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함이 가시지 않았던 4월에 잠시 리프레쉬 차원에서 8박 9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이면 보통 쇼핑을 즐기거나 식도락 투어, 혹은 도시 구경 정도가 될 텐데 이번에는 조용히 있고 싶었다.
2017년 오사카 여행을 시작으로 후쿠오카, 요나고, 시즈오카, 도쿄 등을 다녀왔는데 의외로 가장 좋았던 건 소도시 요나고와 시즈오카였다. 물론 다른 일본 대도시와 비교해 보면 관광 아이템도 적고 즐길 거리도 충분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좋았달까.
꽤 긴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오니 '어디 다녀왔어요?'라고 많이들 물었다. 그때마다 '시코쿠를 돌았어요'라고 말하니 다들 모르는 눈치다. 사실 나도 가기 전에는 이런 지역이 있는지 몰랐다. 이제 막 한국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여행지고 그전까지는 알음알음 다니던 지역이니까.
인천공항에서 시코쿠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지역은 마쓰야마와 다카마쓰뿐이다. 마쓰야마는 제주항공, 다카마쓰는 에어서울이 취항해 있다. 나처럼 한국 사람들이 일본의 새로운 지역을 여행하기 위한 루트가 되기도 하지만, 시코쿠에 사는 사람들이 한국을 찾는 목적으로도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
다카마쓰에서 나오시마로 들어가는 페리에서
마주한 윤슬.
자연도 좋고, 미술관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자연과 함께 있는 미술관이었다.
안도 다다오를 꽤 좋아하는데
그가 지은 나오시마 미술관들을 보고
더 좋아졌다.
일본 내 다른 지역들은 신칸센이 꼭 지나가지만,
유일하게 시코쿠 지역에만 신칸센이 없다고 한다.
오래된 기차나 트램들이 유독 많이 보였는데
같은 녀석들을 발견하기가 좀처럼 어렵다.
아주 오래된 트램부터
톰과 제리, 호빵맨 등 캐릭터가 그려진 트램까지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
그리고 여행을 가면 꼭 찍게 되는 기차역의 모습들.
내가 어디로 향하고 있고
어디에 도착했는지를 가장 잘 알려주는
증표가 되기도 한다.
일본 하면 빠질 수 없는 온천
붓쇼잔 온천은 유일하게 여행 중에
두 번 다녀왔는데
가는 길은 쉽지 않지만
지어진 건물이며
온천을 즐기는 내부 모습이며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마치 무인양품 스타일.
목욕을 끝내고 나서는 여기서만 파는 우유를 사 먹었다.
우리나라 물가가 워낙 올라서 120엔이 싸 보일 지경.
먹고 나서는 빈병은 자판기 옆 바구니에 두면 된다.
시코쿠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지역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고치.
무엇보다 생참치를 저렴하게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먹을 게 풍부한 지역이라 오죽하면 일본 내에서
도쿄 제외하면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다고 한다.
참치 타다끼로 유명한 고치 히로메 시장은
그래서 언제나 술냄새가 가득가득.
마쓰야마와 다카마쓰는 직항이 있어
언제든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고치는 짧은 여행으로는 좀처럼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다카마쓰에서 약 2시간 30분 정도
기차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마쓰야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배경이 된
도고 온천이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또 안 가볼 수 없지.
본관은 예약제라 아쉽게도 이용할 수 없었고
신관에서 온천을 즐겼다.
신관에서 개인실도 이미 매진이라 일반권으로 끊어 들어갔는데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 거의 개인실처럼 썼다.
숙소는 마쓰야마 호텔 마이스테이스에서 묵었다.
호텔 바로 앞에 마쓰야마 성을 감싸고 있는 호수가 있어
눈이 즐거웠다.
우동으로 유명한 다카마쓰.
일본 하면 항상 라면을 더 많이 챙겨 먹었는데
8박 9일 동안 라면을 먹은 건 딱 한 번.
대부분 우동을 먹었다.
어떤 우동을 먹어도 맛있고
어느 집을 가도 맛있더라.
한국에서는 우동 먹을 일이 거의 없는데
이 정도 맛이라면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다시 바쁨에 익숙해져야 하겠지만
한적함과 느긋함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다시 찾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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