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6월이 되면 꾸준히 쌓아오던 습관에 숨이 찬다. 연초부터 이어오느라 힘이 쫙 빠진 영향도 있고,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니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원래 달리기도 그렇지 않나. 처음 시작할 때와 결승점에 거의 도착했을 때가 가장 힘이 나는 법이니까.
1년을 장거리 달리기로 본다면 반환점을 거의 앞두고 있는 지금. 포기하자니 지금까지 쌓아온 길이 아깝고 계속 달리자니 아직 남은 길이 멀다. 쉽게 포기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전력질주하기에도 애매한 오뉴월이다.
오늘 출근길에는 비가 살짝 내렸다. 집에서 나서기 전에 날씨를 꼭 확인하는데 출근길 비 소식은 없었다. 다행히 회사에 도착하기 전까지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 무사히 출근할 수 있었지만 가는 내내 마음을 얼마나 졸였는지 모른다.
아직 여름이 오지 않았는데 비가 자주 내리는 탓에 성북천을 벗삼아 걷던 습관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그나마 7,000보 걷기를 인증하는 모임이 있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채우고 있긴 하지만 모임이 끝나는 것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과연 끝나고도 꾸준히 걸을까.
겨우 쌓아온 습관이 무너질까 걱정하고 있을 때, 그래도 일상을 단단하게 습관이 몇 개 있어 그나마 버틸만하다. 그 중 하나는 기록이다. 이미 뉴스레터를 통해 몇 번 소개한 적도 있지만 역시나 또 소개한다.
Workflowy(이하 WF)에는 매일 몇 개의 태그를 이용해 기록을 하고 있는데 그 중 @오늘의문장과 @오늘의생각을 기록하는 걸 가장 애쓰고 있다. 문장을 기록했단 건 오늘 책을 읽었다는 뜻이고 생각을 기록했다는 건 읽는데서 그치지 않았다는 증거인 셈이니까.
다음은 슬럼프 탐지기 '플래너'다. 슬럼프가 찾아오면 플래너는 귀신같이 보여준다. 처음 플래너를 쓸 때는 낭비하는 시간을 적기가 참 싫었다. 낭비되고 있는 시간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게 싫었고 독서, 운동, 글쓰기 등 집중할 시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게으름 피우고, 늘어진 시간도 적어야한다는 걸 스스로 좀처럼 납득하지 못했다.
계속 그 시간을 회피하니 삶은 좀처럼 나아지지 못했다. 낭비한 시간은 기록하지 않는 한 스스로 낭비했다고 인정하지 않았고 그래서 계속 동일한 행동을 반복했다. 언젠가부터 두 눈 질끈 감고 불편함과 마주하니 그때부터 시간 여유가 조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을 잘 쓰고 싶은데 낭비된 시간을 적지 않겠다는 건 가계부로 따지면 충동소비한 금액과 마주하지 않고 돈을 아끼겠다는 마음과 비슷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붓고 싶다면 물을 어떻게 많이, 그리고 빨리 부을까 고민하기 전에 일단 밑 빠진 곳부터 찾아 막아야 한다.
오늘 뉴스레터 마침표를 찍고 나면, 나는 다시 WF와 플래너를 쓰고 하루를 정리한다. 벌써 수 년째 아무리 바빠도 매일 하고 있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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