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에게 맥주를 먹이고 마사지한다’는 이야기

by 보나스토리

세계 최고급 소고기 와규를 둘러싼 가장 유명한 이야기

세계 최고급 소고기로 알려진 일본 와규에 대해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와규는 소에게 맥주를 먹이고 매일 마사지를 해준다"는 것입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극강의 부드러움과 정교한 마블링으로 유명한 와규의 품질이 이러한 특별한 대우 때문이라는 설명은 수십 년간 미식가들 사이에서 회자되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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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규 전설이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이 전설의 기원은 1980-90년대 일본 언론과 해외 미디어의 보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 고베 지역의 일부 농가에서 실제로 소의 식욕을 증진시키기 위해 맥주를 소량 급여하거나, 근육 이완을 위해 마사지를 시행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한 관리법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전체 와규 산업의 표준적인 방식처럼 과장되어 전 세계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는 소에게 맥주를 먹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며, 마사지 역시 스트레스 감소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와규 농가는 이러한 방법보다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육 관리에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와규 품질을 결정하는 진짜 요소들

와규의 뛰어난 품질은 맥주나 마사지가 아닌 다른 요소들에서 비롯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전적 특성으로, 특히 구로게 와슈(Kuroge-washu) 품종이라고 불리는 일본 흑모화우는 근내지방이 세밀하게 형성되는 독특한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일본 소의 90%를 차지하며, 고급 마블링을 만들어내는 유전적 소질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와규 농가들은 균형 잡힌 사료 공급, 스트레스 최소화를 위한 사육 환경 조성, 그리고 도축 전까지의 체계적인 건강관리 시스템을 통해 고품질의 소고기를 생산해 냅니다. 와규 소는 원래 농업용 역우였으나, 1868년 메이지 유신 이후 높은 근내지방 함량과 독특한 풍미 때문에 육용으로 개량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소고기 문화와 장인정신

와규에 대한 특별한 관리법이 전설이 된 배경에는 일본의 독특한 소고기 문화사가 있습니다. 일본은 675년 덴무 천황의 육식 금지령 이후 약 1200년간 육식을 금기시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나, 메이지 유신 이후 육식을 금지하는 전통이 무너지고 서양 음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메이지 정부가 국민의 체격 향상을 위해 육식을 장려하고, 메이지 천황이 스스로 쇠고기를 밥상에 올렸다는 신문 보도가 있을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소고기 섭취를 권장했습니다. 그렇지만 소고기가 일반가정의 식탁에 오르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경제상황이 나아진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일본에서 소고기는 단순한 단백질 공급원이 아닌 서구 문명의 상징이자 특별한 음식으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쇼쿠닌(職人)' 문화, 즉 '자신의 기능에 따라 물건을 만드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장인정신이 소고기 생산에도 적용되면서, 단순한 축산업이 아닌 하나의 예술적 영역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철학과 세대 간 전수되는 기술 체계를 특징으로 합니다. 와규 생산자들 역시 이러한 문화적 토양 속에서 소의 혈통 관리부터 사료, 사육 환경, 도축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종합 예술로 접근하며, 이것이 "소를 사람처럼 대우한다"는 이미지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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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심리와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힘

"소에게 맥주를 먹이고 마사지를 해준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소비자들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단순히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라는 설명보다는 "특별한 관리를 받은 소"라는 스토리가 훨씬 강력한 감성적 어필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고급 고기에 대한 차별화된 브랜딩 효과를 만들어내며, 프리미엄 가격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실제로 전 세계 고급 식재료 브랜드들은 단순한 품질 설명보다는 생산자의 철학, 지역 전통, 특별한 생산 과정의 이야기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사실과 낭만적 전설의 공존

결론적으로 와규에 대한 "맥주와 마사지" 이야기는 부분적 사실이 만들어낸 전설입니다. 일부 농가에서 실제로 마사지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이는 주로 겨울철 소의 근육을 이완시키기 위한 목적이며 고기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와규의 뛰어한 마블링과 풍미는 주로 다지마 혈통의 유전적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이 전설이 수십 년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소고기를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이야기와 정성이 깃든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마음,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더욱 풍부한 미식 경험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입니다.


맛과 이야기가 만나는 지점

와규의 진짜 비밀은 수백 년에 걸친 품종 개량과 과학적 사육 기술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맛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이야기입니다. 때로는 과학적 사실보다 낭만적인 전설이 더 오래 기억되기도 하며, 그것이 바로 미식 문화의 독특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조동천 저『소고기의 미학, 맛과 이야기를 담다』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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