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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본쓰 Apr 29. 2021

한 꼭지에 얼마큼 써야 할까?

(6) 분량에 대한 고민.

책쓰기에 갓 도전했을 때, 가장 고민한 부분은 내용보다는 양식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분량'에 대한 고민이었다. 너무 짧으면 쓰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 쓸 것 같았고, 너무 길면 하나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여놓기만 한 영양가 없는 글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얼마나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게 제일 큰 문제였다. 

단편소설이라면 200자 원고지 80~100매 정도의 글을 쓰면 된다고 하는데, 에세이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분량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200자 원고지 기준으로도 얼마만큼의 분량인지 당시엔 전혀 몰랐지만.) 책장에 꽂혀있는 에세이 단행본을 꺼내 한 꼭지를 읽어보고는 '아, 이 정도면 되려나?' 싶었으나, 글을 읽는 것과 글을 직접 쓰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금세 써 내려간 글 한 꼭지는 한글 프로그램 기준 A4 1/2매를 겨우 채웠는데, 그냥 보기에도 턱 없이 적은 양이었다. 

처음엔 에세이 몇 권을 참고하여 노트북에 옮겨 적어봤는데 이상하게 그 양이 제각각이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에세이에도 나름의 분류가 있었다. 정보 전달을 겸하여 쓰는 에세이의 경우는 양이 비교적 많고, 내 이야기와 생각을 고스란히 적는 에세이의 경우는 그보다는 더 적은 양이었다. 에세이라는 유형 자체가 자유롭게 쓰는 글이다 보니 이 두 가지 모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그렇다면 에세이, 한 꼭지에 얼마큼 써야 할까? 정답은 '없다'. 허무하긴 하지만 절대적인 정답은 없었다. 내가 글쓰기의 바이블/사전처럼 애용하는 책이 있는데, 바로 정혜윤 님의 『작가를 위한 집필 안내서』. (에세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도움되는 내용이 거의 다 들어있으니,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하자면, '일반적인 자기 계발 단행본을 기준으로 원고지 매수로는 약 800매 혹은 한글 파일에서 글자 크기 10포인트 기준으로 85매 이상'을 써야 한다. (p.73) 전체 분량은 이러한데 한 꼭지에 분량에 대해서는 틀이 많이 깨져서, 짧고 굵은 이야기를 담으려면 A4 1매나 1.5매 정도의 분량이 더 낫다는 것이 정혜윤 님의 의견. (pp.74-75.) 어쨌든 절대적인 분량보다는 글의 통일성이 중요했다. 


분량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할지라도, 나는 통일성 있는 규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단행본 기준으로) 어떤 글은 한 꼭지에 6페이지인데, 어떤 글은 20페이지나 한다? 쓰는 사람도 그렇고 읽는 사람도 그렇고, 예측할 수 없는 분량에 혼란스러울 것이었다. 적당한 분량을 고민하다가 내가 내린 결론은 A4 2.5매±0.5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몇 차례 글을 쓰다 보니, 글의 흐름이나 내용 면에서 그렇게 지루하지 않으면 필요한 내용만 담을 수 있는 분량이 이 정도였다. 그리고 전체 원고 분량이 A4 85매 정도여야 하니, 예상 목차에서 짠 여는 글과 닫는 글 그리고 30개의 꼭지를 담으려면 85매÷32꼭지=약 2.65매. 꼭지당 2.65매 정도를 써야 하는 것이었다. 지극히 산술적인 평균 수치였는데 나중에 퇴고하고 보니 거의 들어맞았다. 

기본 서식으로 작성했을 때, A4 2.5매±0.5매.


나의 경우에는 브런치에 먼저 초안을 자유롭게 써보고 초안을 한글파일에 옮겨서 분량을 체크한 다음, 예상한 분량보다 많다면 빼고 적다면 추가하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사실 한글파일에 먼저 쓰고 브런치에 옮기는 일이 더 효율적이겠지만, 나는 왠지 그 방법이 끌리지 않았다. 여러 기능들이 있는 한글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글을 쓰려니 집중이 잘 되지 않았던 탓에 그냥 백지처럼 깔끔해 보이는 브런치에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렇게 옮겨 쓴 글이 단행본으로 나왔을 때 어느 정도의 분량 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그 당시 읽고 있었던 책 『페스트』(문학동네)를 기준으로 양식을 지정해놓았다. (『페스트』는 소설이지만 그냥 개인적인 호기심에 이 양식을 '출판용' 서식으로 지정해보았다.) 이 경우에는 기본 서식에 글만 옮겨 적은 것이 아니라 종이 단행본으로 인쇄되는, 그러니까 독자들 눈에 보일 그대로를 옮겼다. 여백과 자간, 글꼴을 최대한 맞출 수 있는 만큼 맞추고 글을 쓴 것. 물론 이는 참고용이자 예시일 뿐이다. 설령 원고가 출판사에서 채택되어 출간하게 되더라도, 각 출판사마다 선호하는 편집 스타일이 있고 그에 맞게 인쇄되므로 투고 시에는 위와 같은 기본 서식으로 작성한 파일을 투고했다. 

단행본 기준으로 설정했을 때, 6매±1매.


글이 길어졌는데, 책쓰기를 위한 분량에 정답은 없다는 것이 요지. 다만, 자신의 글 쓰는 스타일이나 전체적인 분량과 목차를 고려하여 통일성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여 A4 2.5매±0.5매라는 기준을 정해놓은 것처럼. 




+ 양식.

나중에 '원고 투고 방법'에 대한 글을 발행하겠지만, 짧게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출판사마다 고정적으로 사용하거나 선호하는 인쇄/편집 스타일이 있다. 그렇기에 투고할 원고는 기본 양식으로 하는 것이 낫다고 한다. 어차피 출판사 측에서 편집하면서 다 맞춰지니까. 추후 투고용으로 저장한 원고 양식은 이러했다. 어떠한 설정(종이 크기나 여백, 자간, 장평 등)도 손대지 않고, 글꼴 '함초롬바탕'체에, 글자 크기는 10포인트로 맞추었다. 글꼴과 글자 크기도 크게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 가급적이면 기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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