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에 숨은 토마토 이야기
피자라고 하면 빨간 토마토소스, 녹아내리는 치즈, 고소한 도우가 떠오릅니다. 그중에서도 토마토는 피자의 심장처럼 여겨지지만, 놀랍게도 토마토는 원래 피자의 필수 재료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탈리아 남부의 서민들이 저렴한 식재료로 선택한 결과물에 가까웠습니다. 이 글에서는 토마토의 분류와 특징, 유럽으로의 전파와 자연환경과의 관계, 피자의 역사, 그리고 토마토와 피자의 맛의 하모니를 중심으로, 토마토가 피자의 대표적 재료로 자리 잡은 과정을 탐구합니다.
토마토의 분류와 특징
토마토는 학명이 Solanum lycopersicum인 가지과 식물입니다.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에 해당하지만, 일반적인 요리에서는 채소로 분류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토마토는 크기, 색상, 모양 등의 특성에 따라 여러 품종으로 구분됩니다. 주요 품종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체리 토마토는 크기가 작고 둥근 형태를 띠며, 다른 품종에 비해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피자의 토핑이나 샐러드 재료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
로마 토마토는 타원형의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과육이 단단하고 씨앗의 양이 적다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토마토소스를 만들 때 가장 적합한 품종으로 여겨집니다.
비프스테이크 토마토는 큰 크기와 풍부한 과즙을 특징으로 합니다. 이 품종은 주로 슬라이스 형태로 가공되어 피자나 샌드위치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그린 토마토는 완전히 익지 않은 상태의 토마토로, 강한 신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피클 제조나 특별한 요리법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자의 기원과 초기 형태
피자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시작된 음식으로, 18세기경 노동자 계층의 소박한 거리 음식이었습니다. 초기 피자는 밀가루 반죽에 올리브 오일, 허브, 치즈, 때로는 정어리나 채소를 얹어 돌 오븐에 구운 간단한 음식이었습니다. 오늘날의 화이트 피자(Pizza Bianca)와 유사한 형태로, 토마토소스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토마토가 유럽에 널리 퍼지기 전이었기 때문입니다.
토마토의 유럽 전파와 자연환경과의 관계
토마토는 남아메리카 안데스 고원과 멕시코 아즈텍 제국이 원산지입니다. 16세기 초, 스페인 탐험가들이 신대륙에서 토마토를 유럽으로 가져왔지만, 초기에는 독성이 있다는 오해로 식용보다는 관상용이나 약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유럽의 온화한 기후, 특히 지중해 연안의 따뜻한 여름과 비옥한 토양은 토마토 재배에 적합했지만, 문화적 저항과 생소함으로 인해 18세기 중반까지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특히 나폴리와 시칠리아의 온난한 기후는 토마토 재배를 촉진했습니다. 여름철 풍부한 햇빛과 적당한 강우는 토마토의 달콤한 맛과 풍성한 수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서민들은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토마토를 요리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피자 토핑으로 사용되며 마리나라 피자와 같은 초기 형태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마르게리타 피자와 토마토의 운명적 만남
토마토가 피자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은 결정적 계기는 1889년 마르게리타 피자의 탄생이었습니다. 이탈리아 통일 이후, 나폴리를 방문한 마르게리타 여왕(Queen Margherita)을 위해 피자 장인 라파엘레 에스포지토(Raffaele Esposito)가 이탈리아 국기 색상을 본뜬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빨간 토마토소스, 흰 모차렐라 치즈, 초록 바질로 구성된 이 피자는 마르게리타 피자로 명명되었고, 토마토는 피자의 상징적 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사건은 토마토와 피자의 결합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습니다.
토마토와 피자의 맛의 하모니
토마토소스는 피자의 맛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토마토의 신맛과 달콤함은 도우의 담백함과 치즈의 고소한 풍미를 보완하며, 허브와 어우러져 조화로운 맛을 만듭니다. 마리나라 피자에서는 토마토소스의 강렬한 풍미가 마늘과 오레가노의 향과 조화를 이루고, 마르게리타 피자에서는 토마토의 산미가 모차렐라의 크리미 한 질감과 바질의 신선함을 만나 균형 잡힌 맛을 완성합니다. 토마토는 치즈의 기름진 맛을 중화하며 피자 전체의 풍미를 풍부하게 합니다. 이러한 맛의 하모니는 토마토가 피자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로 인식되는 이유입니다.
토마토 없는 피자의 존재
토마토소스가 없는 피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화이트 피자(Pizza Bianca)는 올리브 오일, 로즈메리, 치즈로만 만들어지며, 피자의 초기 형태를 떠올리게 합니다. 현대에는 트러플 오일, 감자, 푸아그라 같은 고급 재료를 사용한 피자도 등장하며 토마토 없이도 피자의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피자의 본질이 특정 재료에 국한되지 않고 창의성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진화한다는 점을 증명합니다.
역사와 문화를 담은 재료
토마토는 오늘날 피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재료로 인식되지만, 피자의 역사 초기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남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전파된 토마토는 이탈리아 남부의 온난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에 힘입어 요리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마르게리타 피자를 통해 토마토는 피자의 상징이 되었으며, 치즈와 도우와의 맛의 하모니로 피자의 매력을 한층 높였습니다. 그러나 토마토 없는 피자도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피자의 본질이 창의성과 다양성에 있음을 보여줍니다. 피자는 역사와 문화를 담은 재료로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출처: 조동천 저《알수록 재미있는 피자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