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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Aug 17. 2024

일과 쉼의 중간 정거장, 워케이션

지난 4월에는 부산 8박 9일 일정으로, 5월에는 여수 3박 4일 일정으로 워케이션을 다녀왔다. 이후 만나는 사람에게 근황을 전할 겸 '워케이션을 다녀왔다'고 하면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미 워케이션을 다녀와 본 사람은 거의 없었고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워케이션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과 그런 세상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이 반인 것 같다.


부산역으로 가기 전 서울역 KTX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원하는 휴양지에 가서 휴식도 취하고 일도 할 수 있다는 말은 워케이션을 좋게 보는 사람의 입장이라면 휴가지에 가서 온전히 쉬지 못하고 업무도 해야된다는 반대 시각도 있다.


과거 획일화된 라이프스타일이 여러 형태로 분화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요즘 그 속도가 정말 무섭게 가속회되는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거나 본인의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뿐이었다. 


노인과 바다라고 불리는 부산광역시의 인구 소멸 위기.

부산의 인구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비단 부산의 문제만은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젊은 층의 이탈은 유독 심하다. 출산하고 원래 살던 지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우리 시/군/구/읍에 와서 출산하면 지원금을 주겠다'는 정책도 이제 먹히지 않는다.


지방 광역시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비율이 20.4%로 부산이 가장 높다.

그래서 최근에는 많은 지자체에서 생각을 바꿨다. '생활 인구'라는 키워드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생활인구란 등록인구뿐만 아니라 지역에 체류하면서 지역의 활력을 높이는 사람까지 지역의 인구로 보는 새로운 인구개념이다. 


* 생활인구 = 등록인구(주민 + 등록외국인) + 체류인구(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


이 속도라면 곧 2030년에 부산은 300만 인구가 깨진다.


생활인구의 도입. 시대의 흐름에도 맞는 것 같다. 20년 전 사측에서 극구 반대했던 주 5일제는 이제 너무 당연시됐고 주 4일제가 조금씩 언급되는 분위기다. 앞으로 타의든 자의든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일 외의 시간은 늘어난다. 


이때 근로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다. 


하나. 부족한 소득을 채우기 위해 부업을 뛰든지

둘. 여가 시간을 즐긴다.


알게 모르게 주변에서 퇴근하고 배달일을 하거나 크몽, 숨고 등에서 본인의 재능을 판매하고 있다. 



슈퍼 프리랜서의 등장



 특정 조직에 속하지 않고 그렇다고 본인의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슈퍼 프리랜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회사에서는 고정급여를 지급해야하는 정직원을 뽑기 부담스럽고, 직원 입장에서는 한 회사에서 특정 직무에서 오랜 시간 일하는 것보다 여러 회사와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쌓아가는 게 본인의 커리어에도 훨씬 도움될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건 아니다.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특정 직무만 슈퍼 프리랜서에 적합하다)


'외주 근로자'라고 칭하는 긱 워커를 필요역량 수준에 따라 구분해보자면 긱 워커1.0은 배달, 물류센터, 숙박업, 차량 공유 등 특정 장소에서 시간을 지불하여 돈을 버는 구조다.


긱 워커 1.0

장점 : 플랫폼에서 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다.

단점 : 내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페이가 제한적이다.


긱 워커 2.0

장점 : 긱 워커 1.0에 비해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특정 기술이 필요. 

단점 :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공급자와 매칭이 되지 않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수요 매칭이 어려울 수 있다.


긱 워커 3.0 

장점 :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해서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다. 페이가 쎄다.

단점 : 긱 워커 2.0과 비슷한 수요 매칭이 어려움. 수요를 만들어내야할 수도 있음.



상위로 갈수록 시간과 공간의 자유가 커진다. 단 클라이언트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확실한 결과물을 제공해줄 때만 가능한 이야기다.



미래에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할까.


야마구치 슈가 쓴 책 <비즈니스의 미래>에 따르면 리눅스 개발에 관여했던 많은 사람들은 IBM, 인텔 등 기업에 근무하는 바쁜 전문가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왜 돈도 안 되는 리눅스 개발에 돈도 받지 않고 자신의 지식과 기술, 시간을 제공한 걸까?


재밌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그들은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충분히 고소득자였고 거기서 노력을 해서 연봉을 인상한다고 한들 높은 소득세 구간으로 인해 상승되는 연봉의 체감을 느끼긴 어려웠을 것이다. 조금 더 벌기 위해서 많이 일하는 대신 현재 수준의 연봉에 만족하고 그 외의 시간을 리눅스 개발처럼 '놀이 같은 일'에 투자한 셈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된다면 사람들은 재미를 찾아간다. 현 직장이 아닌 다른 직장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짧게는 1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함께 워케이션을 떠나 프로젝트를 기획해보는 식이다. 이런 일의 형태가 메인스트림이 될 수 없지만 조금씩 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해외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올해는 국내 다양한 곳에 워케이션을 다니면서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 여행지로 떠난 국내는 매력이 덜 했지만, 서울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면서 생활해본다는 경험은 색달랐다.


다음 주에 떠나는 속초 워케이션까지. 올해 총 세 번의 워케이션을 다녀왔는데, 아마 내년에도 계속 이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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