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봉 에피소드 / 무슨 말을 못 한다 내가.
봉봉 앞에선 말조심을 해야 한다.
요새 봉봉에겐 새로운 핑곗거리가 생겼는데
그건 그녀가 사용할 거라 상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봉봉이 참 좋아하는 캐릭터 비누가 있었는데, 그 비누는 그녀의 목욕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목욕비누 성분을 보던 중 아기가 사용하기에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서
봉봉 모르게 비누를 치우고 다른 비누를 사두었다.
그걸 눈치채지 못할 봉봉이 아니었다는 걸 깜빡 잊고서.
드디어 목욕시간이 찾아왔고 봉봉과 이런 대화가 오갔다.
봉봉 : "엄마 캐릭터 비누는 어디 갔어요?"
어멈 : "어~그 캐릭터 비누에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어서 엄마가 다른데 보냈어~"
봉봉 : "왜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어요?"
어멈 : "엄마가 몰랐는데 거기에 아기들이 쓰면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서~."
봉봉 : "안좋은 성분이 뭐예요?"
(이때부터 어멈은 안좋은성분이라고 말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어멈: "봉봉이가 애기인데 애기들이 쓰면 뭐가 나는거라 그러더라구~"
봉봉: "그래서 새 친구가 왔어요?"
꽤 대화가 길었다.
봉봉은 그 대화에서 아마 머리에 콕 박히는 한 줄의 문장이 있었던 모양이다.
바로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어~"라는 말.
봉봉은 그 후로 몇 차례 뜬금없는 순간에
"엄마가 캐릭터비누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다른데 보냈어요?"
라며 어멈을 놀래켰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봉봉은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를 아주 다양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먹을 것을 혼자 먹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하지만 다른 상황에도 아주 엉뚱하게 쓴다.
"과자에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할아버지 못줘요."
"밥에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못먹겠어요."
"비누방울에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친구 못 빌려줘요."
그중에서도 제일 황당했던 건,
"어린이집에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못가겠어요." 라던 말.
[안좋은 성분]이 뭔지 봉봉은 알고 하는 말일까?
대상이 싫어서 하는 말인지 좋아서 하는 말인지 아리송 하지만 아무튼.
나날이 느는 그녀의 응용력.
무슨 말을 함부로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