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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용마 Dec 07. 2018

여행의 취향

지구는 둥글고 참 넓습니다. 덕분에 갈 곳이 많습니다. 여행은 평범한 일상에 특별함을 부여해줍니다. 여행 자체만으로 호기심이 생기고 떠날 생각에 설레기까지 합니다.

누구나 여행을 좋아하지만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음식도, 추구하는 여행 스타일도, 들고 가는 캐리어의 무게도 다릅니다. 외국에 나가서도 꼭 한식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나라의 음식을 곧잘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금 피곤할지라도 많이 걷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숙소를 중심으로 근처만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여행은 각자의 취향으로 채워집니다.   


예전에는 아날로그 수첩에 여행 티켓을 하나하나 보관하는 맛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여행을 기억합니다. 이것은 기술의 발전에 따른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저처럼 티켓 수집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프로파일러가 현장에서 증거물을 찾아 범인을 추적하듯, 여행 중 수집한 전리품을 평범한 일상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그 여행의 순간이 추적됩니다. 



공간의 취향을 시작으로 취향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2탄 여행의 취향입니다. 2018년 12월 3일부터 6일까지 총 나흘간 32분이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32분 중 여성(17분)이 남성(15분)보다 약간 많았고, 연령대로 보면 30대가 20대보다 근소하게 우세했습니다. 지난 공간의 취향에서는 객관식으로만 답변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여행이라는 다소 폭넓은 취향의 특성상 몇몇 질문에는 주관식 답변도 받았습니다. 설문조사를 기획할 때 40~50대분들의 참여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20~30대가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96.9%를 차지했습니다.


1. 해외여행을 다녀온 횟수는?


여행의 취향 첫 번째 질문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횟수입니다. 보통 스무 살이 넘고나서부터 해외로 떠나는 자유여행을 시작하죠. 그래서 이번 질문에서는 여행 다녀올 시간이 많았던 30대의 여행 횟수가 더 많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제 예상대로라면 10회 이상(18.8%)을 다녀온 사람의 연령대는 30대 이상이 대부분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랐습니다. 10회 이상 여행을 다녀온 6분 중 2분은 20대였습니다. 그리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20대의 80%가 3회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습니다. 오히려 30대의 절반이 3회 미만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Point 1. 여행 다녀올 시간이 많다고 해서 자주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2.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는?

   

 두 번째 질문은 가장 최근에 다녀온 여행지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우리와 같은 동북아에 위치한 일본과 중국이 가장 많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동남아, 국내 순이고요. 국내가 적은 건 다소 의외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어디를 주로 갔을지 지금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대충 예상되지 않으시나요? 예상대로 오사카와 후쿠오카·삿포로 순으로 많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일본 소도시 여행이 유행이죠. 유행을 증명이라도 하듯 요나고·돗토리와 시즈오카도 등장했습니다. 먼 곳까지 떠나기는 부담스럽고 가장 가깝고 부담 없는 일본 여행을 하고 싶은데 오사카, 후쿠오카 여행에 지겨움을 느끼는 분들이 일본 소도시 쪽으로 점차 빠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주변에 중국 가는 분들의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는데 그래도 역시 중국이군요. 지리 특성상 자주 수밖에 없위치입니다. 저도 2015년에 중국 칭다오를 한 번 다녀왔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여서 다시는 중국을 가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요즘 중국의 동향을 보면 상해나 북경을 한 번 가보고 싶더라고요.   

  

Point 2. 지리적 위치는 무시할 수 없다.


3. 가장 선호하는 여행 타입은?

 다음 질문은 여행 타입입니다. 어떤 여행을 선호하는 가에 대한 질문이죠. 응답해주신 분들에게 질문이 조금 애매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습니다. 설문 결과에서 질문이 제대로 실리지 않아서 원본을 첨부합니다. 일단 결과를 보기 전에 이해하기 쉽게 각각의 여행 타입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내적 기준형'은 조용히 숙소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뜻하고, 현지인 또는 여행객들과 함께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외적 기준형'에 속합니다. '능동적인 여행'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옵션형 여행'은 액티비티뿐만 아니라 가이드를 동행한 투어 여행 등 좀 더 폭넓은 활동을 경험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프로세스형 여행'은 태국 가서 마사지, 요가, 쿠킹 클래스 등에 참여해서 수료증을 따러 가는 여행이나 '능동적인 여행', '옵션형 여행'보다는 좀 더 힘든 활동적인 여행을 뜻합니다. 세 번째 취향 시리즈에는 애매하다는 피드백을 토대로 좀 더 명확한 질문을 만들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하신 분들이 대부분 20~30대라서 그런지 역시 패키지여행은 전멸입니다. 단 한 명도 없었고요. 조용한 소도시 자유여행을 뜻하는 '수동적인 여행'과 액티비티 등 활동적인 자유여행을 뜻하는 '능동적인 여행'이 많은 선택을 받았습니다. 저는 액티비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수동적인 여행'에 가까운 편인데요. '능동적인 여행' 타입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 괴롭습니다. 골목을 누비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수동적인 여행자와 달리 능동적인 여행자는 일단 물에 뛰어들고 안되면 짚라인이라도 타봐야 하고 일상에서 쉽게 하지 못하는 체험을 많이 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함께 여행을 가야 한다면 날을 정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던가, 하루는 서로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저녁에 다시 뭉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역사탐방형 여행은 응답자가 추가한 답변입니다)


Point 3. 본인의 여행 타입과 함께 여행을 가는 사람의 여행 타입을 알아두면 좀 더 편한 여행이 될 수 있다.


4. 선호하는 여행 방식은?


 응답자 32분 중 21분(65%)이 많이 걷는 여행 방식을 선호합니다. 8분(25%)은 주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여행을 좋아하고요. 즉흥, 경치 좋은 곳 위주, 가고 싶은 곳을 시간 되는 대로 가는 여행은 응답자가 각자 추가한 답변입니다. 20대의 80%가 많이 걷는 여행을 선택했고, 단 2분만이 주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여행을 선택했습니다. 반면 30대는 반반입니다. 역시 젊을수록 많이 걷는 여행을 선호합니다. 저도 20대 때는 돈도 없고 체력이 되니 걷는 여행을 좋아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 돈도 벌게 되니 여행지에서 굳이 걷지 않아도 되면 걷지 않게 되더라고요. 세 번째 질문 여행 타입에서 호텔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내적 기준형 여행'을 선택하는 분은 많지 않았습니다만 여행 방식에서 '주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여행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취향이 확고하죠.



5. 선호하는 여행지의 모습은?

 가장 궁금했던 질문 중 하나입니다. 질문이 세 개뿐이라 일단 심플하게 결과가 도출되었죠. 이미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많은 도시들은 일본 오사카, 후쿠오카가 대표적이죠. 오히려 서울 명동보다 더 한국 같습니다. 알려지지 얼마 되지 않은 도시는 제가 지난 4월에 다녀온 '블라디보스토크' 또는 일본 소도시들이 대표적이겠네요. 유명한 도시와 덜 유명한 도시에 14분(43.8%)씩 양분되었습니다. 관광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도시에 응답하신 분들은 다음 여행지를 어디로 떠날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조금 후에 나옵니다.)


6. 여행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이 질문도 궁금했습니다. 항공권을 구입하면 여행은 시작되죠. 그래서 '저렴한 항공권'이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요. 의외로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나 사진'이었습니다. 절반이 넘는 56%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제가 11월 말에 다녀온 시즈오카도 와인 컵에 후지산을 담은 사진을 보고 다녀오게 됐네요. (막상 가서는 못 찍었다고 한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여행을 지를 수 있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여행기를 열심히 써봐야겠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추천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15.6%나 되네요. 우리의 여행은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군요. 음식, 풍경/자연경관, 휴식/기분전환, 마음이 끌리는 곳, 즉흥적으로는 개인적인 대답이었습니다. 역시 여행에 있어서는 취향이 확고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Point 4. 여행은 전염성이 크다. 내가 다녀오면 주변에 누군가가 떠난다.


7. 여행 경비는 모아서 가는 편인가요?

여행 경비를 모아서 가는 분들이 꽤 되네요. 전체 응답자의 40.6%였습니다. 제 예상은 30% 정도였습니다. 경비를 모으는 분들은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들일까? 궁금했습니다. 데이터를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았네요. 그냥 평소에도 돈 관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고 생각됩니다. 목돈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도 하고, 매달 10만 원씩 모아서 여행을 다녀보기도 했는데요. 확실히 모아서 여행을 가니 비용 부담이 없어서 좋더라고요.   


8. 여행 일정을 미리 계획하는 편인가요?

    

역시 그렇죠. 여행 가는 것도 귀찮은데 여행 일정을 짜는 건 더더욱 귀찮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26분(81.3%)이 큰 얼개만 잡고, 그 안에서 즉흥적으로 움직인다고 답했습니다. 플랜 B까지 꼼꼼하게 계획하는 분들은 딱 4분이네요. 귀차니즘이 많은 분들은 이런 분들이랑 여행을 떠나셔야 합니다. 대부분이 즉흥적이라고 답한 분은 2분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경비를 모아서 가는지 궁금했습니다. 아니죠. 역시 돈도 목돈을 쓰십니다. 


저 같은 경우 플랜 B까지도 계획해보고, 큰 얼개만 잡고도 다녀봤는데요. 계획을 너무 촘촘히 짜면 그대로 진행이 안 될 경우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스트레스 해소하고자 다녀온 여행에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얻는 것 같아 요즘은 꼭 가야 할 곳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즉흥적으로 다니고 있습니다. 


9. 비행기에서는 무엇을 하시나요?


아홉 번째 질문에서는 비행기에서 무엇을 하시는지 물었습니다. 중복 답안이 가능한 질문이고요. 역시 비행기에서는 꿀잠이죠. 그다음으로는 노래 듣기, 영화 감상, 독서도 많았습니다. 비행기 탈 때 저는 딱히 영화를 보지 않아서 이번 질문에서 '영화 감상'을 넣지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기타 응답으로 '영화 감상'을 넣어주셨더라고요. 다음 여행 때는 저도 심심한 비행기 안에서 영화를 봐야겠습니다. 가장 슬픈 대답으로는 '비행기 타보지 않음'이었습니다. 


10.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이번에는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하는지 물었습니다. 짧은 영어와 바디 랭귀지를 통해서 의사소통을 하는 분들이 15분(46.9%)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파파고나 구글 번역을 사용한다는 10분(31.3%)이 뒤를 이었습니다. 기술이 좋아져서 현지에서도 은근히 잘 먹히죠. 제가 최근에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는 영어를 잘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한국어가 잘 먹힐 때가 많더라고요. 한류가 얼른 더 불어서 많은 나라에서 한국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Point 5. 일본에서 파파고, 구글 번역기는 정말 유용하다.


11. 여행 중 아침부터 일찍 나서는 편인가요?

 여행 중 아침부터 움직인다고 답한 분이 25분(78.1%)으로 꽤 많았습니다. 3주간 다녀온 치앙마이를 제외하고 저도 항상 일찍 일어나서 여행을 부지런하게 다녔던 것 같네요. 특히 겨울에는 해가 빨리 떨어지는 탓에 저녁에는 구경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침부터 일찍 다니는 게 필수입니다.   


12. 여행 후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은?


 여행을 다녀오면 티켓이나 영수증부터 여행 사진까지 전리품이 참 많아지죠. 열두 번째 질문에서는 여행 후 여행을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습니다. 19분(59.4%)이 별도의 폴더에 사진을 담아놓는다고 답했습니다. 예전에는 대부분 외장하드에 관리했지만 요즘에는 구글 드라이브나 원드라이브와 같이 클라우드 사용 비율도 상당히 높아졌죠. 별도로 정리하지 않는 분들도 12분(37.5%)에 달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분 중에서 한 분은 이 질문에서 뜨끔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여행을 다녀오기 전에는 정리를 다짐하지만, 다녀오면 여독이 쌓여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죠. 정리란 참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 정리해두면 자료를 볼 때마다 여행이 새록새록 기억나더라고요.


13.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실 건가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일본을 많이 다녀왔으니 다음 여행은 역시 동남아군요. 11분(34.4%)께서 다음 여행으로 동남아/서남아를 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동북아시아(일본, 중국) 또는 국내로 갈 예정이라고 답하신 분이 각각 6분(18.8%)이었습니다. 동북아를 갈 예정인 분들은 최근 여행지로 주로 동남아를 다녀오셨더라고요. 5번째 질문인 선호하는 여행지의 모습에서 '관광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도시'를 선호하신 4분 중에서 3분은 다음 여행지로 미주와 러시아/몽골/중앙아시아를 선택하셨습니다. 역시 많은 분들과 다른 선택이군요. 독특합니다.   





 글에서 구분하지 않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여행 전/여행 중/여행 후로 구분하여 진행했습니다. 몇몇 분들은 설문조사를 하면서 최근에 다녀온 여행이 기억난다고 좋아하기도 했고, 본인의 여행 스타일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씀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카페 외의 공간을 다녀본 사람들이 드물다 보니 취향 시리즈 1탄 공간의 취향은 많은 분들이 낯설어했지만 2탄 여행의 취향에서는 응답 인원이 약간 줄어들긴 했어도 본인의 경험담을 토대로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답변에 응해주셨습니다. 최근에 여행을 다녀왔지만 이렇게 여행의 취향이라는 글을 작성하니 다시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어 지네요. 내년에 다른 취향을 머금은 3탄으로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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