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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면 알게 될 거야
by 서용마 Apr 12. 2018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느낀 20가지 생각들

퇴사 후 혼자 떠난 3박 4일간의 블라디보스토크


3월 마지막 날에 퇴사하고 혼자 블라디보스토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박 4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어떤 것을 느끼고 돌아왔는지 남겨보는 글을 쓰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막연하게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였지만 계속 미뤄두고 있는데 퇴사도 했겠다. 비행기 표도 저렴하게 풀렸겠다. 시간도 되겠다. 돈도 앞으로 생각해봐도 지금이 가장 많겠다. 그래서 냉큼 비행기 표를 끊었다. 블라디보스토크를 간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하니 모두가 한 목소리로 무서운 동네를 왜 가냐고, 가서 스킨헤드 만나면 어떻게 하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고 말하면서도 사실 좀 무섭긴 무서웠다.)


다행히 여행 중에 이렇게 생긴 사람은 못 봤습니다. 안심하세요!


항공권과 숙박요금


단돈 30만원 초반대에 항공료와 숙소를 해결했다.


(1) 항공권

한 달 전에 끊은 비행기 표는 제주항공에서 카카오페이 할인을 받아 208,400원이었다. 문화상품권(8%)으로 충전한 네이버 페이가 넉넉했다면 이것보다 저렴한 200,928원에 다녀올 수 있었겠지만 지난달에 네이버 페이를 다 쓴 바람에 최대 1만 원까지 항공료를 할인해주는 카카오 페이로 결제했다. 위탁 수하물은 한국에 들어올 때만 신청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굳이 러시아 갈 때 위탁 수하물은 필요없었다. 올때는 신청 안했으면 진짜 후회할 뻔 했다. 쇼핑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게 많았다.)


직장인이라면 내가 갔던 비용에 가기 힘들 것 같고, 대한항공이나 제주항공 표 값이 러시아 에어로플로트, 오로라항공, S7 항공의 가격이 비슷하다면 후자를 추천한다. (러시아는 수하물을 넉넉하게 준다.) 


(2) 숙소

숙소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괜찮은 현대 호텔이나 아지무트에서 묵을까 하다가 젬추지나 호텔이 저렴하게 풀려서 냉큼 예약했다. 쿠폰 할인을 받아 1박에 41,100원 정도 됐다. 3박 모두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 (조식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에서는 가까운 편이고, 아르바트 거리까지도  걸어다닐만한 거리라 4일 내내 걸어 다녔다. 15분 정도 걸린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느낀 20가지.


1. 한국 사람들이 정말 많다.


동양인 = 한국인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반면 이렇게 중국인이 없는 관광지는 처음 봤다. 일본인은 한 번도 보질 못했다. 한국인:중국인:일본인 비율이 8:2:0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대부분의 동양인은 그냥 한국인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 모두가 한국인 단체 관광객


한국인들은 주로 50대 이상의 아줌마, 아저씨들로 구성된 단체 관광객들이 가장 많았고, 친구 둘로 구성된 여행객들도 종종 보였다. 나처럼 혼자 여행 온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아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이 여행을 좋아한다고 느낀 게 혼자 오든 같이 오든 여자 관광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 킹크랩은 러시아에서 먹는 걸로..

킹크랩의 위엄 보소 (일부러 사진 크게)

킹크랩으로 인기가 좋은 식당은 주마(ZUMA), 오그뇩, 삐야띠 아께안 등이 있다. 



필자는 삐야띠 아께안에서 먹었다. 1kg에 2000 루블 정도였다. 혼자 먹으려면 1kg, 둘이 먹으려면 2kg 정도가 적당할 듯싶다. (참고로 둘이서 2kg에 다른 요리 2~3개 정도 시키면 양이 너무 많다. )


또 먹고 싶다.


잠깐만 루블이 더 내려갔잖아? 이 순간 킹크랩이 더 저렴해졌다


일본이나 중국과 같은 다른 나라에서 카드 결제를 하거나 ATM을 이용하면 높은 수수료 때문에 당황하는데 러시아에서는 반대로 수수료를 포함하더라도 생각했던 것보다 저렴해서 당황했다. 혹시나 해서 한국에서 루블로 환전해서 갔는데 달러로 환전해서 현지에서 루블로 바꾸거나 현지 ATM 이용하는 편이 훨씬 낫다.


3. 커피는 한국에서 먹는 걸로..


러시아 사람들의 표정을 잘 설명하고 있는 해적커피 로고


해적 커피에서 아메리카노는 55 루블이다. 빽다방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보다 싸다. 대신 맛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컵 홀더도 따로 없으니 그냥 화상 당하는 편이 낫다. (물론 농담이고 그렇게 뜨겁지 않다.) 핫초코는 프렌치 초콜릿이라는 이름으로 99 루블에 팔고 있다. 맛은 기대하지 말고 아르바트 거리에 위치한 해적 커피는 잠시 갈 곳이 없을 때 그냥 시간 때우기 좋다.



4. 술 값이 정말 싸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남성들의 평균 수명은 77세, 여성들은 82세다. 반면 러시아는 남성이 64세, 여성은 76세다. 우리나라에 비해 남녀 평균 수명 차이가 확연하다. 그 이유를 파헤쳐보면 보드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 러시아 정부도 심각성을 알고 2010년 9월부터 밤 10시 이후로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고 한다. 그래서 숙소에서 술을 마시려면 미리 술을 구입하도록 하자. 3일차에 우수리스크 다녀온다고 늦게 복귀해서 술을 구입하지 못해 사이다만 마셨다. 내 보드카! ㅜㅜ


맥주, 보드카 그냥 술이면 다 싸다.

대부분의 맥주가 80 루블 정도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500원 정도. 이러니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정말 마음 같아서는 캐리어 3개 정도에 술만 담아오고 싶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했다.



5. 나는 영어를 쓰고, 그들은 꿋꿋이 러시아어를 쓴다.

공항에서도, 택시에서도, 가게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장소는 상관이 없었다. 일반 사람이든, 가게 직원이든, 택시 기사든, 공항이나 기차역 직원이든 사람이면 똑같았다. 내가 영어를 쓰면 그들은 그냥 평소처럼 러시아어를 쓴다. 우리는 외국인이 영어로 말을 걸면 어떻게든 짧은 영어로 대답해주려고 노력하는데 그들에게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 도착한 날 굉장히 당황했다.



그래도 츤데레 기질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하면 러시아어(?)로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한다. 우리는 살기 위해서 영어를 배우는데 러시아는 서방에 대한 반감으로 웬만하면 영어를 쓰기 싫어한다고 하니 내심 부러웠다. 



6. 화장실이 유료다. 

블라디보스톡행 기차를 기다리는 우수리스크 역에서.


위 사진은 우수리스크 역의 모습이다. 건물의 우측을 자세히 보면 역 화장실이 하나 있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면 러시아 아주머니가 한 분 계신다. 이용하기 위해서는 20 루블을 지불해야 한다. 화장실을 돈 내고 다녀본 적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모습이다. 길거리도 아니고 역 화장실이 유료인 건 당황스러웠다. (블라디보스토크역은 좀 더 비싸다고 들었다) 그나마 화장실은 깨끗하게 되어 있으니 맘 놓고 이용하면 된다. 



7. 모든 도로가 보행자 우선이다.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 앞에서 핸드폰을 만지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좀처럼 신호가 바뀌지 않아 신호등을 찾는데 없다. 알고 보니 큰 거리가 아니면 신호등 없이 그냥 건너면 된다고 한다. 러시아 사람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 그 불친절함 때문에 도로에서도 그러지 않을까 주춤거리면서 건너려고 하는데 보행자가 건너려고 제스처만 취해도 자동차가 급정거한다. 여기에서는 보행자가 무조건 우선이라고 한다. 그래서 횡단보도 앞에 서있기만 해도 멈춰주는 차들이 굉장히 많았다.


독수리 전망대에 갈 때 굉장히 인상 깊었던 교차로였다.


8. 거리가 생각보다 깔끔하다.

   

환경미화원이라고 해야 하나? 청소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 그리고 거리 곳곳에는 쓰레기 통이 굉장히 많아 버리기도 용이하다. 



9. 영어 병기 따위는 없다.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이 아니였어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위치한 항구의 모습인데 영어 따위는 없다. 그래서 처음에 여기가 기차역인 줄 알았다. 항구가 이 정도인데 딴 곳은 오죽하랴, 표지판부터 상가 이름이 영어로 병기되지 않은 곳이 정말 많다. 


제발 영어 좀요


기차표를 끊을 때도 영어로 되어 있지 않아 상당히 애를 먹었다.



10. 실내에 들어가면 외투를 무조건 벗어야 한다. 

Ponto Panko와 Supra.


좀 괜찮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안에 들어가서 외투를 무조건 입구에서 보관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들어갈 때마다 외투에 있는 귀중품을 가방에 다 넣고 맡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외투를 맡기면 이렇게 번호표를 준다. 식사를 마치고 번호표를 입구에서 반납하면 다시 외투를 건네준다.


이 맥주가 맛있어서 숙소에서 또 사먹었다.


그리고 병맥주를 시키면 첫 잔은 따라준다. 불친절한 듯 친절한 러시아 사람들.



10. 식사 도중 쓴 냅킨은 바로바로 치워준다.


킹크랩을 먹을 때도, 힝깔리를 먹을 때도, 샤슬릭을 먹을 때도 냅킨을 쓰고 나면 미안할 정도로 잽싸게 채워준다. 분명 카운터에서 마주했을 땐 불친절했던 사람들이 맥주를 시키거나 냅킨을 쓰면 친절하게 채워주고, 바로바로 가져간다. 특히 킹크랩을 먹을 땐 껍질도 많이 생기고, 그릇도 금방 더러워지고, 냅킨도 굉장히 많이 썼는데 미안할 정도로 그때마다 일일이 치워줘서 먹는 입장에서 눈치 보였다.



11. 대형 버스뿐만 아니라 미니밴이나 승합차로 된 버스도 많다



버스가 미니밴이나 승합차인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버스 기사님들 복장이 생각보다 프리(?)해서 깜짝 놀랐다. 그래도 저렴하게 공항에서 시내까지 이동했다. (짐 포함해서 275 루블) 공항 열차는 하루에 5대밖에 운행하지 않는다. 시간이 맞지 않는 이상 포기하는 편이 낫다. 일행이 3명 이상이면 택시도 괜찮다.


12. 언덕이 정말 많다.

마치 성남에 있는 남한산성처럼 언덕이 정말 많다. 무릎이 좋지 않으면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은 택시 타고 다니는 걸로.. 어딜 가든 언덕 다음 또 언덕이다.

어딜 이동해야 할 때 길이 가파른 탓에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13. 마트에 한국 상품이 굉장히 많았다.

블라디보스토크와 거리가 비슷한 중국이나 일본에 가면 한국 제품들은 따로 작게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그냥 쉽게 보인다.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러시아 제품보다 한국 제품들이 훨씬 많은 거 같다. 라면 코너에서 구경하고 있을 때 신라면을 구매하는 러시아 사람들도 굉장히 많이 봤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롯데가 러시아에서 많이 팔아서 잠실에 월드타워를 지었구나)


14. 공항이나 기차역 입구에서 보안 검사를 실시한다. 

테러 위험 때문인지 공항이나 기차역 입구에서 보안 검사를 실시한다. 나갔다 들어오면 무조건 다시 검사 받아야 한다.


15. 어딜 가든 잔돈 거슬러주는 것을 참 싫어한다.

계산할 때 잔돈이 발생하면 표정이 심히 안 좋아진다. 웬만하면 환전할 때 소액으로 많이 바꿔서 들고 다니자. 50 루블과 100 루블이 가장 쓰기 편하다. 


16. 건물이 이중문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추운 나라여서 그런지 건물이 이중문 구조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 숙소를 찾을 때도 문을 열었는데 안에 사무실처럼 문이 또 있어서 여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거기가 맞았다. 대부분의 건물들이 이중문 구조로 되어 있다. 


17. 러시아 여자들은 정말 예쁘게 생겼고, 러시아 남자들은 정말 무섭게 생겼다. 

말 그대로 여자들은 정말 예쁘게 생겼고, 남자들은 정말 무섭게 생겼다.


18. 치안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경찰들도 많았고, 돌아다닐만한 거리들이 모두 도로에 인접해 있어서 치안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나는 무섭지 않기 때문에 밤에 숙소로 갈 때 카메라가 흔들릴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19. 기차를 타면 한 시간 째 이 풍경이다.

이것은 정지 화면이 아니었다. 계속 보고 있으면 은근히 졸리다


블라디보스토크 역에서 우수리스크 역까지는 기차로 약 2시간 20분 정도 걸리는데 1시간 정도 저 풍경이 계속된다. 이 풍경을 계속 보고 있자니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말 타고 도망가는 송강호의 모습이 계속 생각났다.


가끔 이런 풍경도 나온다. 군데군데 집이 있다.


20. 일본 자동차가 굉장히 많다.


맨 처음에 동양인 중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얘기했다. 반면 자동차로 보면 일본 자동차가 압도적이었다. 종종 한국 자동차나 버스도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도요타, 혼다, 스즈키, 닛싼 계열의 자동차들이 많았다.  왜 그럴까 싶어서 검색을 해보니 날씨가 추워지면 한국 자동차들은 엔진이 잘 꺼지는데 일본 자동차들은 끄덕 없어서 선호한다고 한다. 





쇼핑을 좀 많이 해서 예상했던 금액보다 지출이 많았지만 쇼핑을 하지 않는다면 블라디보스토크에 정말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여유롭게 다녀오고 싶다면 3박 4일, 짧고 굵게 다녀오길 원한다면 2박 3일이 적당한 것 같다.


처음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온다고 했을 때 걱정했던 사람들이 여행을 다녀온 후에 어땠는지 가장 먼저 궁금해했다.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일본, 대만에 놀러 가는 비중보다는 훨씬 적은 편이다. 내가 가기 이틀 전에 짠내 투어에서도 블라디보스토크에 다녀오고, 며칠 전에는 한끼줍쇼도 다녀왔다고 한다. 그전에 원나잇 푸드 트립 등 여러 방송에서도 소개되었다. 이 말은 즉 앞으로 한국 관광객들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 중국, 대만은 이제 국내 여행만큼 진부해져서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이 또 다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사람들이 시끄럽고 민폐끼가 있긴 해도 한 번 다녀오면 우리나라에 오는 중국 관광객처럼 돈을 펑펑 쓰고 가니 러시아 입장에서도 한국 사람들에게 굉장히 호의적인 편이다.


혼자 다녀오니 숙소, 교통비, 음식값 비용이 다소 올랐다. 하지만 가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다보니 친구들과 떠났던 다른 여행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느꼈다. 바로 이 글이 그런 생각들의 모음이 됐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혼자 가기도 좋고, 같이 떠나기도 좋은 도시였다.



지난 4월 10일에 블라디보스토크가 인기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뉴스가 떴다. 국내에서는 1994년부터 대한항공만 운행하다가, 작년 9월부터 제주항공이 새롭게 취항했다. 그리고 지난 6일부터 티웨이 항공도 대구-블라디보스톡 노선을 취항했고, 앞으로 이스타 항공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많아지기 전에 가장 가까운 유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지금 당장 떠나보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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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숨어있는 재미를 발견하기 위해 스물아홉에 퇴사를 결심했다. 지금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찾고 있다. 통장 잔고는 줄어들고 있지만 입가의 미소는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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