 중에는 특히 베지터리언이 많았었는데, 100%채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사찰음식은 언제나 베지터리언들에게 대접하기 좋은 음식이다. 백양사와 천진암에서 하루동안 있으면서 마음과 위장에 평화를 얻었다. 기회가 되면 정관스님의 천진암에 방문해서 꼭 봉사활동을 하러 다시 방문하고 싶다. 

구수한 차로 마무리하는 백양사 방문, 천진암에서 맛본 유자향이 나는 간장은 잊을수 없을것같아..

매거진의 이전글 초보운전자의 드라이브 코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