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용마 Jan 13. 2018

피는 물보다 진한가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 글은 2016년 5월 16일 티스토리에 작성된 글입니다.


이 글은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가는 길에 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개봉했을 땐 이 영화가 있는지 몰랐고, 그 후에 재개봉 소식을 간간이 찾아보곤 있는데 아직 수도권에는 소식이 없다. (현재 대구에 어느 영화관 한 곳에서만 재상영을 하고 있다.) 만약 언제라도 근처 영화관에 재개봉한다면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블로그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몇몇 글들만 겨우겨우 시간을 내어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포스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리뷰 카테고리는 방치된 지 오래다. 리뷰를 쓰고 싶은 영화나 음악은 여전히 많지만, 포스팅 시간을 감수할 만큼 써야겠다는 작품은 많이 없었다. 그래도 이 영화만큼은 꼭 리뷰를 쓰고 싶어 현재 참여하고 있는 모임에서 월간계획을 발표할 꼭 이 영화만큼은 포스팅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료타, 일류기업에 다니면서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에 있어서 무척이나 열정적이다.



퇴근길, 그가 사는 아파트가 보인다.



고급 아파트, 고급 차.


그의 성공을 말없이 설명해주고 있다.




누가 봐도 부러울 만큼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했고, 집에 와서도 여전히 일에 대해 몰두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시간 좀 내보겠다는 료타의 말에 그의 부인 미도리는 그 말만 벌써 6년째라면서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미도리는 아들 케이타를 낳은 병원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면서, 직접 만나야 연락한 이유를 말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무슨 일일까?


 



아이가 바뀌었습니다.


케이타를 낳은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을 건넨다. 6년 전 미도리가 낳았던 아들이 케이타가 아니었다는 것.


료타와 미도리는 그런 일은 1960년도에나 일어날법한 일이지, 요즘 와서 말이 되냐고 따져보지만.



노노미야 케이타는 검사 결과 생물학적 친자가 아닌 걸로 판명되었습니다.


DNA 검사 결과가 그 말에 대한 대답을 대신해준다.



역시 그랬었군.


상념에 빠진 료타.




뒤바뀐 아이의 부모들의 첫 만남.




부인 유카리와 남편 유다이.


료타와 미도리의 아들이었던 "케이타", 유다이와 유카리의 아들이었던 "류세이"



서로 사진을 교환하면서 병원 측의 실수만 없었다면 자신들의 아이였어야 할 케이타와 류세이를 처음 보게 된다.


료타의 눈에는 아이보다 보상금만 밝히는 유다이의 행동이 영 맘에 들어하지 않는 눈치다.




"이왕이면 둘 다 키우는 건 어때?


상사의 제안에 료타는 솔깃한다.



계속해서 만나는 케이타네와 류세이네 식구들.



료타는 생물학적 친자인 "류세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의 혈연, 류세이.



먹는 음료에서도 두 집의 방식이 다르다.

류세이는 먹고 싶은 콜라를 먹고 있지만, 케이타는 철저히 주스만 먹는다.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진심을 다해 놀아주는 유다이.




그에 반해 료타는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게임을 하면서 케이타와의 시간을 보낸다.




류세이네 집에 도착한 케이타네 식구들.




주말 하루 동안 류세이와 케이타를 바꿔 재우기로 약속한다.


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류세이.



류세이네에 남겨진 케이타.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길래 가보니까




저녁에 먹을 만두를 찌면서, 아이들과 함께 만두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면서 숫자를 세고 있다.


이렇게 류세이네는 집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뭐든 놀이처럼 즐겁다.




"그렇게 쳐다만 보고 있으면 하나도 못 먹는다"


집과 다른 환경에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케이타에게 입 달린 식구가 많은 류세이네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려주는 유카리.




여기는 비싼 소고기를 먹고 있다.




뜨거워서 잘 먹지 못하는 류세이에게 잘라서 먹여주기보다는



젓가락질에 대한 지적부터 시작한다.


그렇다. 료타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처럼 승승장구만 하기를 바라고 있다.


뭐든지 잘해야 하기 때문에 눈에 거슬리는 행동들은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바로 잡아주려 하고 있다.




케이타네에서 혼자 목욕하는 류세이.




그에 반해 케이타는 류세이네 가족들과 같이 목욕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주는 유다이.


류세이네는 어떤 일이든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케이타에게 집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모습들이 신기하면서 마냥 즐겁기만 하다.


(저 우측에 보이는 녹색 옷 입는 막내아들이 은근히 씬 스틸러)




그에 반해 지루한 시간만을 보내고 있는 류세이.


게임을 해도 해도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저 집에 가면 안 돼요?




다시 원래 집으로 아이를 돌려보내는 두 가정.


류세이의 표정이 방금과는 다르게 활짝 펴졌다.




두 아이, 제가 키우면 안 됩니까?

사례는 톡톡히 해드리겠습니다.



농담같이 진담을 던진 료타의 말에 유다이는 한 마디 던진다.


"져본 적이 없는 녀석은 정말 남의 마음을 모르는 군"



병원과의 소송 당일.


이 간호사가 갑작스러운 고백을 한다.


두 아이는 내가 일부러 바꿨다.



아들 딸린 남자와 재혼을 하고 육아로 고민이 많아져, 스트레스를 다른 사람 아이에게 풀었다고 말하는 간호사.


료타네가 행복해 보여서 그랬다고 충격적인 말을 한다.





학교에서 "아버지의 날" 선물로 케이타가 만들어온 종이장미.


선물 고맙다는 료타의 말에  케이타는 "둘 중 하나는 로봇 고쳐준 류세이 아빠 줄 거야"라고 한다.


(료타는 말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섭섭해한다.)




류세이의 동생들과 손잡고 류세이 엄마, 유카리가 일하고 있는 가게를 찾아온 케이타


(저 막내아들 아무리 봐도 귀엽다)



보통 엄마라면 "여기 왜 왔어?"라고 당황했을 테지만, 유카리는 아이들에게 먹을 걸 주면서 조심히 집에 돌아가라며 챙겨준다.

(참된 교육이 몸에 그냥 배어있다)




그 시간 집에서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주고 있는 유다이.




피아노 연주회에서 "떴다 떴다, 비행기"를 연주하는 케이타



그에 반해 동년배 아이는 수준 높은 연주를 구사한다.



그 연주를 듣고 료타는


"케이타, 너는 남보다 못하는 게 분하지 않아?


더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계속해도 의미가 없다며 여전히 아이가 자신이 원하는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하자 쓴소리부터 던진다.



케이타를 보내야 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미도리는 료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당신은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미 정답을 정했어"


"케이타와 보낸 6년의 시간보다 피를 선택하기로."


"케이타가 우리 애가 아닌 걸 알았을 때 뭐랬는지 기억해?"


자신과 닮았다면 분명히 뭐든 잘해야 할 것이고, 경쟁심도 활활 타올라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케이타를 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한 료타.


  

"역시 그랬었군"


료타가 은연중 던졌던 이 한마디에는 참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 한 마디는 평생 잊지 못한다는 미도리.




같이 야외로 놀러 온 류세이네와 케이타네.



두 가족은 여전히 참 대조적이다.




케이타네로 온 류세이.


  

1. 볼일은 앉아서 본다.

2. 영어공부는 매일 한다.

3. 목욕은 혼자서 조용하게 한다.

4. TV 게임은 하루에 30분

5. 엄마 아빠라 부를 것.


류세이는 료타가 정한 규칙을 읽어 내려간다.


(듣기만 해도 답답하다.)



  

왜?


엄마, 아빠가 아닌데 왜 엄마, 아빠라 불러야 돼?


아빠가 아니잖아, 아빠 아니야.


류세이의 이 한 마디에 그 이유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료타.


겨우 한다는 말이 그냥 부르다 보면 차차 알게 될 거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한다.


이럴수록 류세이의 마음의 문은 더 굳게 닫힐 뿐이다.




그에 반해 유타리는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케이타에게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앉아준다.


이렇게 아이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기술연구소로 발령 난 료타.


좌천이 아닌, 가속페달만 밟아봤으니 이제 가족들과 시간 좀 보내라는 의미에서 브레이크 좀 밟으라는  상사의 배려.



아이의 자세에서 이미 수직적인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가 느껴진다.



아이를 뒤바꾼 간호사의 집에 찾아온 료타.


간호사의 아들이 엄마를 지켜주기 위해 료타를 막아서는데.


이 아이도 피가 섞이지 않은 엄마를 이미 엄마로 받아 들고 있다.



아무 말 없이 다시 돌아가는 료타.





기술 연구소로 온 료타.


"이 숲은 연구 때문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죠"




매미의 유충을 집어 든 료타.


"이건 여기서 태어났나요?


딴데서 날아오는 것도 어렵지 않지만, 매미가 여기서 알을 낳아 유충이 땅에서 나와 부화할 때까지 15년이 걸렸다고 말하는 직원.


"그렇게나..."


"긴 거 같나요?"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고 홀연히 떠나는 직원.




류세이는 딱딱하고 따분한 료타 집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난다. (쉽게 말해 가출)




아저씨 통과할 때 뒤에 슬쩍.



류세이가 사라지고 찾아 나서는 미도리.




류세이는 원래 살던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었다.



혼낼 건 혼내라는 료타.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이 집으로 보내도 된다고 말하는 유다이.

그리고 이어서 그의 부인 유카리도 한마디 건넨다.


  

우린 케이타든, 류세이든 둘 다 상관없어요.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류세이.


표정이 좋지 않다.




다음날 아침.



여전히 집에서 일하고 있는 료타.



이전과는 다르게 아이와 함께 놀아주려 노력한다.



총놀이를 하며 류세이와 놀아주는 료타.





료타의 부인 미도리는 류세이와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케이타를 배신하는 거 같다며 슬퍼한다.



아침에 텐트에서 잠든 류세이의 모습을 찍는 료타.



찍은 사진을 위해 카메라 앨범을 찾아보는데.



어제 찍은 류세이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그곳에는 케이타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아들 케이타가 찍은 자신의 모습이 찍혀있다.


잠든 모습.



여기서도 잠든 모습.



여기서도.



여기도.


그렇다. 아이는 늘 아빠를 원했지만, 늘 잠들어 있었다.



처음 본 그 사진을 보고 많은 생각에 잠든 료타.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이 영화의 가장 명장면이 아닐까.)



케이타를 보러 온 료타와 류세이.




그 모습을 본 케이타는 밖으로 도망가버린다.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가는 료타.



  

케이타, 아빠가 약속을 깨고 보러 왔어.

아빠는 아빠가 아니라고 말하는 케이타.



이제야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한 료타.

 

그래도 6년간은 아빠였어.

제대로 해주진 못했어도 아빠였어.


네가 준 장미, 잃어버려서 미안해.


카메라, 아빠 사진도 많이 찍어줬지.

피아노도, 아빠도 피아노 하다가 그만뒀어.


두 갈래 길 끝에서 다시 만난 료타와 케이타.
아무 말 없이 케이타를 안아주는 료타.


그는 그렇게 아버지가 되었다.

  



#1.


료타는 서툴렀다. 자식에게 부모로서의 모든 것이.

그렇게 뛰어나지 않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료타.

아들 또한 자신처럼 성공하기만을 바랬다.


그래서일까.

자식을 하나의 인격체보다 소유물로 생각하면서

가장 빠른 길을 걸으며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2.

자식이 태어나고 커가는 만큼, 그때부터 부모도 함께 커가기 시작한다.

아이만 크는 게 아니다.


#3.

Like Father, Like Son이라는 제목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의역한 건 신의 한 수.


#4.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연기가 훌륭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의 장점이다.


#5.

류세이에게 "아빠"라고 부르라고 강요하는 료타.

왜 불러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 류세이

료타는 아이의 눈높이에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냥"이라고 얼버무린다.


그때까지는 그냥 아버지였지만,

마지막 케이타와 걷는 장면에서 료타는 비로소 아이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시작한다.

"아빠도 피아노 하다가 그만뒀어"


진짜 아버지가 되어가고 있다.



#6.

카메라를 보며 흐느끼는 료타의 모습이 영화가 끝났는데도 계속 아른거린다.

만약 내 아들이 잠든 내 모습만 찍어놓았다면 어땠을까.


#7.

아이는 아버지와 계속해서 호흡하고 싶어 하는데,

아버지는 정작 자신의 호흡에 아이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도 아버지가 된다면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러고 있지 않을까.


#8.

우리는 흔히 자식을 낳는 순간 아버지(또는 어머니)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버지인 사람이 어딨을까.


#9.

료타와 유다이, 단 둘이 대화했던 장면이 기억난다.

나 아니면 일이 안 돌아간다는 료타의 말에

유다이가 한 마디 한다.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는 거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