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아버지 샤를마뉴 대제의 와인 사랑
유럽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인 샤를마뉴 대제(Charlemagne, 742~814년)와 부르고뉴 와인의 보석이라 불리는 꼬르통 샤를마뉴(Corton-Charlemagne) 와인 사이에는 흥미로운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정치적 업적과 문화적 영향력으로 '유럽의 아버지'라 불리는 샤를마뉴 대제는 그의 통치뿐만 아니라, 와인의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습니다.
샤를마뉴 대제는 프랑크 왕국의 군주였습니다. 800년 교황 레오 3세로부터 서로마 황제로 추대되며 신성 로마 제국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그는 47년간 통치하면서 학문을 장려하고, 기독교를 유럽 전역으로 확산시키며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그의 제국은 현재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등을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을 포괄했으며, 이러한 광범위한 통치는 와인의 확산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샤를마뉴가 죽고 나서 그의 아들 루트비히 1세가 제국을 물려받았습니다. 하지만 루트비히의 손자들이 내전을 벌였고, 결국 843년 베르됭 조약으로 제국은 서프랑크(지금의 프랑스), 동프랑크(지금의 독일), 그리고 중프랑크(나중에 이탈리아를 포함)로 나뉘었습니다. 이것이 이후 유럽이 통합되지 못하고 각기 다른 나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각 나라는 샤를마뉴를 자신들의 문화유산으로 내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의 이름도 나라마다 다르게 불렸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샤를마뉴(Charlesmagne)', 독일에서는 '카를 대제(Karl der Große)', 이탈리아에서는 '카를로 마뇨(Carlo Magno)', 그리고 영국에서는 '찰스 대제(Charles the Great)'라고 부르며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습니다.
샤를마뉴 대제의 이름을 딴 ‘꼬르통 샤를마뉴(Corton-Charlemagne)’는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는 화이트 와인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샤를마뉴 대제는 붉은 와인을 좋아했지만 긴 흰 수염에 와인 얼룩이 묻어 지저분해 보였습니다. 이를 본 그의 왕비가 ‘화이트 와인을 마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고, 이에 따라 꼬르통 언덕(Corton Hill)에 청포도 품종을 심도록 명령하게 됩니다. 이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이 바로 오늘날 ‘꼬르통 샤를마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꼬르통 샤를마뉴가 생산되는 꼬르통 언덕은 부르고뉴 지역에서도 최상의 포도 재배 조건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샤를마뉴 대제는 포도 재배에 있어 최적의 조건을 찾기 위해 눈이 가장 먼저 녹는 언덕을 선택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꼬르통 샤를마뉴는 부르고뉴 지역을 대표하는 샤르도네 품종으로 만들어집니다. 샤르도네는 기후와 토양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낼 수 있는 품종인데, 꼬르통 샤를마뉴 와인에서는 강한 미네랄감과 복합적인 향을 강조합니다.
과일 향(사과, 배, 시트러스)과 함께 오래 숙성될수록 견과류, 바닐라, 꿀 같은 깊은 풍미를 더합니다. 오크 배럴에서 숙성되어 부드러운 질감과 균형 잡힌 구조를 가지며, 장기 숙성을 통해 더욱 깊은 맛을 냅니다.
꼬르통 샤를마뉴는 부르고뉴의 본(Beaune) 지구에 있는 알록스-꼬르똥(Aloxe-Corton) 마을에서 생산됩니다. 이 지역은 석회암과 점토질이 섞인 독특한 토양 덕분에 포도나무가 깊이 뿌리내려 풍부한 미네랄을 흡수합니다. 또한 남향과 남서향 언덕에 있어 포도에 적절한 햇빛을 공급하면서도 기온 변화를 조절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꼬르통 샤를마뉴는 강렬한 구조와 우아한 풍미를 가진 와인으로 탄생합니다.
샤를마뉴 대제의 유산은 단지 정치적, 군사적 업적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의 이름이 붙은 꼬르통 샤를마뉴 와인은 수세기를 거쳐 와인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역사적 전설과 함께 더욱 특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유럽 역사 속 위대한 지도자가 남긴 흔적이 오늘날에도 와인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와인이 음료일 뿐만 아니라 문명과 문화의 일부임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샤를마뉴(프랑스어: Charlemagne)는 프랑스 민족주의의 상징이자 프랑스 왕조의 기원으로 여겨집니다. 프랑스에서는 그를 프랑크족의 위대한 왕이자 프랑스 역사의 초석으로 봅니다.
독일
독일에서는 샤를마뉴(독일어: Karl der Große)를 신성로마제국의 창시자이자 독일 민족의 역사적 영웅으로 기립니다. 특히 아헨(Aachen)은 그의 수도였던 곳으로, 독일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로 인식됩니다.
이탈리아
이탈리아에서는 샤를마뉴가 로마와의 연계를 통해 황제로서의 정통성을 얻은 인물로, 중세 이탈리아의 역사와 교회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기타 유럽 국가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은 샤를마뉴를 지역 통합과 기독교 전파의 중심인물로 인식하며, 그의 유산이 지역 역사에 미친 영향을 높이 평가합니다.
� 이 글은 『또 한 잔의 와인, 또 한편의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참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