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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어멈 Aug 29. 2017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어요."

봉봉 에피소드 / 무슨 말을 못 한다 내가.


자유로운 생각의 여신상.



봉봉 앞에선 말조심을 해야 한다.

요새 봉봉에겐 새로운 핑곗거리가 생겼는데

 그건 그녀가 사용할 거라 상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봉봉이 참 좋아하는 캐릭터 비누가 있었는데, 그 비누는 그녀의 목욕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목욕비누 성분을 보던 중 아기가 사용하기에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서

봉봉 모르게 비누를 치우고 다른 비누를 사두었다.

그걸 눈치채지 못할 봉봉이 아니었다는 걸 깜빡 잊고서.


드디어 목욕시간이 찾아왔고 봉봉과 이런 대화가 오갔다.




봉봉 : "엄마 캐릭터 비누는 어디 갔어요?"

어멈 : "어~그 캐릭터 비누에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어서 엄마가 다른데 보냈어~"


봉봉 : "왜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어요?"

어멈 : "엄마가 몰랐는데 거기에 아기들이 쓰면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있다고 해서~."


봉봉 : "안좋은 성분이 뭐예요?"

(이때부터 어멈은 안좋은성분이라고 말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설명하기 어려우므로.)


어멈: "봉봉이가 애기인데 애기들이 쓰면 뭐가 나는거라 그러더라구~"


봉봉: "그래서 새 친구가 왔어요?"




꽤 대화가 길었다.

봉봉은 그 대화에서 아마 머리에 콕 박히는 한 줄의 문장이 있었던 모양이다.

바로 "안좋은 성분이 들어있어~"라는 말.


봉봉은 그 후로 몇 차례 뜬금없는 순간에

"엄마가 캐릭터비누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다른데 보냈어요?"

라며 어멈을 놀래켰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다.

봉봉은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를 아주 다양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먹을 것을 혼자 먹고 싶을 때 주로 사용하지만 다른 상황에도 아주 엉뚱하게 쓴다.


"과자에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할아버지 못줘요."


"밥에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못먹겠어요."


"비누방울에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친구 못 빌려줘요."


그중에서도 제일 황당했던 건, 

"어린이집에 안좋은 성분이 있어서 못가겠어요." 라던 말.


[안좋은 성분]이 뭔지 봉봉은 알고 하는 말일까?

대상이 싫어서 하는 말인지 좋아서 하는 말인지 아리송 하지만 아무튼.

나날이 느는 그녀의 응용력.

무슨 말을 함부로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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