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 시대부터 까바까지, 스페인 와인의 모든 것
달러 기호까지 바꾼 스페인 와인의 진짜 역사
스페인은 와인, 기원전부터 이어진 양조 전통은 대항해 시대를 통해 신대륙으로 퍼져나갔고, 놀랍게도 미국 달러 기호($)에도 스페인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글은 스페인 와인의 깊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달러 기호의 기원설까지 얽으며, 와인이 세계사를 어떻게 바꿨는지 생생하게 풀어낸다. 스페인 와인 한 잔에 담긴 세계사의 드라마를 만나보자.
고대부터 이어진 와인의 뿌리
스페인의 와인 역사는 기원전 1100년경 페니키아인들이 안달루시아 지역에 포도나무를 심으며 시작되었다. 카디스 근처에서 발견된 유적은 이 시기 포도 재배의 증거다. 로마 시대에는 히스파니아 전역으로 와인 생산이 확산되었고, 타라고나와 리오하에서 양조 시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중세에 들어 시토회 수도원들은 와인을 신앙과 연결하며 품종 선별과 양조 기술을 발전시켰다. 다양한 기후와 토양은 스페인을 포도 재배의 천국으로 만들었고, 와인은 문화와 경제의 중심에 섰다.
대항해 시대, 와인이 세계로 항해하다
1492년, 이사벨라 1세 여왕의 후원으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며 스페인은 세계 제국의 문을 열었다. 16세기 이후 스페인 선교사와 정착민들은 포도나무를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페루로 가져갔다. 1520년대 멕시코에서 시작된 포도 재배는 1550년대 칠레, 이후 아르헨티나로 퍼졌다. 캘리포니아에서는 1769년 프란체스코회 선교사들이 미션 품종을 심으며 와인 산업의 기초를 닦았다. 스페인의 양조 기술은 신대륙 와인 문화의 뿌리가 되었고, 오늘날 칠레의 까르메네르(프랑스 기원)나 캘리포니아의 진판델(크로아티아 기원)은 스페인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달러 기호에 새겨진 스페인의 흔적
스페인의 영향은 와인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깊은 자취를 남겼다. 16~19세기 스페인의 8리알 은화, 일명 ‘페소 데 오초 레알레스’ 또는 ‘8조각 은화’는 국제 무역의 핵심 통화였다. 북미 식민지에서 널리 사용된 이 은화는 미국 달러의 전신이 되었다. 당시 ‘페소(peso)’를 ‘PS’로 축약했는데, 가장 유력한 설에 따르면 이 PS가 겹쳐져 ‘$’ 기호로 발전했다. 1770년대 미국 상인들의 문서에서 이 표기가 확인되며, 1875년 미국 달러 지폐 발행 시 공식화되었다. 스페인의 은화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바꾼 상징이었다.
세계 최대 포도밭, 스페인의 와인 다양성
스페인은 포도 재배 면적 세계 1위, 와인 생산량 세계 3위다. 다양한 기후와 토양은 지역별로 독특한 와인 산지를 만들었다. 리오하(Rioja)는 오크통 숙성으로 부드럽고 깊은 레드 와인을 생산하며, 크리안사, 레세르바, 그란 레세르바 등급으로 유명하다. 리베라 델 두에로(Ribera del Duero)는 템프라니요(틴토 피노)로 강렬한 프리미엄 와인을 만든다. 페네데스(Penedès)는 병입 2차 발효로 생산되는 까바(Cava)의 본고장이다. 루에다(Rueda)는 베르데호 품종으로 신선한 화이트 와인을 선보인다. 이처럼 스페인은 다양한 스타일로 세계 와인 시장을 이끈다.
스페인 와인의 심장, 품종과 까바
스페인 와인의 매력은 품종의 다양성에서 빛난다. 템프라니요(Tempranillo)는 균형 잡힌 산미와 탄닌으로 리오하와 리베라 델 두에로의 핵심 품종이다. 가르나차(Garnacha)는 과실향이 풍부하며 프리오랏과 리오하에서 사랑받는다. 베르데호(Verdejo)는 루에다의 상큼한 화이트 와인으로, 알바리뇨(Albariño)는 갈리시아의 리아스 바이샤스에서 해산물과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까바는 자렐로(Xarel·lo), 마카베오(Macabeo), 파레야다(Parellada) 품종으로 만들어지며, 병입 2차 발효 방식으로 샴페인과 견줄 만한 품질을 낸다. 기본 까바(9개월 숙성), 레세르바(15개월), 그란 레세르바(30개월 이상)는 각기 다른 풍미로 소비자를 매료시킨다.
스페인, 와인과 세계화의 선구자
스페인은 와인을 세계로 전파한 선구자다. 대항해 시대에 포도나무를 신대륙에 심었고, 은화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바꿨다.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와인 한 잔과 손에 든 달러 기호는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가 얽힌 결과물이다. 스페인 와인은 음료를 넘어서는 세계사를 품은 이야기다.
리오하의 깊은 레드 와인, 루에다의 상쾌한 화이트 와인, 페네데스의 경쾌한 까바를 마시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경험을 즐겨보자. 스페인 와인 한 잔은 수백 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고 서적 � 조동천 저《알수록 더 재미있는 와인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