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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오리 May 11. 2024

감금 지옥


번화가 한가운데에 있는 실내 동물원에 입장했다. 이용 시간은 ‘2시간’이라고 했다.



입구에서 ‘먹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간단한 설명을 받고 들어가자, 다양한 ‘종’들이 보였다. 실내 동물원의 ‘종 다양성’에 놀랐다.


돼지가 보였다. 잔디와 같은 종이었다. 하지만 어려 보였다. 직원에게 나이를 물었더니 어리다고, 커진다고 했다. 그렇겠지. 잔디처럼 커진 돼지는 어디로 가게 될까. 발톱이 길게 자라 있었다.



그는 우리가 머문 2시간 동안 두 번, 그의 공간에서 끌어내졌다. ‘체험‘을 위해서였다. 몸이 들릴 때마다 그는 소리를 내질렀다. 산책 중, 내가 잔디의 방향을 바꾸려 할 때,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할 때, 잔디가 내는 소리와 비슷했다.



알다브라 코끼리 거북. 사진 찍는 나에게 직원은 그의 공간에 들어가서 찍어도 된다고 했다. 이 ‘배려’가 얼마나 많은 이에게 허용되었을까. 그 옆에는 작은 거북이들이 수조 안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더 멀리 헤엄치고 싶다고.



이후 직원이 ‘체험’ 시간에 그를 공간에서 끌어내 아이들 앞에 내버려 두었다. 아이들은 달라붙어 만져댔다.



직원은 아이들에게 이 거북이가 물을 좋아한다고 설명했지만, 그의 공간엔 헤엄을 칠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았다. 요란한 체험이 끝나자 직원은 그의 등껍질을 잡고 끌었다. 다시 그는 전시된다. 전시, 체험, 전시, 체험. 그의 나이가 70살이 넘었다고 들었다.



은여우는 유리벽을 긁어댔다. 라쿤은 ‘먹이’를 넣어줘도 반응이 없었다. 공작새는 멋진 날개를 활짝 폈다. 그걸로 끝인 공간이었다. 적어도 날개를 펼칠 수 있음이 다행인가? 오전에 시장에서 만났던 새들이 떠올랐다.



전시되는 동물과 그들의 ‘관심’을 사기 위해 거래되는 ‘먹이’인 밀웜. 밀웜은 동물로도 여겨지지 않았다.



동료들이 중간에 나가고 싶다는 표현을 했지만, 나는 2시간은 채워야 한다고 했다. 이용 시간인 2시간만큼만 감금.


어른들의 ‘이상한 교육‘이 들리고, 이성애 커플의 즐거운 모습, 동물을 만지려고 달려드는 어린이들. 그건 또 다른 고통이었다. 동물이 숨을 수 없는 구조. 숨고자 해도 직원이 들어서 끌어내는 방식. 그건 이용 시간을 구매한 인간 소비자에게는 최고의 이용 조건이었다.


이곳에서 불행한 인간 종은 우리뿐이었던 것 같다.


2시간을 겨우 채우고, 다음 일정이 있는 동료를 따라 그곳을 벗어났다. 마음만 먹으면 더 남아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곳을 나와 동료에게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 것이 창피했다.



집에 도착해 바지에서 꺼낸 꾸깃한 동물원 영수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실시간 진행되는 동물체험 꼭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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